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배우 정소녀는 수십년 전 '흑인 출산설'에 이어 최근 '간암 투병설'에 휩싸였지만, 결국 얼토당토 않은 헛소문으로 끝났다. /더팩트 DB |
[더팩트|강일홍 기자] 연예계를 발칵 뒤집는 사건들 중엔 근거없는 루머가 한몫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수 주현미는 에이즈설이라는 뜬금없는 소문에 휩싸이면서 가슴을 쳤고, 정소녀와 정수라는 사생아 출산설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에이즈 감염설' '흑인 아이 출산설' '기업 회장 관계설' 등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연예계 황당 루머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미 수십년 전 과거사로 묻혀지고 실체없는 괴소문으로 밝혀졌어도 세인들의 기억 속엔 여전히 깊이 각인된 쇼킹한 사건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연예계 소문 중 상당수는 황당무계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소문을 접한 사람들의 태도다. 스스로는 '절대 믿기 힘든 얘기'라고 확신하면서도 '그거 진짜래요?' 하며 관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마치 사실인양 주변사람들에게 살을 붙여 전파한다. 가황 나훈아는 '특정 신체 부위 훼손설'에 휩싸이며 호텔 기자회견을 갖는 곤욕을 치렀고 무려 11년이란 긴 잠행과 공백으로 이어졌다. 그는 컴백 첫 무대에서 "(소문 때문에) 보따리 하나 둘러메고 전세계 오지를 여행하며 지구를 5바퀴나 돌았다"고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연예계 소문중 상당수는 황당무계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소녀와 정수라는 한때 사생아 출산설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더팩트 DB |
◆ 정소녀, 수십년 전 '흑인 아이 출산설' 괴소문-최근엔 '간암 말기 투병설' 해프닝
정소녀(본명 정애정)는 70~80년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한 최고의 스타였다. 그런 그가 난데없이 '흑인 아이를 낳았다'는 괴소문에 휘말렸다. 내용 또한 황당하면서도 충격 그 자체였다. '국빈 방문한 아프리카 가봉 대통령과 관계해 출산했다.' 물론 이 스토리는 인기를 시샘한 터무니없는 루머로 밝혀졌다. 소문이란 게 대개 그렇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본 요소를 담고 있다. 70년대 중 후반이면 개발독재 시대 끝무렵이고 정소녀가 한창 잘 나가던 시기다. 마치 은밀한 거래의 희생양처럼 소문은 각색됐다.
정소녀는 1972년 연극배우 첫 데뷔한 뒤 이듬해 MBC 6기 공채 탤런트로 정식 데뷔했다. 1974년 이두용 감독의 영화 '돌아온 외다리'에서 조연을 맡으며 영화에도 발을 넓혔다. 1975년 TBC 연기대상을 받았고 76년 TBC의 '쇼쇼쇼' 메인 MC, 1985년 KBS2TV 가족 오락관 2대 MC를 맡았다. 가수 최병걸과 '그 사람'을 불러, 연기자-MC-가수로 명성을 날렸다. 1996년 드라마 '파리 공원의 아침'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2009년 SBS 주말극 '그대 웃어요'로 컴백했다. 디지털 싱글 음반 '깜빡'을 발표하며 가수로 복귀했다.
컴백 후 그녀는 TV 토크쇼에 출연해 "흑인 아이 출산설은 터무니 없는 소문"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그는 "한창 인기를 누리며 CF가 쏟아졌는데 (악성루머가 터진 이후) 갑자기 광고출연이 끊겼다"면서 "가봉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며,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뜨린 자가 누구인지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급기야 모 일간지가 '소문의 진상' 파악을 위해 가봉 현지 취재에 나서는 해프닝으로 이어졌지만, '정소녀의 흑인 출산설'은 지금도 연예가의 '대표 악성 루머'의 상징처럼 남아있다.
정소녀가 또 다시 '악성 소문'의 주인공으로 소환됐지만 겹친 과로와 과음이 황달로 진행되면서 와전된 내용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015년 음반발매후 출연했던 '불후의 명곡' 한 장면. /KBS '불후의 명곡' |
◆ 방송 복귀 후 뜸한 활동이 엉뚱한 중병설 부채질 "황당한 소문, 사실과 다르다"
정소녀가 또 다시 '악성 소문'의 주인공으로 소환됐다. 이번에는 '말기 간암 투병설'로 번졌다. 이달 초부터 연예가에는 '정소녀가 수년간 간암에 걸려 투병해오다 최근 급격히 악화돼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입에서 입으로 전파됐다. 소문이란 반복될수록 증폭되기 마련이다. 또 당사자가 직접 확인해주기 전까지는 좀처럼 사그라들지도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필자의 오랜 현장 취재 경험으로 보면 같은 소문이라도 방송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더러 '예상 밖의 수확'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공교롭게도 정소녀는 최근 들어 더 활동이 뜸해 소문에 대한 의심을 부채질했다. 소문만 분분할 뿐 그와 소통 연결고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쇼쇼쇼'와 '가족오락관'을 함께 진행한 허참은 "나도 그 황당한 소문을 들었다. 함께 행사를 다니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수년 전 정소녀의 음반을 제작하고 가수로 복귀시킨 연예상회 한훈 대표는 "겹친 과로와 과음이 황달로 발전해 잠깐 병원신세를 진 것일 뿐 말기암 투병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번에도 역시 와전된 내용이 헛소문으로 증폭된 결과였다. '흑인 출산설'에 이어 '간암 투병설'은 얼토당토 않은 풍문으로 드러났다. 굳이 이 내용을 밝히는 이유는 실체는 확인이 돼야 잠잠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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