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미스트롯' 대박과 공연계 '빛과 그림자'②
입력: 2019.05.29 11:08 / 수정: 2019.05.29 23:29
관객은 늘 새로운 그 무엇을 갈구하고 찾는다. 올 5월은 미스트롯 흥행대박으로 공연계 희비가 갈렸다. 사진은 미스트롯스타 송가인 정다경 김나희 홍자(왼쪽부터)
"관객은 늘 새로운 그 무엇을 갈구하고 찾는다." 올 5월은 '미스트롯' 흥행대박으로 공연계 희비가 갈렸다. 사진은 미스트롯스타 송가인 정다경 김나희 홍자(왼쪽부터)

[더팩트|강일홍 기자] "방탄소년단의 전세계적 열기를 한때 국내 언론이 뒤따라 가지를 못하더라고요. 지난해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나 공연장 주변에서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미국팬들을 해외 언론이 조망한 뒤에도 국내에선 한동안 잠잠했거든요. 요즘 국내 공연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스트롯' 공연 때문입니다. BTS와는 좀 다른 케이스지만 티켓전쟁으로만 치면 다를 것도 없어요."

TV조선 음악 예능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공연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종편채널들은 오랜만에 새로운 기대감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방송가에 명멸하는 수많은 화제프로그램 중 종영 이후에도 이처럼 긴 여운, 아니 후속열기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미스트롯' 콘서트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수록 한편으로는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유례없는 이변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스트롯' 전국 공연은 8월까지 상반기에만 무려 17곳에 이른다. 당초 서울 인천 광주 천안 대구 부산 수원 등 주요 지역에만 세팅이 돼 있던 공연일정은 방송 종영 직후 고양 전주 안양 창원 의정부 대전 청주 강릉 원주 제주 등이 추가되면서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취재 중 만난 한 공연기획자는 "솔직히 처음엔 일시적 현상으로 알고 대관관련 문제에도 제때 대응을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공연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미스트롯 멤버들. 지난 25일 인천 남동구 남동체육관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리허설 무대. 숙행, 송가인, 김희진, 김소유, 정다경(왼쪽부터). /남용희 기자
공연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미스트롯 멤버들. 지난 25일 인천 남동구 남동체육관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리허설 무대. 숙행, 송가인, 김희진, 김소유, 정다경(왼쪽부터). /남용희 기자

◆ 올 5월 공연계 분수령 가른 '미스트롯', 광주에선 이례적 앙코르 연장 공연까지

오는 6월8일과 9일 이틀간 콘서트가 열리는 광주는 요즘 '미스트롯'이 화두다. 우승자 송가인의 고향 지역인 이곳은 티켓 오픈 때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고 공연 날이 다가오면서 또 한차례 소동이 일고 있다. 뒤늦게 티켓을 구입하려는 일부 열혈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역 유력 정치인들까지 동원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8일 2회 공연에 9일(1회)을 하루 연장했음에도 5분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미스트롯'에 대한 광주 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비칩니다. 아마도 송가인 열풍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가 통하는 듯해요. 수십년 공연을 해왔지만 평소엔 이렇지를 않았거든요. 어떤 빅스타 공연을 붙여도 티켓 구매 욕구가 단기간에 폭발하긴 힘들어요. 좌석을 늘리는건 한계가 있고, 몇백석 늘려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요. 결국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연 기간 중에 하루 연장하는 앙코르 오픈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죠."(공연 관계자)

공연계의 5월은 한해 퍼포먼스 일정의 분수령이나 마찬가지다. 빅 공연이벤트의 대부분은 5월 흥행여부에 따라 판도가 바뀐다. 올해는 '미스트롯'으로 희비가 갈렸다. 공연계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겨 판을 접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전통적으로 중장년 팬들의 티켓 명맥을 이어온 이미자, 김영임, 심수봉 공연마저 빛이 바랬다. 일부 공연기획사는 '미스트롯'과 겹치지 않게 부랴부랴 공연일정을 조율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미스트롯 12명 멤버들이 지난 25일 오전 인천광역시 남동구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리허설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미스트롯' 12명 멤버들이 지난 25일 오전 인천광역시 남동구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리허설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티켓불황 아이러니' 기성 가수 자존심 뒤흔든 풍요속 빈곤, 공연계의 명암(明暗)

'미스트롯' 흥행 대박은 종편방송가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개국 초기 '예능시청률 1%' 문턱이 힘겨웠던 4개 종편채널은 '마의 두자릿수'(JTBC '효리네 민박' 10.75%)를 넘어 '18.1%'(TV조선 '미스트롯', 닐슨 코리아, 유료방송 가구, 전국 기준)를 찍으며 당당히 지상파가 두려워하는 경쟁자가 됐다. 특히 '미스트롯'에 이은 '미스터트롯' 제작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트로트 소재 음악프로그램도 잇달아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대중문화 트렌드는 수시로 바뀌고 팬심도 바뀐다.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은 리뉴얼되지 않은 똑같은 레퍼토리에 식상해한다. 올해 공연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는 반응에 대해 기획자들은 단순히 경기불황이 만든 '티켓구매 의욕 저하'로만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은 '미스트롯'의 폭발 열기에 여지없이 빗나갔다. 관객들은 '늘 보던 그렇고 그런' 메뉴가 아니라 '신선한 그 무엇', 새로움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대표적 경험재(經驗財)인 공연은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특정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면 대중들이 따라 구매하는 심리)로 분석되기도 한다. 남들이 하면 따라하고 싶고, 입소문이 나면 공유하고 싶어지는 현상 때문이다. 문제는 '미스트롯' 빼고는 흥행이 잘 안된다는 점이다. 나훈아 공연이야 예외로 친다지만 빅 아티스트들이 '티켓 불황을 겪는다'는 사실은 '미스트롯' 흥행이 만든 아이러니다. 기성 가수들의 자존심까지 뒤흔든 미스트롯 '열풍 속 빈곤', 공연계의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eel@tf.co.kr

<관련기사> [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미스트롯' 대박과 공연계 '빛과 그림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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