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팩트체크] 할미꽃 죽이고 애국심 살렸다?...'봉오동 전투' 논란
입력: 2019.08.06 17:00 / 수정: 2019.08.06 17:00
영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오는 7일 개봉한다. /쇼박스 제공
영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오는 7일 개봉한다. /쇼박스 제공

'봉오동 전투', 강원도 정선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 훼손 논란

[더팩트|박슬기 기자] 반일감정이 최고조로 달한 가운데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일전투에서 최초의 승리를 거둔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가 풀어야 할 중대한 숙제가 있다. 바로 생태계 훼손에 대한 문제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봉오동 전투'의 자연 훼손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예비 관객은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생태계를 훼손했다는 것은 모순된다며 비난했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청원글이 올라왔다. <더팩트>는 '봉오동 전투'의 논란에 대한 문제점들을 팩트체크로 풀었다.

√FACT체크1=제작진, 환경청 경고 무시하고 진행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 촬영 현장 모습. 봉오동 전투는 지난해 12월 동강 유역에서 촬영을 하고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훼손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봉오동 전투' 촬영 현장 모습. '봉오동 전투'는 지난해 12월 동강 유역에서 촬영을 하고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훼손했다. /쇼박스 제공

'봉오동 전투'는 지난해 11월 29일 촬영 도중 강원도 생태·경관보전지역(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거나 자연경관리 수려해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지역으로서 환경부 장관이 지정한 지역)인 동강 일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50여 명의 촬영 스태프와 말 20여 필, 굴삭기 2대, 차량, 촬영 장비 등이 생태계보전지역을 점유하고, 굴삭기를 이용해 차량과 촬영 장비의 이동을 위한 약 200여 미터의 도로를 불법 개설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원주지방환경청은 '봉오동 전투' 현장을 조사하고, 두 차례에 걸쳐 '행위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봉오동 전투' 측이 촬영 정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화약을 터트리는 등 생태계를 훼손하는 촬영을 이어갔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더팩트>에 "'봉오동 전투' 측이 촬영을 위해 불법 도로 개설을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원래 나있던 좁은 도로에 진입하던 과정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강변에 바퀴 자국이 남는 등의 환경을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공포탄으로 소음을 일으켜 주변 야생 동물을 놀라게 한 행위에 대해 자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환경청 관계자는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훼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촬영 허가 여부에 대해서는 "촬영 허가와 관계가 없다. 모래를 채취하거나 식물 채취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생태계 훼손이 안 되는 선에서 촬영은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봉오동 전투' 제작사 측은 <더팩트>에 "촬영 정지 명령이 아니고, 환경청에서 기본적인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 중에 훼손 상황을 인지했다"며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포탄을 터트리는 소리가 실수로 났고, 그 부분에 대해서 법적인 처분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FACT체크2='동강 할미꽃' 자생지 훼손? 복구 불가인가?

위 사진은 동강유역에서 자라는 동강 할미꽃. 영화 봉오동 전투는 할미꽃 자생지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선군청 제공
위 사진은 동강유역에서 자라는 '동강 할미꽃'. 영화 '봉오동 전투'는 할미꽃 자생지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선군청 제공

또 하나 논란이 되는 것은 '동강 할미꽃' 자생지 훼손에 대한 것이다. '동강 할미꽃'은 2000년도 동강이라는 우리 이름으로 명명해 학계에 보고된 세계 유일종으로 인증된 꽃이다. 강원 정선군과 영월군 동강 일대 석회암 절벽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의 다년초 식물로, 할미꽃과 달리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는 점이 특징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봉오동 전투'의 촬영지는 '동강 할미꽃' 자생지가 아니라 동강 하천 부지"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하천 부지에 할미꽃 자생지가 있는데 그 근처에서 촬영했으며 그때 일부 환경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불거진 '할미꽃 자생 불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청 관계자는 "'봉오동 전투' 촬영으로 인해 할미꽃 자생지가 훼손된 건 아니다"라며 "그 주변 환경이 훼손됐을 뿐"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할미꽃 자체가 알려진 것처럼 멸종 위기거나 키우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FACT체크3=제작사 더블유 픽쳐스, 벌금 내고 사과하면 끝?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봉오동 전투 생태계 훼손과 관련한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봉오동 전투' 생태계 훼손과 관련한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봉오동 전투' 측은 지난 6월 사과문을 냈다. 제작사 더블유 픽쳐스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은 별도의 규제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적기에 시정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제작사는 촬영 중 발생한 잘못을 인정하고, 지난해 말 환경청 담당자 확인 아래 식생 훼손에 대한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제작사는 "화약류 사용과 소음 발생으로 인해 부과된 과태료와 법적 처분에 따른 벌금 납부를 완료했고,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자 고심 끝에 올해 1월 다른 지역에서 재촬영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봉오동 전투 측은 동강 유역에서 촬영한 촬영분을 삭제하고, 지난 1월 새로운 곳에서 재촬영했다. /쇼박스 제공
'봉오동 전투' 측은 동강 유역에서 촬영한 촬영분을 삭제하고, 지난 1월 새로운 곳에서 재촬영했다. /쇼박스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오동 전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봉오동 전투' 생태계 훼손에 대한 청원 글이 올라왔다. '환경 훼손 벌금 및 과태료 강화 청원'의 제목으로 올라온 이 글에는 '봉오동 전투'의 제작사인 더블유 픽처스가 동강의 할미꽃 집단 서식지를 훼손한 것이 밝혀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시자는 "보전(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함)지역의 야생 식물들의 훼손 정도가 심각해 자생 복구 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며 "독립운동가들이 지킨 우리 국토를 그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영화에서 훼손하는 것은 모순 행위"라고 했다. 이 글은 6일 오후 2시 기준으로 5790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 게시글에는 "자생 복구 불가 판정" 등 일부 잘못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제작사 측은 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 환경단체 내셔널트러스트 측과 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논의하고 있다"며 "동강 유역 촬영 분량은 삭제하고 재촬영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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