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히어'가 첫 방송부터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설정들로 이목을 끌었다. /MBN |
'사인히어', '천사의 편집'은 대중에게 통할까
[더팩트|김희주 기자] '악마의 편집'이 넘쳐나는 방송가에 '천사의 편집'을 내세운 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지난 22일 MBN X AOMG의 신개념 힙합 오디션 '사인히어(Signhere)'가 처음 방송됐다. 전 세계에서 3000여 명의 지원자들이 몰린 가운데, 단 44팀만이 본선에 진출한 '사인히어'는 국내 최고의 힙합 레이블로 '스타일 아이콘'에 등극한 AOMG의 신입 아티스트를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AOMG의 수장 박재범을 비롯해 사이먼 도미닉, 그레이, 코드쿤스트, 우원재 등 5인의 심사위원이 처음으로 무대를 밟았다. 본선 1라운드 심사에 나선 이들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50인의 리스너'를 옆에 두고 치열한 회의를 거쳐 참가자들의 '사인' 여부를 결정했다.
'사인히어'가 첫 방송부터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설정 중 하나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악마의 편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출연자의 자의와 상관없이 장면을 이어 붙여 사실을 왜곡하는 전개는 '사인히어'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제작진은 출연자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래 서사와 캐릭터에 집중해 성장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며 '공정한 경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인히어'는 박재범, 우원재, 그레이 등 심사위원의 친절한 피드백으로 이목을 끌었다. /MBN |
흔히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라 불리는 대한민국 '힙합씬'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인맥 힙합'도 없었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승을 해 이름을 알리더라도 향후 진로는 스스로 모색해야 했지만, '사인히어'의 최종 우승자는 AOMG의 새 식구로 계약, 활동 기반을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AOMG 입장에서는 회사로 당장 영입해도 무리가 없는 뮤지션을 발굴하는 과정이기에 오로지 실력에만 집중해 냉정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무겁고 날카로운 심사로 참가자만큼 시청자들마저 피로도를 높이지 않았다. 아티스트들은 매 무대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친절히 피드백해주고 탈락 시에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계속 음악을 한다면 나중에 언젠가 무대에서 만날 것 같다"고 격려를 잊지 않으며 훈훈하고 인간적은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첫 방송 전 개최된 '사인히어' 제작발표회 당시 박재범은 "늘 '방송에서 힙합을 과연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늘 있었는데 '사인히어'는 다르다. 저희끼리 많은 소통과 회의를 거친 만큼, 시청자분들께도 힙합의 매력을 진솔하게 다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레이 또한 "'사인히어'에는 '악마의 편집'보다 '천사의 편집'이 있어 훈훈하게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1회부터 전에 없던 연출과 전개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사인히어'가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으며 순항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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