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드라마 '녹두꽃' 제작발표회에 배우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신경수 PD 등이 참석했다. /SBS 제공 |
'녹두꽃',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 방송
[더팩트|김희주 기자] "좌절과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과 연대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삶이 지금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 그리고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랍니다."
새 드라마 '녹두꽃' 연출을 맡은 신경수 감독의 첫마디였다. 함께한 배우들 또한 그의 기획 의도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내비쳤다.
26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SBS '녹두꽃-사람, 하늘이 되다'(연출 신경수, 이하 '녹두꽃')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신경수 PD와 배우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 박혁권, 노행아, 박규영이 참석해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녹두꽃'에 출연하는 배우 윤시윤(좌), 한예리, 조정석(우). 이들은 동학농민원동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을 연기한다. /SBS 제공 |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로, 구중궁궐 암투 대신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는 민중역사극이다. 그동안 사극 드라마에서 다뤘던 소수의 궁궐 내 권력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일반 민중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윤시윤은 개인적으로도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흥미를 가져왔다고 고백했다. /SBS 제공 |
윤시윤은 '녹두꽃'을 향한 배우로서 책임감과 애정을 '사랑'으로 표현했다. 그는 "사실 '녹두꽃'이 드라마화 된다는 사실을 알기 전부터 저는 동학농민운동을 좋아했다. 그 역사적인 일에 예전부터 흥미를 느꼈고 개인적으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윤시윤은 "어떻게 보면 짝사랑이었는데, 마침 신기하게도 '녹두꽃'이라는 드라마 제안을 받게 돼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고 지금은 촬영하며 열렬히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윤시윤은 동학농민혁명을 '자랑스러운 문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삼색기를 사용하는데, 이건 과거 프랑스 혁명 당시 '자유, 평등, 박애'를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계승된 결과다"라며 "동학농민운동도 그렇다. 그 시대에 그 역사적 사건을 일으켰던 조상들의 결단력과 정신이 이어져 3·1운동이 열리고 지금까지도 계승돼 우리의 삶 속에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역사라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그 일을 만들어냈는지, 면면의 마음들을 살피는 의미도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배우 조정석은 영화 '관상' 후 드라마로는 '녹두꽃'이 첫 사극 작품이다. /SBS 제공 |
조정석 또한 '녹두꽃'을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지난 2013년 영화 '관상'(연출 한재림)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드라마로는 첫 사극에 도전한 조정석은 출연 계기로 "개인적으로 대본을 받고 정말 재미있었다.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그 사회를 살던 사람들의 사랑과 형제애, 가족애 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극 중 자신의 과거를 향해 봉기한 동학군 별동대장 백이강을 연기한다. 그는 전라도 고부의 악명높은 이방이자 만석꾼인 백가의 장남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방이 돼 가문을 건사하는 것이 자신의 팔자라고 믿는다. 하지만 전봉준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 후 그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배우 윤시윤과 조정석. 이들은 '녹두꽃'에서 이복 형제로 출연한다. /SBS 제공 |
극 중 '얼자'라는 천한 신분으로 백이강이라는 이름보다 '거시기'라고 불리는 투박한 삶을 살던 캐릭터를 연기한 조정석. 그는 첫 사극으로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대해야 하는 부담감, 그리고 실존 인물인 전봉준이 아닌 가상의 인물 백이강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인물 그 자체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조정석은 "사극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말투 적인 부분도 그렇다. 그 당시에도 저처럼 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특별한 연습을 하지는 않았다"며 "그보다는 가상의 인물이기에 저의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살았는지를 꾸준히 고민하며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삼인방 중 유일하게 여성으로 작품에 함께한 한예리 또한 신중한 소감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진지한 태도를 드러냈다. 극 중 한예리는 이문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삶을 택한 객주 송자인으로 분한다. 송자인은 호기심에 들락거리던 성당에서 불란서(프랑스) 신부가 들려주는 나라 밖 얘기를 들으며 개화를 열망하는 신여성으로 성장했다. 고부의 방곡령으로 인해 자신이 운영하는 여각이 위기에 처하자 그는 한장의 문서를 들고 고부로 향하게 된다.
한예리는 '녹두꽃'에서 장사치의 딸 송자인으로 분한다. /SBS 제공 |
한예리는 송자인에 관해 "지금은 아직 촬영을 하는 단계라서 작품 속 제가 맡은 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비춰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봐온 지안이는 한 명의 '사람'으로써 자신의 생각과 뜻, 그리고 이념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이다"라며 "후회나 고민을 하기보다는 일단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이 직접 인생을 설계해 나가려는 성격이다"고 말했다. 이어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함께한 인물이니, 남성들에게서 소외되거나 도태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송자인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녹두꽃'은 26일 오후 10시에 처음 방송된다. /SBS 제공 |
최무성은 전봉준을 맡게 된 데에 관한 부담감을 내비치면서도 깊게 고민한 후 느낀 점들을 밝혔다. 그는 "동학농민혁명은 실제로 꽤나 짧은 시간 동안 벌어졌다. 하지만 드라마로 풀어내니 굉장히 길어졌더라"며 "실제 사건이지만 많은 상상력도 동원됐다. 사람들이 사건을 벌이기 전 만나서 정확히 어떤 문장을 말하며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을지는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 점들을 드라마에서 자세하게 다뤘으니 그 점에서 드라마만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역사라는 큰 주제로 생각하지 말고 간단하게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그 당시에 그렇게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과연 어떤 삶이 옳은가'를 고뇌하며 거쳤던 상황들을 함께 봐주시고 그들이 느낀 분노와 절망, 희망 등 여러 감정을 따라와 주시면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저 '동학'하면 떠오르는 녹두장군 전봉준의 일대기가 아닌, 항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궤도를 이탈해버린 민초들의 진정한 삶을 그려낸 '녹두꽃'은 오늘(26일) 오후 10시에 처음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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