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신성록'] 無기력·有열정…서브에서 메인까지
입력: 2019.07.29 05:00 / 수정: 2019.07.29 05:00
배우 신성록이 퍼퓸 종영 인터뷰를 열고 기자들을 만났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신성록이 '퍼퓸' 종영 인터뷰를 열고 기자들을 만났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신성록 "독특한 배우 되고 싶어요"

[더팩트|문수연 기자] 캐스팅 난항을 겪고 있던 '퍼퓸'에 배우 신성록이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큰 기대감을 가진 이들은 많지 않았다. 16년간 배우 활동을 하며 다작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보여줄 모습이 많이 남아있었고 이번 작품으로 그는 재평가를 받으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됐다. 높아진 평가만큼 신성록의 열정도 더욱 강해졌다.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퍼퓸'(극본 최현옥, 연출 김상휘)에 '관종' 패션디자이너 서이도 역으로 출연한 신성록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신성록은 그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며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서브 주연'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퍼퓸'으로 신성록은 재평가를 받았다. 유치한 캐릭터를 오글거리지 않게 표현해내며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것이다.

엄청난 양의 대사를 소화했던 만큼 신성록은 후련한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활자 공포증에서 벗어나게 됐어요. 그동안 대본만 들여다봤는데 이제 마음이 편안하네요. 그런데 아직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실감이 잘 안 나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신성록은 그동안 고된 촬영 스케줄에 시달려서인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야윈 몸, 축 처진 어깨에 느린 말투는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하게 했다. "저희 작품이 캐스팅에 대한 이슈가 있어서 촬영을 늦게 시작했어요. 또 제가 여태까지 했던 작품 중에 이렇게 분량이 많은 작품은 처음이었죠. 요새 근로기준법 때문에 팀을 나눠서 촬영하는데 시간이 되면 스태프들은 퇴근을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계속 찍어요. 그렇지 않으면 방송을 낼 수 없거든요. 대사로 많은 부분을 설명해야 하는 캐릭터라 대사를 외우는 게 힘들었어요. 주머니에 항상 대본이 꽂혀 있었죠."

인터뷰장에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신성록이 지쳐가는 모습이 보였는지 하재숙은 그가 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전해 들은 신성록은 "점점 현장에서 병들어가는 저를 보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기력이 없어요. 아니면 역할이 짠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까칠한 캐릭터를 위해 84kg에서 79kg까지 체중을 감량한 신성록은 촬영 스트레스로 77kg까지 살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떨어지는 체력에도 현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며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였다. "제가 나이가 40살이 다 돼서 까불까불하지는 않은데 낯을 가리는 성격이에요. 그래도 현장에서는 같이 일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제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죠. 그런데 뒤로 갈수록 기력이 쇠해서 제 역할을 많이 못 한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웃음)"

신성록은 퍼퓸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도전했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성록은 '퍼퓸'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도전했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힘없어 보이는 모습과 달리 그의 내면에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대사 양 때문에 힘들다고 했지만 사실 그게 신성록이 '퍼퓸' 출연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유니크한 단어 선택이 좋았어요. 많은 양의 대사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신들을 소화하면서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죠. 매 신 새로울 수는 없고 클리셰도 있지만 최대한 다르게 보이게끔 하기 위해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신성록은 지난해 SBS '황후의 품격'부터 9월 첫 방송을 앞둔 SBS '배가본드'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쉴 틈도 없이 '퍼퓸'에 출연하는 건 그에게도 쉽기만 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성록은 욕심을 낸 이유가 있다며 "그동안 악역, 센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어요.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평생 로맨틱 코미디는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한 번쯤은 꼭 하고 싶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출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출연 제안이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욕심을 내게 됐는데 재밌었고 괴리감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 하니까 또 센 거 하고 싶네요"라고 웃었다.

'퍼퓸'을 통해 '1번 주연'을 처음으로 맡게 된 신성록이기에 부담감도 있었다. 게다가 '퍼퓸'이 방송 초반 수목극 시청률 1위를 달리다 점점 부진한 성적을 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신성록은 출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황후의 품격' '리턴' 때도 작품이 잘 안 될 때 책임 의식에서 벗어난 적은 없어요. 이번 작품도 제가 '1번 주연'이라 더 부담됐다기보다는 늘 작품을 할 때마다 부담돼요. 물론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죠. 제 전작들도 잘 됐었고, 이번 작품도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하지만 '퍼퓸'을 통해 제가 얻고 싶었던 걸 얻었어요. '악역만 어울리는 줄 알았는데 로맨틱 코미디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반응이 나와서 좋았어요. 긍정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신성록은 퍼퓸에서 천재 디자이너 서이도 역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았다. /KBS2 퍼퓸 화면 캡처
신성록은 '퍼퓸'에서 천재 디자이너 서이도 역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았다. /KBS2 '퍼퓸' 화면 캡처

2013년 SBS '별에서 온 그대에게'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펼친 신성록은 당시 '카톡 개'(카카오톡 개 캐릭터)와 닮은 외모로 별명까지 얻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는 '카톡 개'로 불리고 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이러한 별명이 이어지는 것에 관한 생각을 묻자 신성록은 체념한 듯 웃음을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지겹다는 생각은 3년 전에 한 것 같아요. (웃음) 이제는 뛰어넘어서 아무렇지도 않네요. 인터넷을 하다가 '카톡 개'라고 쓰여 있으면 '신성록'으로 읽혀요. 그 정도로 익숙해졌죠. 처음 별명이 생긴 당시에는 길에서 ''카톡 개'다'라고 하면 기분 나빴어요. 무서운 역할을 했는데 귀여워지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좋아요. 즐기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부정적이지도 않아요."

신성록의 답변에 한 기자가 "신성록 이모티콘을 만들어 달라는 팬들도 있더라"라고 전했다. 그러자 신성록은 "뭐 이미 있는데 또 만들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신성록은 "혹시 별명을 지어준 사람에게 고맙냐"는 질문에 "고맙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네요"라고 단호하게 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신성록이 롤모델을 묻는 말에 없다고 답했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성록이 롤모델을 묻는 말에 없다고 답했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성록은 말수는 적었지만 솔직했다. 답변은 짧았지만 꾸밈없었다. 향후 연기 활동 계획을 이야기하다 롤모델을 묻는 질문이 나왔을 때도 그랬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그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음…. 롤모델은 없어요"라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의외의 답변에 한 기자는 그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냐"고 농담을 던졌다. 신성록은 당황하며 "친한 형들 이름을 말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이 형이 롤모델이 맞나' 생각해봤더니 거짓말 같아서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거짓말은 못 하겠네요. 죄송해요. (웃음) 그런데 본받고 싶은 선배들은 많아요"라고 해명했다.

롤모델은 없지만 배우로서 걷고자 방향은 분명했다. 신성록은 "늘 제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저 배우가 하면 독특하다'는 느낌을 관객분들에게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마다 신선하고 재밌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 꿈이 그래요"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신성록은 엉뚱했다. 정해진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대기 장소로 그를 안내하는 소속사 직원을 향해 신성록은 "저 화장실 가고 싶은데요. 사실 아까부터 가고 싶었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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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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