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대박 노린 '돈', 조우진으로 김샜나
입력: 2019.04.06 09:00 / 수정: 2019.04.06 09:00
조우진은 영화 돈에서 금융감독원 수석검사 역인 한지철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조우진은 영화 '돈'에서 금융감독원 수석검사 역인 한지철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조우진, 최근 3년간 20여 편에 출연

[더팩트|박슬기 기자] 2019년 상반기 흥행 영화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돈'(감독 박누리)이 빠질 수 없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돈'은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어느덧 3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대세 배우' 류준열과 '연기파 배우' 유지태 조우진의 만남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이다.

'돈'은 여의도 증권가의 이야기를 다뤘다.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돈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서 번호표 역의 유지태가 악역을, 조우진이 금융감독원의 수석검사 역인 일명 사냥개 한지철 역을 맡았다.

류준열은 이번 영화로 원톱 주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지태는 '역시는 역시'라는 평을 들으며 그만의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조우진은 기대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작 '국가부도의 날' '마약왕' 등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인지 '돈'에서 조우진의 연기력은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돈'이 신인 감독의 작품인 만큼 배우의 의견이 많이 들어가 캐릭터가 산으로 간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설정을 떠나 이를 연기력으로 풀어내지 못한 배우의 탓도 있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

조우진은 최근 3년간 약 2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작 행보를 이어갔다. /돈 스틸
조우진은 최근 3년간 약 2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작 행보를 이어갔다. /'돈' 스틸

영화에서 한지철은 조일현과 번호표 사이에서 사건의 큰 그림을 보는 배역인 만큼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다.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직진본능의 금융감독원 수석검사로 직업정신이 투철하다. 그런 탓인지 영화에서 한지철은 내내 혼자 흥분한다. 그래서 흐름이 깨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지철은 금융감독원 검사로서 보여줘야 할 전문성보다는 마치 형사 같은 모습이다. 등장인물들을 만나 버럭하고 뛰어다니는 게 전부인 그는 형사라고 해도 될 만큼 금융감독원 검사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

특히 한지철의 포인트는 조일현과 '밀당'(밀고 당기기)이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캐릭터가 힘을 잃으며 오히려 조일현에게 끌려다닌다. 오락영화 특성상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캐릭터의 붕괴를 일으켰다. 그래서인지 조우진이 그동안 보여준 필모그래피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조우진은 영화 내부자들로 얼굴을 알리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했다. /더팩트DB
조우진은 영화 '내부자들'로 얼굴을 알리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했다. /더팩트DB

이는 조우진이 최근 3년간 2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온 게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 소비와 캐릭터의 몰입도를 떨어트리면서 그의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조우진은 2015년 영화 '내부자들'로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tvN 드라마 '도깨비'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익숙한' 배우가 됐다. '다작 배우'라고도 불리는 그는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도 "영화 몇 편 찍고 있느냐"가 인사라고 할 정도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결국 그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조우진 배우의 최근 작품인 '돈'과 '국가부도의 날'의 캐릭터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비슷하게 다가온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틱한 변신을 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며 "그동안 연기에 비해 출중하진 않았지만 무난했다"고 평했다.

이 평론가는 "하지만 이는 결국 조우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다작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배우가 대중에게 인식됐을 때 소비되는 패턴이 문제인 것 같다"며 "배우를 소비하는 패턴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나 소속사가 힘 조절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하며 "한국영화계의 체계적인 캐스팅이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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