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㉞-금잔디] 트로트계 신 '행사여왕'...화통한 '센 언니'
입력: 2019.04.14 00:00 / 수정: 2019.04.16 16:33
활력과 상큼한 이미지를 가진 금잔디. 그의 진짜 매력은 자신보다 선배나 후배를 먼저 배려하고 보듬어주는 양보와 겸손의 미덕이다. /이동률 기자
활력과 상큼한 이미지를 가진 금잔디. 그의 진짜 매력은 자신보다 선배나 후배를 먼저 배려하고 보듬어주는 양보와 겸손의 미덕이다. /이동률 기자

'가황' 나훈아도 인정한 실력파 여가수, 신곡 '사랑탑' 호평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금잔디(41. 본명 박수연)의 첫 번째 매력은 활력과 상큼한 이미지다. 이런 시선은 장윤정 홍진영에 이어 금잔디쪽에도 서서히 맞춰지는 분위기다. 늘 밝고 환한 미소, 애교스러우면서도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꾸준한 대중적 사랑을 받은 결과다.

금잔디는 지난 2월 '가황' 나훈아의 후배가수 식사 초대에 참석한 뒤 "짧은 만남이었지만 함께한 매 순간이 감동이었다"며 감격해 했다. 평소 '나훈아 바라기'답게 그는 나훈아를 직접 만난 소감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시선을 끌었다.

전통 트로트에 대한 금잔디의 열정은 뜨겁다. 성격도 화통한 스타일이다. 금잔디는 "여려 보이는 모습과 달리 저는 화끈하고 뒤끝이 없는 남자스타일"이라면서 "나훈아 선배님의 '틀에 박힌 장르에 얽매이지 말라'는 주옥같은 조언을 듣고 무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빠르게 바뀌는 트로트 춘추전국시대, 그는 나훈아도 인정한 실력파 여가수 중 한명이다. '행사 여왕'으로 당당히 대접받는 성인가요계 블루칩이 된 그의 성공스토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서른네 번째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됐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상처를 받는 것도 싫고, 성격상 상처를 주는건 더 못해요. 독신을 고수하고 있는 금잔디의 서른네 번째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사랑하는 사람한테 상처를 받는 것도 싫고, 성격상 상처를 주는건 더 못해요." 독신을 고수하고 있는 금잔디의 서른네 번째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됐다. /이동률 기자

-말수가 적고 조용한 스타일, 전형적인 여성스런 이미지인데 만나보니 매우 명랑쾌활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말이 있죠. 제가 바로 그런 스타일이에요. 사실은 입만 열면 엄청 수다쟁이에요. 무대에 설 때 외엔 대중 앞에서 말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보니 잘못 알려진 거죠. 얌전하고 참한 건 맞지만 성격은 왈가닥이에요. '센 언니'를 넘어 '남자 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박력이 넘쳐요. 그동안 꾹꾹 눌러 감춰온 제 본 모습을 이제부터 하나씩 보여드리려고요.

금잔디는 2000년 1집 앨범 '영종도 갈매기'로 데뷔했지만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했다. 본래 시원시원한 성격임에도 반복되는 실패에 차츰 말수가 줄었다. 한때 우울증에 시달릴 만큼 힘든 시기도 있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역시 노래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다. 금잔디는 2012년 고속도로 트로트 메들리 히트를 계기로 암흑과도 같은 긴 무명의 터널을 벗어났다.

-최근 발매한 싱글 '사랑탑'은 선배가수 나훈아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는데 무슨 사연인가.

저는 노래할 땐 약간 허스키 보이스예요. 그래서 정통 트로트 리듬인 '쿵짝쿵짝'(4분의 4박자)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죠. 나훈아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지금은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 가요도 개인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박자와 리듬을 가늘게 쪼개서 템포를 빠르게 시도해보면 좋겠다고요. 데뷔 후 처음으로 변화를 시도할 용기를 주셨죠. 한 달도 안돼 벌써 반응이 뜨거워요.

신곡 '사랑탑'(추가열 작사 작곡)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일군 인생과 삶의 이야기다. 금잔디는 오랜 세월이 지나 삶의 황혼 앞 이별의 시간 앞에 서 있는 애달픈 사랑을 가슴 아픈 심정으로 표현했다. 추가열 특유의 전통가요 형식에 금잔디의 무르익은 보컬이 잘 어우러졌다.

김연자 주현미 김용임 이후 정통 트로트 장르의 맥을 잇는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금잔디.
김연자 주현미 김용임 이후 정통 트로트 장르의 맥을 잇는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금잔디.

-가수 나훈아가 후배들을 만나면서 유일하게 금잔디를 콕 집어 불렀다는 얘기가 있다. 특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나?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저한테 그런 행운의 순간이 찾아오리란 기대를 못했기 때문에 더 놀랐어요. 마주한 것만으로 이미 얼음상태라 감히 말을 걸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직접 해주신 원포인트 조언에 강한 자신감을 얻었죠. 나름 오래 무대에 서면서도 음악적 확신이나 신념은 솔직히 부족했거든요.

나훈아는 지난 2월17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후배 가수들과 작곡가들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이 자리에는 금잔디를 포함해 장윤정 이혜리 진성 박상철 신유 박진도 박진광 등 총 9명이 참석했다. 수십명 후보 중에 작곡가 박성훈이 1차 명단을 추천했고, 금잔디는 나훈아가 특별히 만나고 싶은 후배 중 한명으로 꼽혔다.

-하춘화 김연자 문희옥 같은 여가수 선배들이 아끼는 후배로 알려졌다. 웬만해선 쉬운 일은 아니다.

말씀 드린 대로 제가 보기보단 강단진 성격이에요. 나서지 않고 못 본척 제 앞가림만 적당히 하면 욕먹지도 않겠지만 그러지를 못해요. 대선배님들한테 깎듯이 예의를 지키지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잘못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따끔한 지적이나 충고도 많이해요. 가요계 서열로 보면 저는 딱 중간 허리잖아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걸 어떡해요.

금잔디는 데뷔후 '일편단심' '오라버니' '청풍명월' '여여(如如) 등을 불렀다. 모두 전통가요 특유의 느리고 한을 담은 노래다. 이중 '오라버니'는 그의 개성넘치는 애교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비음) 특색을 살린 유일한 곡이다. 그는 김연자 주현미 김용임 이후 정통 트로트 장르의 맥을 잇는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지만,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금잔디는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나훈아 바라기다. 지난 2017년 11월 11년만의 공백을 깬 나훈아의 첫 컴백 콘서트도 티켓전쟁을 치르고 관람했다. 사진은 지난 2월 동료가수 8명과 함께 참석한 나훈아 식사 초대 당시. /이동률 기자
금잔디는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나훈아 바라기'다. 지난 2017년 11월 11년만의 공백을 깬 나훈아의 첫 컴백 콘서트도 티켓전쟁을 치르고 관람했다. 사진은 지난 2월 동료가수 8명과 함께 참석한 나훈아 식사 초대 당시. /이동률 기자

-데뷔 이후 신인시절부터 유독 힘든 시기를 많이 거쳤다. 지금은 '행사여왕'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처음엔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죠.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부재가 가장 힘들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혼자서 안되는 게 더 많더라고요.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아야 하는데 저는 거꾸로 힘들게 한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저의 운명이고 숙명이죠. 한동안 가수, 방송 리포터, 연기자, 뮤지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다행히 10년전 지금의 매니저(김종경 대표)를 만난 뒤 일이 조금씩 풀렸어요.

금잔디는 2001년 첫번째 앨범 실패에 이어 2005년 두번째 앨범도 악덕 매니저의 사기 때문에 제대로 활동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박수빈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시작했다는 각오로 앨범을 발매했지만 결국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좌절했다. 이후 긴 무명생활을 견디며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한 마음으로 가슴과 얼굴은 물론 전신 성형 수술을 감행하기도 했다. 성공에 대한 갈망이 해소되기 시작한 건 300만 장 이상 팔린 고속도로 메들리 음반이 터지면서다. 고진감래, 지금은 가요계의 몇 안 되는 '행사여왕'으로 당당히 등극했다.

-TV 드라마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연기활동을 한 셈인데 둘 모두를 욕심 낸건가?

그건 절대 아니에요.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리 무모한 짓을 할리가 없죠. 당시는 메들리 음반이 뜬 직후라 상승세를 위해 뭔가 색다른 변화가 필요했어요. 마침 드라마 출연제의가 왔고,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매니저의 권유에 과감히 배우에 도전했어요. 뮤지컬과 연극무대에서 아마추어로 연기해본 것이 전부인데 막상 TV 드라마 실전에 투입돼 경험해보니 연기보다 차라리 가수 하는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출신인 금잔디는 지난 2014년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시즌2'에 세 차례 출연했다. 오랜 무명을 벗고 '고속도로 여왕'으로 주목을 받을 때다. 당시 인기는 대형기획사로부터 전속 제안을 받을만큼 가능성이 급상승했다. 그는 "실전 경험이 없으니 힘든 일이 많았다"면서 "다행히 당시 국민 불륜녀로 승승장구하던 동갑내기 친구 민지영이 연기스승처럼 잘 이끌어줘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금잔디는 2012년 고속도로 메들리 여왕으로 등극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첫 단독콘서트를 열고 뮤지컬과 악극까지 혼자서 열연, 호평을 받았다. /금잔디 인스타그램
금잔디는 2012년 '고속도로 메들리 여왕'으로 등극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첫 단독콘서트를 열고 뮤지컬과 악극까지 혼자서 열연, 호평을 받았다. /금잔디 인스타그램

-대중적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처음 가진 단독콘서트는 반응이 뜨거웠다고 들었다.

네, 지난해 부산에서 첫 콘서트를 가졌어요. 뮤지컬과 악극까지 혼자서 저의 모든 걸 다 보여줬는데 호평을 받았죠. 근데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후속 콘서트를 이어가진 못했어요. 저 나름 자신있게 했다고 자부했는데 나훈아 선배님의 공연을 보고나서 충격을 받았거든요. 이후 공연계에서 계속 콘서트 제의가 왔지만, 팬사랑이 커질수록 내실을 단단히 다진 뒤 다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최소한 나훈아 선배님의 공연 카리스마를 흉내라도 낼 자신이 생길 때 하려고요. 그러고보니 제가 취향과 스타일까지 선배님을 닮았더라고요.

금잔디는 '여자 나훈아' 소리를 들을 만큼 '나훈아 바라기'가 됐다. 지난 2017년 11월 11년만의 공백을 깬 첫 컴백 콘서트도 관람했다. 그는 "컴퓨터를 잘하는 여러명의 동생들한테 부탁해 티켓구매에 나섰고, 다행히 첫 공연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지난해에도 티켓을 구입해 놓고 지방행사 후 비행기 시간에 맞추지 못해 아쉽게 놓쳤다"고 말했다. 금잔디는 올해도 5월 첫 번째 공연 티켓(올림픽홀)을 구해놓은 상태다.

-미혼 또는 돌싱 남녀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한 뒤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됐다는건 뭔가?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주변에서 결혼 얘기를 많이 해요. 함께 출연한 멤버들도 조언을 많이 해줬고요. 저를 되돌아볼 좋은 기회가 됐고, 정말 결혼을 해야하는 건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했죠. 안타깝게도 아직 결혼만은 자신이 없어요. 누군가에게 맞추면서 산다는게 엄두가 안나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상처를 받는 것도 싫고, 성격상 상처를 주는건 더 못해요.

금잔디는 이런 성향을 방송에 출연하기 전까지 자신도 잘 몰랐다고 했다. 대학시절 두 차례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을 뿐 가수 데뷔 후엔 철저히 혼자다. 우선 만나고 헤어지는 게 싫다고 했다. 그는 "최성국 김광규 등 '불청' 멤버들이 저는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스스로 방어막을 치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는 함께 출연한 이재영 양수경 김완선 신효범 등 가수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구부러진 걸 보면 즉석에서 쫙 펴야 직성이 풀려요. 금잔디는 여성스러워보이는 외모와 달리 스스로 쎈언니라고 말할만큼 대차다. /이동률 기자
"구부러진 걸 보면 즉석에서 쫙 펴야 직성이 풀려요." 금잔디는 여성스러워보이는 외모와 달리 스스로 '쎈언니'라고 말할만큼 대차다. /이동률 기자

금잔디는 솔직하면서도 매사 끊고 맺음이 분명한 스타일이다. 여성스러워보이는 외모와 달리 스스로 '쎈 언니'라고 말할 만큼 대차다. 구부러져있는 건 쫙 펴야 직성이 풀리는 돌직구다. 이에 대해 그는 "이른 나이에 힘든 세파를 겪어서"라고 말했다. '쎄' 보이는 건 일종의 자기방어술인 셈이다.

중학 시절 아버지 사업실패로 가산이 기울면서 청소년기를 힘들게 보냈고, 가수 데뷔 이후로도 줄곧 부모 빚을 대신 갚느라 청춘을 보냈다. 그는 "지금도 학창시절 기억은 집안에 온통 빨간 딱지 투성이로 남아있다"며 "무려 15년 만에 빚을 다 갚고나니 심한 우울증이 엄습하더라"고 말했다.

오랜 무명의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몸에 밴 그만의 매력은 또 있다. 자신보다는 선배나 후배를 먼저 배려하고 보듬어주는 양보와 겸손의 미덕이다. 금잔디는 "선후배가 함께 밀고 끌어주는 따뜻한 가요계 풍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서른네 번째 스페셜 인터뷰이로 만난 금잔디의 소박한 포부를 들으며 필자는 그의 깊고 따뜻한 속내에 새삼 공감이 갔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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