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미성년', 나이가 다는 아니에요
입력: 2019.04.15 05:00 / 수정: 2019.04.15 05:00
영화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이다. /쇼박스 제공
영화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이다. /쇼박스 제공

'미성년' 4월 11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미성년자의 사전적 정의는 만 19세에 달하지 않은 사람. 아직 심신(心身)의 발육이 충분하지 않아 판단능력이 부족하므로 민법상 행위 무능력자. 법정대리인을 두어야 하는 사람이다.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은 미성년자의 사전적 정의를 뒤집는 작품이다. 나이만으로 성년과 미성년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듯 영화 속 17살의 소녀들은 부모가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 바쁘다. '미성년'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 작품은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으로, 제작단계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윤석은 그간 배우로서 쌓은 내공을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풀어냈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각 캐릭터의 심리와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김윤석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정확하게 보여진다. 첫 연출작 데뷔는 성공적인 듯하다.

'미성년'은 제목이 가진 철학적 의미처럼 아주 심오한 전개가 이어질 것 같지만 김윤석은 오히려 코믹하게 풀어냈다. 툭툭 내뱉는 솔직하고 담백한 대사와 '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이 만들어내는 절묘함으로 미성년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미성년에서 대원(김윤석 분)의 딸 주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준(왼쪽) 김윤석 감독. /쇼박스 제공
영화 '미성년'에서 대원(김윤석 분)의 딸 주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준(왼쪽) 김윤석 감독. /쇼박스 제공

'미성년'에서 그려지는 어른들은 대부분 무책임하거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철없는 모습이다. 학생 앞에서 다른 학생을 욕하는 선생님(김희원 분), 도박에 눈이 멀어 딸이 몇 살인지도 모르고 사는 아빠(이희준 분), 유부남의 아이를 가지고서도 오히려 속 편해 보이는 엄마(김소진 분), 바람피운 사실을 딸과 아내에게 들켜 전력 질주로 도망가는 대원(김원석 분) 등 모습도 다양하다.

이처럼 캐릭터가 캐릭터이니만큼 자칫 영화 자체가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윤석은 연극에 잔뼈가 굵은 배우들,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위험부담을 줄였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시로 웃음을 안긴다. 이는 김윤석이 감독으로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중심은 아빠의 외도를 알고 충격에 빠진 주리(김혜준 분)와 두 가족의 비밀을 폭로하는 윤아(박세진 분)다. 주리와 윤아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모습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나지만, 그들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어른들을 두고, 정면으로 문제를 직시하는 두 아이는 오히려 그 어떤 어른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이다.

박세진(왼쪽)과 김혜준은 영화에서 뜻밖의 상황에 놓인 여고생 윤아와 주리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쇼박스 제공
박세진(왼쪽)과 김혜준은 영화에서 뜻밖의 상황에 놓인 여고생 윤아와 주리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쇼박스 제공

신인배우 김혜준과 박세진은 각각이 맡은 캐릭터를 당차게 표현했다. 앞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김혜준은 '미성년'으로 논란을 씻어냈다. 불편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혼란과 분노 등 복잡한 감정선을 잘 표현했다.

모델 출신인 박세진은 '미성년'이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박세진과 그의 엄마로 출연하는 김소진이 외모 면에서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 몰입감을 높인다.

염정아와 김소진은 두말할 것 없다. 염정아는 남편이 바람 핀 걸 알고서도 시종일관 담담한 영주의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미묘하게 떨리는 눈, 모든 걸 참아내는 듯한 꾹 다문 입술.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의 표정만 봐도 영주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진다. 이는 염정아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김소진은 유부남인 대원(김윤석 분)의 아이를 가지고도 당당한 미희 역을 맡았다. 17살 난 딸 윤아보다 감정에 더 솔직하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가 분명한 인물. 하지만 그 이면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내면의 슬픔이 담겼다. 김소진은 미희를 밉지 않게 그려내며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역시 그의 연기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염정아(위쪽)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영주 역을 맡았다. 김소진은 영주의 남편 대원(김윤석 분)의 아이를 가진 미희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염정아(위쪽)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영주 역을 맡았다. 김소진은 영주의 남편 대원(김윤석 분)의 아이를 가진 미희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미성년'이 빛을 발하는 건, 각 인물이 가진 내면의 심리를 사소한 부분까지도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김윤석은 까칠하고 예민한 여고생들과 위기에 빠진 중년 여성들의 심리를 여자보다 더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윤석의 재발견이다.

지난 11일 개봉한 '미성년'은 15세 이상 관람가며, 상영 시간은 96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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