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김제동이 여론에 절대 불리한 이유
입력: 2019.06.12 08:43 / 수정: 2019.06.14 10:40
김제동은 김정은 찬양 방송논란에 이어 고액 출연료 의혹, 그리고 재정자립도 16%인 대전 대덕구 이벤트의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휩싸이며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KBS
김제동은 '김정은 찬양 방송논란'에 이어 고액 출연료 의혹, 그리고 재정자립도 16%인 대전 대덕구 이벤트의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휩싸이며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KBS

방송계 대표 '블랙리스트' 인물, 오해받을 언행 '자제' 필요

[더팩트|강일홍 기자] "지금 KBS의 상황은 엄중하다 못해 곧 파국을 맞을 것 같은 백척간두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신뢰도, 영향력, 경쟁력 등 모든 지표가 급전직하 하고 있고, 경영성과는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습니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라는 독점적인 타이틀도 빼앗기고, '9시 뉴스'의 시청률은 한자리 수로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타이틀 마저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듭니다."(KBS 소수이사 성명서)

지난 4일 KBS 소수이사(서재석, 천영식, 황우섭)는 "KBS에 초대형 위기가 곧 닥칠 것이라는 정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직원들의 의식전환을 촉구했다. 성명서에서 이들 3인은 "경영진과 그들의 배후집단은 회사가 장기적 생존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보다는, 과거 자신들이 잘나가지 못한데 대한 한풀이와 함께 그들의 권력을 고착화하기 위한 말뚝박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현실을 직시하라"고 결론을 맺었다.

KBS이사회가 밝힌 2018년도 경영평가 결과 당기 순손실은 321억 원이다. 2016년 248억 원, 2017년 564억 원이었던 당기 순이익이 양승동 사장 체제 출범 이후 적자로 전환돼 공세의 빌미를 줬다. 다만 이사회는 "글로벌 미디어와 1인 방송의 확산에 따른 시청률과 점유율의 저하 문제에다 한 해를 대표할 만한 콘텐츠도 부재했다"고 평가한 뒤 "비용 절감이라는 소극적 자구 노력만으로는 경영 안정화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제동은 김미화(오른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이전 정권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배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방송계 대표인물이다. 사진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왼쪽에서 두번째) 북콘서트 당시. /이새롬 기자
김제동은 김미화(오른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이전 정권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배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방송계 대표인물이다. 사진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왼쪽에서 두번째) 북콘서트 당시. /이새롬 기자

◆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 MC' 김제동, 고액 방송출연료에 이은 고액 강연료 논란

KBS는 책임있는 공영방송이라는 위상 때문에 툭하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 십상이다. KBS에 대한 논란은 주로 사장 임명 방식, 수신료 징수, 여권 편향성 등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 추천에 의한 지배구조 문제로 홍역을 앓는다. 같은 이사회 내부에서조차 견해가 다르고 인식이 다르다. 수장을 선임하는 데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이런 소모적 논쟁은 1973년 공사 출범 이래 반복돼왔다.

KBS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8월 방송인 김제동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낙점되면서 또 한차례 불거졌다. 9월 정기개편을 기점으로 '김제동 오늘밤'을 KBS1 '9시뉴스' 직후 시간대에 편성하려하자 시간대가 맞물리거나 축소될 처지에 놓인 '가요무대' 등 일부 PD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내부에서부터 반발을 샀다. 더구나 김제동은 블랙리스트 방송인의 상징성으로 인해 '보상차원의 기용'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팽배했다.

이전 정권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배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은 현 정부가 들어선 뒤 또 다른 차원에서 주시의 대상이 됐다. 영문도 모른 채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행사가 취소되는 피해를 입은 만큼 거취만으로 '특혜' 의심을 받는다. 이중에서도 김미화와 함께 도드라지게 피해를 입은 인물로 언급된 김제동은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 MC' 타이틀을 걸면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김제동은 고액 강연료를 두고 자신을 비판한 조선일보 칼럼을 지목한 뒤 사실관계를 잘 보고 쓰라고 반박했다. /KBS 자료
김제동은 고액 강연료를 두고 자신을 비판한 조선일보 칼럼을 지목한 뒤 "사실관계를 잘 보고 쓰라"고 반박했다. /KBS 자료

방송계 대표 '블랙리스트' 인물, 자칫 오해받을 소지 있는 언행에 더 신중 기해야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MC 결정에서부터 '뜨거운 감자'가 된 김제동은 사안마다 구설에 올랐다. 김수근 위인맞이 환영단장 인터뷰 후 '김정은 찬양 방송논란'에 휩싸였고 고액 출연료 논란이 뒤를 이었다. 김제동은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하며 주 4회 방송 기준 5600만원(회당 350만원*4), 연간 출연료만 6억 7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 직후 '나는 받는 만큼 베푼다'는 그의 입장표명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는 고액 강연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정적 여론이 팽배하면서 취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제동은 당초 오는 15일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대전 대덕구 중·고등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이벤트 강연(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하는 청소년 아카데미)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연료가 1시간 30분에 1550만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았다. 대덕구의 재정자립도는 16%대로 알려졌다.

김제동은 고액 강연료를 두고 자신을 비판한 조선일보 칼럼을 지목한 뒤 "사실관계를 잘 보고 쓰라"고 반박했다. 언론은 대중의 관심사에 다양한 시각을 표출하며 여론을 반영한다. 보기에 따라 특정 언론에 대한 반박이 아닌 국민여론에 도전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친다면 그 자체만으로 부적절한 태도다. '오늘밤 김제동'은 1인 유튜브 방송이 아닌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다. 주목을 받을수록 말 한마디에도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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