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박경'] 예능인보다 가수, 가수보다 음악인
  • 김희주 기자
  • 입력: 2019.05.28 05:00 / 수정: 2019.05.28 05:00
박경이 신곡 귀차니스트를 발매하며 돌아온다. /세븐시즌스
박경이 신곡 '귀차니스트'를 발매하며 돌아온다. /세븐시즌스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박경, 23일 '귀차니스트' 발매[더팩트|김희주 기자] '박경', 솔직히 뮤지션으로서 모습보다는 고정 예능프로그램 tvN '문제적 남자' 속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으로서 이미지가 더 강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그룹 블락비로 데뷔해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잠시 주춤한 그룹 활동 후에는 '문제적 남자'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얻은 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격지심' '보통연애' '오글오글' 등 여러 곡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서도 입지를 다진 박경. 하지만 힙합이나 래핑이 포함된 곡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았기에 그가 신곡 '귀차니스트'를 발매한다고 했을 때는 조금 의아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연 박경과 한 시간 동안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그가 자신만의 진지한 음악적 가치관을 확립한 뮤지션일지에 관한 궁금증을 끌어안고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

박경은 문제적 남자 고정 출연진으로 출연하면서, 지적이고 똑똑한 이미지를 보였다. /tvN 문제적 남자 방송 캡처
박경은 '문제적 남자' 고정 출연진으로 출연하면서, 지적이고 똑똑한 이미지를 보였다. /tvN '문제적 남자' 방송 캡처

하지만 실제로 만난 박경은 TV에서만 보던 장난기 많고 밝은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가 있었다. 일상과 근황 이야기 등 가벼운 주제로 분위기를 풀 때는 누구보다도 유쾌하게 맞장구를 치더니, 음악 이야기가 나오면 사뭇 진지해져서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 쉽게 입을 열지 않고 생각 정리에 공을 들였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가수 박경의 신보 '귀차니즘'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사람에 따라 다소 '덥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5월 중순, 이날 만난 박경은 첫인상부터 예상을 깬 모습으로 등장했다.

긴팔 티에 패딩 조끼, 그리고 챙 깊은 캡 모자를 쓰고 수더분한 얼굴로 등장한 박경은 "안녕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곤 "덥지 않으세요?"라는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이 나이를 먹다 보니 더위를 안 타게 되네요. 하하"라는 대답과 함께 자리에 앉아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박경의 귀차니스트는 경험담에서 착안한 곡으로, 귀찮음이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담았다. /세븐시즌스
박경의 '귀차니스트'는 경험담에서 착안한 곡으로, 귀찮음이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담았다. /세븐시즌스

박경이 23일 발표한 신곡 '귀차니즘'은 이 세상 모든 '귀차니스트'들을 위해 만든 자작곡이다. 가사를 들으면서 공감할 수 있게 재미있는 표현들을 넣었고, 재즈와 힙합을 기반으로 색소폰 솔로 파트까지 넣어 듣는 맛까지 살린 노래이기도 하다.

신곡 제목은 '귀차니즘'이지만, 박경은 음악에 있어서만은 전혀 귀찮음을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작업에 함께 참여한 뮤지션이자 vinternoon를 먼저 언급하며 "음악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로 'digging(디깅)'이라는 과정 중에 발견한 친구예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을 발굴해내는 과정의 일종인데, 저도 항상 그 과정을 거치거든요. 그러다 vinternoon를 알게 됐고 제가 먼저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작업 제안을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박경은 자신을 귀차니스트라고 표현하며 특히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븐시즌스
박경은 자신을 '귀차니스트'라고 표현하며 "특히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븐시즌스

어느 날, 갑자기 종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이 귀찮아짐을 느낄 때의 경험에 착안해 만든 '귀차니즘'. 그는 이처럼 주로 경험에 의해 작사·작곡을 한다며 음악적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상에서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에서 영감을 받아요. 책이나 드라마, 영화요? 그런 건 가공된 이야기잖아요. 어쨌든 누군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과 내용인데, 전 그런 데는 별로 공감을 못 느껴요. 친구와 편하게 소주 한잔하면서 '요새 여자친구랑 어때?' '요즘 고민이 뭐야?' 등 직접 나눈 대화들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거든요."

2011년 그룹 블락비로 데뷔해 어느덧 연예계 생활 9년 차가 된 박경. 그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과 가요계의 전반적인 흐름까지 파악할 줄 아는 연차 높은 선배 가수가 됐다.

'귀차니즘'은 음악 방송 활동이 진행되지 않는 곡이다. 그 첫 번째 이유로 박경은 "제가 신인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 저희는 음악 방송에 출연할 때 인지도가 없다 보니까 한 곡을 쪼개고 쪼개서 4분짜리 노래를 2분만 부른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내가 '귀차니즘'으로 음악 방송을 한다면? 생각해보니까 그렇게까지 해서 후배들의 무대를 뺏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설명했다.

박경은 그룹 블락비 소속 가수이자 솔로 가수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블락비 잭팟 뮤직비디오 캡처, 아리랑 TV 방송 캡처
박경은 그룹 블락비 소속 가수이자 솔로 가수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블락비 '잭팟' 뮤직비디오 캡처, 아리랑 TV 방송 캡처

또한 박경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다양한 동영상 시청, 음악 청취 플랫폼 등에 관해서도 많이 생각해본 듯 또 다른 이유를 들었다. 그는 "콘텐츠 유통 채널이나 회사들은 트래픽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거예요. 그쪽에서는 아마 많은 사람이 시청을 하는 게 좋으니까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려고 할 테고요. 저는 그런 점을 이용해서 참신한 홍보 방법, 영상 제작 등을 고안하고 만든 신곡을 홍보하면 되는 거예요"라며 "그래서 '음악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아서 홍보를 못 했다. 그래서 이번 곡은 성적이 어떻다' 이렇게 말하는 건 좀 변명처럼 들릴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 내 노래를 홍보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렇게 박경은 음악에서는 진지하고 전문가적인 면모를 보이다가도, 다소 분위기가 경직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는 재치 있는 대답으로 현장의 사람들에게서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함께 피처링하고 싶은 가수를 묻는 질문에 "그런데 저 예전 인터뷰에서 딱 한 번 수지 씨랑 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 했다가 당시 거의 모든 인터뷰 기사 제목이 수지 씨가 언급되게 나간 적이 있어요. 이런 거 대답 안 하면 안 돼요?"라고 말하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박경은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는 "장난이고요, 사실 피처링을 같이하고 싶은 가수는 아직 없어요. 행사를 뛰다 보니까, 내 분량이 아닌 다른 피처링 가수의 분량이 나올 때는 관객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덧붙였다.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도 박경은 매우 단호하게 "그것도 절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장난기를 보이다가도 "착하고 마음이 예쁜 사람이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로 끌어가는 그의 모습에 취재진은 은은한 미소를 띨 수 있었다.

박경은 음악 작업을 할 때 가상의 이야기보다는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라고 밝혔다. /세븐시즌스
박경은 음악 작업을 할 때 가상의 이야기보다는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라고 밝혔다. /세븐시즌스

블락비 그룹 활동부터 싱어송라이터로서 음악적 활동,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과 함께 최근 시작한 MBC FM4U '박경의 꿈꾸는 라디오' DJ 활동까지. 결코 가볍고 단편적으로만 살아온 사람이라면 해낼 수 없는 이력들을 차곡이 만들어오고 있는 박경.

그는 내면에 쌓아둔 단단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내비치며 "저는 제 음악에 대해 믿음이 강한 편이에요. 자기애보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더 높을 정도죠. 노래 하나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는 데에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어요. 그런데 저는 제가 좋으면 들어주는 분들도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블락비에서 솔로 가수로 변신하는 그 기로에 있을 때는 차트 순위 같은 음원 성적에 많이 신경 썼죠.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 정리가 된 상태에요. 행복하게, 만족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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