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지진희']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 래퍼
입력: 2019.08.27 05:00 / 수정: 2019.08.27 05:00
배우 지진희는 tvN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새롬 기자
배우 지진희는 tvN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새롬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지진희 "매 작품 성장할 거라 확신"

[더팩트|문수연 기자]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지진희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너무 무거운 분위기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의 첫 마디를 듣고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팥빙수 드실 분 계세요? 된다고 하던데." 지진희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들을 향해 건넨 질문이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에 박무진 역으로 출연한 지진희와 만났다. 그는 질문부터 답변까지 1초를 넘기지 않았다. 어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속사포처럼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발언에서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왔다.

인터뷰는 보통 기자의 질문으로 시작되지만 지진희는 말을 꺼낼 꺼낼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작품 감상평이 궁금했는지 먼저 기자들에게 "드라마 봤냐"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었냐" "너무 재밌었냐"고 폭풍 질문을 던졌다.

쏟아지는 질문에 당황하며 "드라마 재밌었다"고 말하자 지진희는 "저도 재밌게 봤다"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대본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작가님께 '너무 재밌게 써주셔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고 싶었는데 안 보냈다. 작가님이 집필하는 데 영향을 끼칠까 봐 끝까지 참았다. 16회 대본이 나온 후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지진희가 작가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은 '매회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문자를 보내고 싶었는데 작가님께 영향을 끼칠까 봐 지웠다가 썼다를 반복했다. 멋진 내용 써주셔서 고맙다'였다. 자신이 보낸 메시지 내용을 다시 보지 않고 그대로 기억할 정도로 그는 진심으로 김태희 작가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지진희는 60일, 지정생존자가 리메이크 드라마라 출연을 망설였지만 대본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이새롬 기자
지진희는 '60일, 지정생존자'가 리메이크 드라마라 출연을 망설였지만 대본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이새롬 기자

지진희는 이번 작품에 앞서 리메이크 드라마에 여러 번 출연한 경험이 있기에 작가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출연하는 데 망설여지지 않았느냐"고 묻자 지진희는 "당연히 망설여졌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예전에 작가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힘들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 같은 아시아권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건데도 그랬다. 그런데 미국 작품은 오죽했겠냐. 하나를 고치면 나머지 이야기도 다 달라진다. 저도 현지화를 가장 걱정했다. 그런데 대본을 보고 감탄했다. 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을 작가님이 충족시켜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국내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은 미국 드라마가 원작이다. 지진희는 리메이크 제작이 결정되기 전 이미 원작을 시청했다. 심지어 '리메이크를 한다면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그에게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몇 년이 흐른 후 지진희가 드라마 내용도 잊어갈 때쯤 운명처럼 출연 제안이 왔다.

"진짜 제안이 와서 깜짝 놀랐고 너무 좋았다. 물론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았지만 제안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대본도 잘 빠져서 너무 좋고 행복했다. 작가님이 현지화를 너무 잘 해줘서 넷플릭스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지진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중압감을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tvN 제공
지진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중압감을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tvN 제공

지진희는 완벽한 대본을 연기로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중압감을 나타내기 위해 체중 감량도 감행했다. 바쁘게 이어지는 드라마 촬영 중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그는 캐릭터를 위해서는 체중 감량이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지진희의 얼굴은 아직도 꽤나 수척해 보였다.

"엄청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삭 늙을 거라고 생각해서 살을 뺐다. 스트레스 없이 나랏일을 어떻게 하냐. 만약에 얼굴이 팽팽한 모습으로 끝났다면 그건 박무진이 일 안 하고 마사지를 받은 거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전후 사진을 보고 느꼈다. 저는 60일이니까 그만큼은 아니어도 그걸 표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박무진의 고충과 달리 지진희는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굉장히 들뜬 모습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한 기자가 "제작발표회 때는 왜 그런 거냐"고 묻자 지진희는 당황한 듯 웃더니 "감독님이 작품에 확신을 가지고 계셨다. 촬영하면서 감독님의 능력을 봤기 때문에 저도 자신 있었다. 또 선후배들의 연기력을 보고 '우리 드라마 망하지는 않겠다. 명작으로 남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그 즐거움이 느껴졌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지진희는 정치 드라마를 했지만 실제로 정치에 도전할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tvN 제공
지진희는 정치 드라마를 했지만 실제로 정치에 도전할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tvN 제공

지진희는 사극, 멜로 등 작품 선택에 있어서 늘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작품은 리메이크 장르물로, 그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원래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그는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레고, 클라이밍 등 취미가 많다. 관심이 있으면 시작하고 파게 된다. 요즘은 골프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굉장히 수준급이다"라며 뻔뻔한 표정으로 스스로의 골프 실력을 칭찬해 웃음을 안겼다. 이후에도 지진희의 골프 이야기는 한참 동안 계속됐다. 골프 용어를 써가며 마치 남을 칭찬하듯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도전해서 성취했을 때 희열을 느낀다는 지진희를 보니 정치에 도전해볼 생각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1초의 고민이나 망설임 없이 "관심이 있어야 하는 거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지 묻자 바로 "없다"고 답하며 "그건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 순수하게 취미에만 관심이 있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지진희는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 랩을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지진희는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 랩을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지진희의 도전적인 성격은 연기할 때도 나타났다. 늦은 나이에 배우로 데뷔한 만큼 그는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고민이 남들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부정확한 발음으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지진희는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랩까지 연습하며 죽어라 노력했다.

그는 "요즘 힙합을 되게 많이 듣는다. 빨리 말하는데 귀에 잘 들어오더라. 말할 때 쉬는 타이밍도 평소 대화할 때와 다르더라. 이게 뭔가 싶었다"며 문화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지진희는 갑자기 짧은 랩을 내뱉으며 갈고닦은 실력을 살짝 공개했다. 래퍼 지진희의 모습은 어딘가 이질감이 들어 웃음이 나왔지만 의외로 그의 랩 실력은 상당했다.

랩을 연기에 응용했다는 지진희에게 응용을 넘어 본격적으로 도전해볼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지진희는 이번 질문에도 역시나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그는 "랩 연습을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 그리고 저는 할 게 많다. 골프도 쳐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해 인터뷰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지진희가 랩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느껴졌다.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발음으로 모든 질문에 답했기 때문이다. 지진희에게 "타이핑을 하는 손이 말을 따라갈 수 없다"고 토로하자 그는 "그래도 잘 들리지 않냐"고 자신의 발음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녹음을 해라"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지진희는 앞으로 성장하는 연기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새롬 기자
지진희는 앞으로 성장하는 연기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새롬 기자

랩까지 할 정도로 노력하는 지진희를 보니 그의 연기력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지진희에게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고 칭찬하자 그는 "내가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늘 자신감이 넘치던 그였기에 오히려 이러한 반응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에게 "지진희가 나온다고 하면 일단 첫 방송은 보는 시청자들이 많다"고 거듭 칭찬하자 "내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고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져 폭소를 안겼다.

지진희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배우였다. 자칫하면 자만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지진희의 자신감은 자신의 재능을 믿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된 것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 좀 똑바로 해라'라는 댓글을 봤다 '내가 좀 부족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상하게 그런 댓글만 보이더라. 연기 잘한다고 칭찬하면 다음 작품을 할 때 부담된다. 기사에도 '연기 잘 못한다'고 써 달라. 그래야 제가 편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금은 이상한 당부에 기자들이 어리둥절해 하자 그는 "그런데 저는 연기를 앞으로 더 잘하면 잘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작품마다 성장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도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쳐 다시 한번 웃음 짓게 했다.

'속사포 인터뷰이' 지진희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해진 인터뷰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인터뷰가 끝났다"고 말하자 지진희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다 갔다"고 말했다. 연기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열정 넘치는 그를 보니 '뭘 해도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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