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이매리의 '미투 역습' 해프닝, 무엇을 남겼나
입력: 2019.04.03 08:34 / 수정: 2019.04.03 09:11
대중 스타는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 이매리는 논란만 부채질한 채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번복해 비난을 사고 있다. /더팩트 DB
대중 스타는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 이매리는 논란만 부채질한 채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번복해 비난을 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2019 아시안컵 8강전이 지난 1월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그런데 관중석에 낯익은 듯한 얼굴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한때 연기자와 예능인으로 활약한 배우 이매리였다. 월드컵 등 빅 매치에서 대중 스타가 관중석에 앉아 응원하는 장면은 종종 포착되는 일이지만 이날 카메라에 비친 이매리의 모습은 누가 봐도 도발적이었다.

당일 한국과 카타르전은 여느 경기와 대조적이었다. 카타르 선수들을 원하는 관중은 거의 없었다. UAE를 비롯한 이슬람 4개국이 이란과 IS(이슬람 국가)를 지원한 카타르와 단교 상태이기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카타르 취재진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와중에 카타르 국기를 형상화한 원피스를 착용하고 태극기 대신 카타르 국기를 흔든 이매리의 응원은 파격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카타르는 한국을 1-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카타르를 응원하는 사진과 영상이 부각되며 누리꾼들 사이에 이매리는 즉각 도마에 올려졌다. 대한민국의 4강 좌절에 대한 감정적 화살이 이매리한테 향했다. 대중 스타인 자신한테 되돌아올 반감이 불을 보듯 뻔한 일, 사람들은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궁금해했다. 이틀 뒤인 27일 이매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방송활동을 하며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데 (내게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준 곳은 카타르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MBC 생방송 화제집중에서 이매리가 격투기 황제 예멜리야넨코 효도르 단독 인터뷰 당시. /MBC 제공
사진은 지난 2008년 MBC '생방송 화제집중'에서 이매리가 격투기 황제 예멜리야넨코 효도르 단독 인터뷰 당시. /MBC 제공

◆ 논란만 부채질한 채 슬그머니 꽁무니, '대중 스타는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 져야'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축구 경기장에 온 것은 처음부터 '카타르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상처를 준 한국보다는 자신한테 우호적이고 새로운 삶의 의지와 목표를 갖게 해준 카타르를 위해 응원한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 그의 '배신 행위'와는 별개로 그에게 상처를 준 한국 방송활동이 무엇이었는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이매리가 지목한 작품은 SBS 드라마 '신기생뎐'(2011년)이다.

'신기생뎐'과 악연이란게 뭘까. 이매리는 지난해 6월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 출연해 처음으로 이 부분에 대해 털어놨다. "촬영 10개월 전에 섭외가 왔는데 오고무(사방에 걸어 놓은 다섯 개의 북을 치면서 춤을 추는 고전무용)를 사비로 배워야 한다고 했다. 두 달 뒤에 타이틀 장면을 찍는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열심히 했다. 근데 계속 '두 달 뒤에 찍겠다'고 하면서 연습을 (계속)하라고 했다. 8개월 동안 거의 아무 것도 못했다."

이매리의 주장에 따르면 8개월간 대략 600만원의 사비를 들여 고된 무용연습을 하다 나중에 무릎에 물이 찼다. 레슨비 외에도 무릎 부상으로 인한 치료비도 수천만원이었다. 또 막상 촬영 때가 되니 제작진 쪽에서 '그렇게 열심히 할 줄 몰랐다'면서 '보험이 안돼 있어 출연료만 주겠다' 하고 '(이를) 외부에는 발설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매리는 이후 방송 갑질 문화를 바로잡아보려 했지만, 끝내 보상도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매리는 지난 1월25일 아시안컵 한국-카타르 전 경기에서 카타르를 응원했다. 이날 카메라에 비친 이매리의 모습은 누가 봐도 도발적이었다. /이매리 SNS
이매리는 지난 1월25일 아시안컵 한국-카타르 전 경기에서 카타르를 응원했다. 이날 카메라에 비친 이매리의 모습은 누가 봐도 도발적이었다. /이매리 SNS

◆ 의아했던 '돌발행동' 진정성 의심

그렇다면 이매리의 이같은 주장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필자가 당시 드라마를 연출했던 두 명의 공동 연출자 중 한 명과 직접 통화해본 결과 "논란이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만 해당 배우가 수백만 원 또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주연배우가 아니어서 제작사나 조연출 등이 별도로 섭외해 관리했을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매리는 8년 전 이 드라마를 끝으로 연예 활동을 접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6년 동안 당신들과 싸워왔다. 은폐시키려고 했던 모든 자 또한 공범이다." 이매리가 강력한 '미투' 폭로를 예고한 뒤 잠잠했던 '미투 열기'가 재연될지 촉각을 모았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과 장자연 사건의 재조명이 사회적 이슈로 관심을 끌고 있던 가운데 이매리의 미투 예고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듯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하지만 그의 공언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한 뒤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고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게 일어날 줄 예상치 못했다"면서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하지만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행동심리학적으로 감정은 이성과 상호 작용하면서 행동으로 하나씩 표출된다고 한다. 이매리의 가슴에 쌓인 응어리는 믿었던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다. 다소 의외의 '돌발 행동'임에도 그를 공감하고 지지한 건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용기였다. 거꾸로 지금 그는 회유나 금전적 거래가 있었으리란 의심을 받고 있다. 대중 스타는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 언론을 이용한 경솔하고 얄팍한 분풀이였을까. 논란만 부채질한 채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모습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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