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아내의맛'도 전라도 비하…정치권·방송가까지 침투한 '일베'
입력: 2019.06.26 17:00 / 수정: 2019.06.26 17:00
TV조선 아내의 맛 제작진이 일베 자막 논란에 대해 사과했는데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TV조선 아내의 맛 화면 캡처
TV조선 '아내의 맛' 제작진이 '일베' 자막 논란에 대해 사과했는데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TV조선 '아내의 맛' 화면 캡처

'일베' 자막 논란, 지상파 이어 TV조선까지

[더팩트|문수연 기자] '일베' 발언이 정치권을 넘어 방송가도 휩쓸었다. 수차례 빚어진 논란에도 반복되는 실수에 대중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트로트 가수 송가인과 그의 가족이 출연한 가운데 '일베'(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용어가 자막에 담겨 비난을 받고 있다.

이날 송가인의 부모님은 딸의 광주 콘서트를 앞두고 보양식을 만들었다. 그러던 중 팬들이 송가인의 집에 찾아왔고, 깜짝 놀란 송가인의 아버지를 향해 제작진은 '전라디언 깜짝'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전라디언'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해당 자막이 방송된 후 시청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TV조선 측은 26일 새벽 1시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빠르게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다.

TV조선 측은 "25일 방송된 '아내의 맛'에 '일베' 용어인 '전라디언'이란 자막이 방송됐다. 제작팀은 이 용어가 '일베'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인지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앞으로 더 신중하고 주의 깊게 방송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가수 홍자는 전라도 비하 발언으로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남용희 기자
가수 홍자는 전라도 비하 발언으로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남용희 기자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베'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송가인과 함께 '미스트롯'에 출연했던 홍자도 전라도 비하 발언을 했다. 홍자는 7일 전라남도 영광에서 열린 '2019 영광 법성포 단오제' 무대에서 "전라도 사람들을 실제로 보면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 발톱이 있고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홍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변명의 여지 없이 저의 실수이며 저의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고 더 신중한 언행과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측이 일베 자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SBS 런닝맨 화면 캡처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측이 '일베' 자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SBS '런닝맨' 화면 캡처

그동안 방송가에서는 여러 차례 '일베' 논란이 있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은 지난해 5월 세월호 자료 화면 삽입과 함께 '일베'에서 세월호 참사를 조롱하며 만든 '어묵 표현'을 자막으로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KBS2 '연예가중계'도 지난해 '일베'에서 만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비하 사진을 사용했다. 또 해당 회차에서 '일베'가 조작한 러시아 월드컵 로고 이미지를 삽입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 회에 두 번이나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한 것을 단순한 실수라고 말씀드리기가 참으로 민망하다. 사건의 고의성을 지적하는 분들의 심정과 분노를 십분 이해한다. '일베'의 해악과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방송계에 필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려던 저희의 기획을 스스로 빛바래게 하기도 했다"며 "여러분의 지적과 호통을 달게 받겠다.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SBS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런닝맨'은 '일베'에서 제작한 대학교 마크를 방송에 내보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과정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개운지'를 자막으로 써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런닝맨' 제작진은 "단순한 오타일 뿐 의도적 실수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일베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김세정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일베'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김세정 기자

방송가뿐만 아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일베' 발언으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곤욕을 치렀다. 나 원내대표는 '달창'이라는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줄임말로 스스로를 '달빛기사단'이라고 칭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속되게 표현한 단어다. 논란이 일자 나 원대대표는 "'문빠'라고 하니까 '달빛 창문'을 축약한 줄 알고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도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난달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SNS에서 좌파들이 난리를 치고 있다"며 "'문빠'·'달창'들이 제일 뿜었던 것은 '좌파독재'라는 대목이었다"고 적었다. 이 표현에 대해 누리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그는 "달창은 닳아빠진 구두 밑창이라는 뜻인데…표준어다"라고 반박해 논란을 더 키웠다.

이처럼 신중해야 할 공인과 방송사들이 경솔한 언행으로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대중에게 뭇매를 맞은 전례가 수차례 있음에도 안일한 태도를 보여주는 이들에게 대중은 이미 마음을 돌린 듯하다. 늘 "몰랐다"고 하지만 그러한 말은 더이상 변명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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