배우 신승호가 20일 <더팩트> 사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남용희 기자 |
신승호 "연기할 때 행복해요"
[더팩트|문수연 기자] 신인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인터뷰에 능숙했다.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조금 경직된 포즈로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막힘 없이 술술 답변을 이어갔다. "책을 많이 읽은 것 같다"는 칭찬에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늘 읽어주셨다. 전 애늙은이다"라며 웃는 그를 보니 그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에서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극본 윤경아, 연출 심나연)에 마휘영 역으로 출연한 배우 신승호(25)와 만났다. 교복을 입고 또래들과 연기를 하는 게 벌써 세 번째지만 그에게 '열여덟의 순간'은 유독 남다른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
신승호는 지난해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한 후 이번 작품을 통해 브라운관에 진출했다. 첫 TV 드라마부터 주연 자리를 꿰찬 것도 대단한데 심지어 오디션이 아닌 섭외로 캐스팅됐다. 먼저 출연 제안이 온다는 것의 의미도인지도 모르는 '쌩 신인'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오디션이 아닌 캐스팅 제안을 받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때였는데 그 뜻을 알고 나니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유명하고 파워가 있는 옹성우(최준우 역), 대선배 김향기(유수빈 역)와 호흡을 맞추게 돼 신나고 설렜죠. 첫 TV 드라마였는데 주연 자리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에이틴'으로 데뷔한 신승호는 차기작이자 첫 TV 진출작인 '열여덟의 순간'에서 주연을 맡았다. /남용희 기자 |
어렵게 찾아온 기회는 아니지만 무게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신승호가 분한 마휘영은 전교 1등 '엄친아'지만 아버지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고, 어머니에게는 성적 압박을 받는 인물이다. 공통점을 아무리 찾아봐도 비슷한 점이 없어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그는 마휘영과 비슷한 감정을 겪은 경험이 있었다. 11살 때부터 축구선수의 길을 걸으며 느꼈던 압박감, 경쟁심, 불안함, 초조함 덕분에 성적 문제에 늘 시달리는 마휘영의 마음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신승호의 마휘영은 살아 숨 쉬는 캐릭터가 됐고 시청자들도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악역인 만큼 많은 욕을 먹었고 그는 "원래 댓글을 많이 찾아보는데 이번에는 배가 너무 불러서 안 그랬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욕을 최대한 많이 먹자'가 목표였는데 시작과 동시에 이뤘어요. (웃음) 각오를 하고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신인이고 어리다 보니 조금 속상한 감정도 들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금방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그만큼 작품에 몰입해 봐주셨다는 거고 저 역시 연기로 민폐 끼치지 않았다는 거니까요. 초반부에 마음을 다잡고 들어가니 남은 기간 더 악랄하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신승호는 JTBC '열여덟의 순간'에 마휘영 역으로 출연해 악역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남용희 기자 |
극 중 마휘영은 누명 씌우기, 성적 조작, 이간질 등 악한 행동을 많이 해 친구들에게 외면과 미움을 받았지만 실제 촬영장 분위기는 달랐다. 학생 역할 출연자 중 맏이와 막내의 나이 차이가 10살에 가깝지만 누구 한 명 빠지는 사람 없이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신승호는 "너무 좋은 사람들이고 사이가 너무 좋다. 어디에 가서든 우리 사이를 자랑한다"며 웃었다.
이렇게 사이가 좋았으니 종영이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배우들이 "이런 현장을 앞으로 활동하며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누구와 가장 친해졌는지 묻자 신승호는 망설임 없이 "다들 너무 친해져서 꼽을 수 없다"며 "항상 다같이 모여서 수다도 떨고 장난도 쳤다. 각자 촬영 스케줄이 다른데 식사라고 같이 하겠다고 빨리 오거나 기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헤어지는 아쉬움을 꾹 눌러담고 있다가 결국 종방연에서 터졌다. 다같이 모여 마지막 회를 보던 중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너도나도 눈물을 흘렸고 신승호도 동참했다. 그는 "사실 제가 보기보다 눈물이 많아서 많이 울었다"며 "끝났다는 아쉬움과 안도감 때문에 눈물이 난 것 같은데 마지막이라는 서운함이 가장 커서 슬펐다"고 털어놨다.
신승호는 "극 중 캐릭터 이름을 불리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남용희 기자 |
'에이틴',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열여덟의 순간'까지 세 편의 드라마를 무사히 마친 신승호의 작품을 돌아보니 신기하게도 그는 그동안 학생 역할만 맡았다. 늘 교복만 입고 연기하는 것에 아쉬움이 없는지 묻자 고개를 저으며 "교복 입혀주셔서 감사했다. 제 액면가를 알고 있는데 절대 학생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비주얼이 아니다. 저로서는 축복인 것 같다. 연기자로서 일정한 시기와 나이가 지나면 학생 연기는 하기 힘든데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학생 역할에만 욕심을 내는 건 아니었다. 최대한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역할에만 욕심이 생길 것 같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든 최선을 다해 연기할 거다"라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아직도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끄럽다는 신승호지만 목표는 분명했다. 작품 속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었다. 그는 "배우 신승호로 알아봐 주시는 것도 좋지만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해주셨으면 더 좋겠다. 그만큼 몰입도 높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남시우('에이틴'), 마휘영('열여덟의 순간')으로 불리고 있는 그에게 "이미 이룬 것 아니냐"고 말하자 그는 "계속 이뤄야죠. 한 작품도 놓치지 말고"라고 비장하게 답했다.
그가 연기에 욕심은 내는 이유는 그저 "행복하고 즐거워서"였다. 거창한 이유가 아니어서 더 진정성이 느껴지는 신승호는 "완성도 높은 연기를 가진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제 막 시작한 신인배우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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