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마블 민국'이라서? 독과점 때문?"...'어벤져스4' 흥행의 이면
입력: 2019.04.30 05:00 / 수정: 2019.04.30 05:00
어벤져스4가 개봉 5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4'가 개봉 5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엔드게임' 말고 다른 영화도 보고 싶은데….

[더팩트|박슬기 기자] "'어벤져스:엔드게임' 말고 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데 찾기도 어렵고, 시간대도 별로 없더라고요."

아무리 '마블 민국'이라고는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어벤져스4')말고는 볼 수 있는 영화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어벤져스4'가 개봉한 지난 24일부터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영화관에는 모두 '어벤져스4'로 도배돼 있다. 조조부터 심야까지 선택권은 없다. 그러니 개봉 5일 만에 600만을 돌파할 수밖에. '어벤져스4'의 이같은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 관람객들의 선택권을 뺏는 선택권 침해는 물론 다른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앗아간 잔인한 무기가 됐다.

29일. 강남 CGV, 홍대입구 롯데시네마 예매사이트에서 확인한 상영시간표. / CGV, 롯데시네마 홈페이지 캡처
29일. 강남 CGV, 홍대입구 롯데시네마 예매사이트에서 확인한 상영시간표. / CGV, 롯데시네마 홈페이지 캡처

29일 기준으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예매사이트를 확인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CGV는 상영되는 영화는 '어벤져스4' 단 하나였다.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는 '어벤져스4'외 '생일' '캡틴 마블'이 있었지만 '생일'은 각각 두 번의 상영이 끝이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지만, '어벤져스4'의 시간대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상영시간이 많은 건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 '더 캡틴' '베카신!' 등으로 각각 세 번 상영했다. 이 외 영화들은 모두 한 번에서 두 번만 상영했다.

메가박스는 CGV와 롯데시네마에 비해 상영하는 영화의 수는 많았지만, 상영시간과 상영관은 어벤져스4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메가박스 홈페이지 캡처
메가박스는 CGV와 롯데시네마에 비해 상영하는 영화의 수는 많았지만, 상영시간과 상영관은 '어벤져스4'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메가박스 홈페이지 캡처

개봉 첫 주 주말인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어벤져스4'는 전국 28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역대 최다 스크린 수였던 2760개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상영 횟수는 무려 3만 9286회다. 스크린 점유율은 52.3%로 전국 모든 극장 상영관의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이에 반해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은 13.6.%를, '생일'은 7.6%, '요로나의 저주'는 2.9%, '노팅 힐' 2.4%, '미성년' 2.4%, '크게 될 놈' 2%의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했다. 주말동안 '어벤져스4'는 414만 3956명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 5일 만에 6000만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 독과점으로 논란이 됐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이 유독 마블 영화의 독과점에는 관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서 공개된 스크린 점유율.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서 공개된 스크린 점유율.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실제로 국내에서 흥행한 작품 TOP20개를 살펴 본 결과 다수의 작품이 2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점령했다. 이 가운데서도 마블 영화들이 눈에 띄었다. ▲1위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553개) ▲2위 '신과함께-인과연'(2235개) ▲3위 '캡틴마블'(2100개) ▲4위 '군함도'(2027개) ▲5위 '극한직업'(2003개) ▲6위 '캡틴아메키라:시빌 워'(1991개) ▲7위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1972개) ▲8위 '미션임파서블: 폴아웃'(1957개) ▲9위 '스파이더맨: 홈커밍'(1965개) ▲10위 '신과함께-죄와벌'(1912개) 등이 있다. 이 외에 20위권 안에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앤트맨과 와스프' '토르:라그나로크' '미녀와 야수' 등 있었다. 마블 영화과 20위 권 안에서만 무려 7개가 있다.

영화계 종사하는 한 홍보 관계자는 "스크린 독과점은 비단 '어벤져스4'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동안 많은 마블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블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관객이 선호하고, 선택하는 비율도 높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벤져스4'의 출격으로 한국 영화들은 몸을 사렸고, 4월 영화 시장은 큰 폭으로 축소됐다. 때문에 관객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마블 영화 피하기에 바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국영화들은 '어벤져스4' 개봉 시기를 피해 잡았다. 오는 5월에 개봉하는 영화만 무려 5편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 '걸캅스' '악인전' '어린 의뢰인' '배심원들' 등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4월엔 다들 '어벤져스4'를 피하느라 영화시장 자체가 워낙 작았다"며 "학생들의 중간고사 시즌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5월 영화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가족 단위의 관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벤져스4'와 다른 한국영화들도 함께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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