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방송가 新지각변동③] 치열한 드라마 시장, '편성' 아닌 '작품' 먼저(인터뷰)
입력: 2019.07.08 05:00 / 수정: 2019.07.08 10:38
지상파가 떨어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편성을 변경하고 있다. /더팩트DB
지상파가 떨어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편성을 변경하고 있다. /더팩트DB

정덕현 평론가 "지상파, 출혈 경쟁→편성 다양화"

[더팩트|문수연 기자]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시청자가 드라마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그동안 드라마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던 지상파들은 위기를 맞았고, 그 돌파구로 편성 변경이라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지상파 위주로 돌아가던 드라마 시장에서 tvN, OCN 등은 각각 로맨틱 코미디, 장르물로 특색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자리를 잡았다. 이 와중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2011년 출범하면서 방송가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JTBC가 먼저 '품위 있는 그녀' 'SKY 캐슬' 등을 흥행시키면서 자리를 잡았다. 이어 TV조선, 채널A, MBN도 최근 드라마 편성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 드라마와 웹드라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 태블릿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이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상파는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편성을 변경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MBC의 변화가 가장 파격적이다. 주중 드라마를 오후 10시에 9시로 변경했고, 금토극 신설을 논의 중이다. 저녁 일일극은 폐지하고 아침 일일극을 부활시키기도 했다. SBS도 금토극을 신설해 '열혈사제'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현재 방영 중인 '녹두꽃'도 순항 중이다. KBS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MBC 관계자는 치열한 드라마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품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수연 기자
MBC 관계자는 치열한 드라마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품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수연 기자

MBC의 편성 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를 내리기 이르지만 긍정적으로 보인다. '검법남녀 시즌2'와 '봄밤'이 각각 월화극, 수목극 시청률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MBC 정책기획부 관계자는 <더팩트>에 "9시대 드라마가 선전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성적이 잘 나오면 기분이야 좋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이 시간을 잡았다' '성공했구나'라고 하는 건 우습다. 드라마 라인업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성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내부에서도 관련 회의는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성 전략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MBC는 치열해지는 드라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편성은 아니라고 했다. 관계자는 "좋은 이야기를 자체 기획하거나 좋은 소재 혹은 작품을 갖고 계신 드라마 작가들과 협업하는 게 저희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좋은 작품 말고 무슨 전략이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JTBC가 월화드라마를 오후 11시에서 9시 30분으로 변경하고 MBC가 주중 드라마 시간대를 이동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방송사는 tvN이라고 할 수 있다. 9시 30분대에 정착한 tvN 주중 드라마의 시청자가 다른 채널로 분산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tvN 관계자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편성 전략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상파와 종편의 드라마 시간대 전략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시청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tvN 역시 타깃의 라이프 스타일과 시청 형태를 시청률 데이터, 서베이 등을 통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tvN은 어떤 블록이라도 고정된 콘텐츠 장르가 편성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의 장르, 타깃을 고려해 유연한 편성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tvN 역시 변화하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작품성'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시청 플랫폼이 다양해짐에 따라 TV 수신기에서 집계되는 시청률 데이터는 모든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를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시청률 데이터 외 콘텐츠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콘텐츠의 힘이 최우선이다. 양질의 드라마를 방송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체계적인 시스템과 우수 제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상파 3사가 전체적으로 낮아진 드라마 시청률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KBS, MBC, SBS 제공
지상파 3사가 전체적으로 낮아진 드라마 시청률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KBS, MBC, SBS 제공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지상파의 편성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히려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편성 전략이 현재로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지상파 3사가 같은 시간대에 출혈 경쟁을 했다. 여기에 케이블, 종편까지 포함되면서 다자 구도로 바뀌었다. 게다가 비지상파가 심의 부분에서 훨씬 더 우위를 갖게 되는 판세 변화도 있었다. 현재 지상파가 같은 시간대에 경쟁하는 건 좋을 게 없다. 같은 시간대를 피해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만드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C가 주중 드라마를 9시로 옮기고 KBS 시청률이 동반 상승했다. SBS가 기존에 드라마를 하던 시간대에 예능을 편성하며 적은 작품에 집중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편성 변화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편성에 변화를 준다고 해도 콘텐츠 자체에 경쟁력이 없으면 좋은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봄밤' '검법남녀 시즌2'는 콘텐츠의 완성도도 괜찮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시장은 점점 더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편성, 작품성 등이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답일 수도 있지만 정덕현 평론가는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것이 향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반적으로 드라마 편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수를 줄이는 대신 임팩트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대를 채워나가는 형식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힘든 상황이다. 시즌제 예능처럼 좋은 작품이 있으면 편성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비워두고 예능 등을 편성하는 구성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munsuye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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