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X윤민수의 '술이 문제야'가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젤리피쉬 |
공감대 자극하는 사랑-술 조합, '술 감성' 변천사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매일 매일 수많은 곡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별, 힐링, 비 등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묶는 것은 흔한 홍보전략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 테마도 있다. 스테디셀러 소재 '술'이다.
최근 가장 핫한 노래는 장혜진-윤민수의 '술이 문제야'다. 지난달 18일 발매돼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멜론 지니 플로 등의 음원차트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바이브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그남자 그여자'에서 호흡을 맞춘 윤민수와 장혜진 조합에 바이브의 또 다른 히트곡 '술이야'의 테마 '술'을 가져와 필승조합을 만들어냈다.
'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곡은 1996년 발매된 전람회의 '취중진담'이다.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나 불안해 할지도 몰라'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곡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사랑에 대한 아픔을 '술'이라는 소재와 엮어내 이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2003년 발매된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은 좀 더 직접적으로 많은 이들의 '술 감성'을 건드렸다. 술 중에서도 소주만이 가진 씁쓸함의 요소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 잘 맞아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술이 한 잔 생각나는 밤'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술을 마시면 생각나는 노래를 넘어서서 '술을 부르는 노래'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로꼬(왼쪽)와 화사(오른쪽)가 지난해 '건반 위에 하이에나'에서 호흡을 맞춘 곡 '주지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KBS 2TV '건반 위에 하이에나' 캡처 |
최근엔 지난해 발매돼 많은 사랑을 받은 로꼬-화사의 '주지마'가 있다.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담아낸 이전의 곡들과 달리 썸과 밀당을 조합시켰다. '주지마 술은 주지마 취하면 너 어떻게 해볼라니까/넌 내게 술을 권하지마 후회할 걸 알아', '남자는 전부 똑같대 아니 술 마신 남잔 다 똑같애' 등 술을 마신 뒤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직설적으로 표현해 좀 더 젊은 술 감성을 담아냈다.
현재 음원차트 1위를 질주 중인 '술이 문제야'는 '술이야', '그 남자 그 여자'와 전개가 이어지는 곡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게 젊어졌다. 술 한 잔을 놓고 어지럽게 떠오르는 남자와 여자의 속마음을 직설적 어투로 풀어냈다. '술이 문제야 문제, 자꾸 니가 생각나게 해', '정말 미친 듯이 보고 싶어 한 잔, 정말 미친 듯이 그리워서 한 잔' 등 현실 이별 가사가 짙은 공감대를 안겼다.
음악평론가 성시권 씨는 "전 세계를 불문하고 가장 흔한 노래 소재는 사랑이다.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인데 그래서 더 마음을 건드리는 차별화된 요소가 필요하다. 술은 우리나라에서 특화된 소재이고 사랑이란 감정과 맞물렸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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