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KBS '가요무대'는 동네북? 또 불거진 '출연 사기'
입력: 2019.03.20 08:56 / 수정: 2019.03.21 07:18
또 불거진 방송 출연사기. 신인가수들은 지상파 유명 가요프로그램에 출연만 하면 금방 얼굴이 알려지고 노래가 뜬다고 철석같이 믿는 경향을 보여 사기사건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사진은 KBS 가요무대 한 장면. /KBS 가요무대
또 불거진 방송 출연사기. 신인가수들은 지상파 유명 가요프로그램에 출연만 하면 금방 얼굴이 알려지고 노래가 뜬다고 철석같이 믿는 경향을 보여 사기사건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사진은 KBS '가요무대' 한 장면. /KBS '가요무대'

정준영 김준호 차태현 출연 '1박2일' 폐지 위기 속 공영방송 '겹악재'

[더팩트|강일홍 기자] '이미테이션 가수'로 20여년간 활동하다 자신의 음반을 내고 정식 데뷔한 가수 A는 '가요프로그램에 출연시켜주겠다'는 가요매니저 B씨의 약속을 믿었다가 수천만 원을 뜯겼다. A씨는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B씨가 가요계에서 제법 이름 있는 매니저여서 의심 없이 돈을 줬다고 한다. B씨는 한때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유명 가수들을 관리한 바 있는 기획사 대표다.

필자도 잘 아는 A씨는 이미테이션으로 종종 얼굴을 알렸지만, 대중가수로서는 사실상 무명에 가깝다. 매니저 B씨는 이런 A씨에게 "신곡이 나오면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에 몇차례씩 꼽아 준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해당프로그램 PD와 호형호제할 만큼 친밀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당장 목돈이 있을리 없는 A씨는 '금방 뜬다'는 B씨의 말에 속아 지인한테 부탁해 돈을 마련했다.

불나방은 불빛을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지만, 무작정 달려들면 타 죽는다는 사실까지는 모른다. 중견가수로 활동했던 C씨는 지방에서 활동하던 노래강사 출신 여가수 D씨와 불미스런 송사를 한 적이 있다. C씨 역시 D씨한테 "키워주겠다"며 '가요무대'를 팔았다. 안타깝게도 이와 비슷한 일은 종종 발생하지만, 서로 부끄럽고 창피해서 알고도 쉬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은 10%~12%를 오르내리는 KBS 효자프로그램이다. 사진은 MC 송해가 30년 넘게 진행을 맡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의 한 장면. /더팩트 DB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은 10%~12%를 오르내리는 KBS 효자프로그램이다. 사진은 MC 송해가 30년 넘게 진행을 맡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의 한 장면. /더팩트 DB

◆정준영 차태현 김준호 논란 속 '1박2일' 폐지요구…공영방송 KBS, 불미스런 악재 엎친데 덮친격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은 10%~12%를 오르내리는 KBS 효자프로그램이다. 시청률로만 치면 웬만큼 인기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능가한다. 또 오랜 국민적 사랑과 공신력을 갖고 있는 지상파 장수프로그램이란 신뢰도 한몫을 한다. 신곡을 소개할 무대가 많지 않은 트로트가수들한테는 자신의 노래를 소개할 유일한 창구이기도 하다. 신인은 물론 기성가수들까지 여기에 매달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트로트로 통칭되는 성인가요는 언제부터인가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엔 시청률이라는 경제적 역학관계가 숨어있다. 성인가요프로그램은 전체 시청층이 훨씬 두껍고 광범위해도 주소비 타깃인 젊은 시청자층(광고 소비층)이 낮다. 아이돌 프로그램이나 일반 예능프로그램처럼 젊은층 시청자들한테 소구력이 미약할 수 밖에 없다.

방송사 생리를 모르는 신인가수들은 지상파 유명 가요프로그램에 출연만 하면 금방 얼굴이 알려지고 노래가 뜬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현실을 모르는 착오이고 착시다. 이는 무대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데에 원인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신인가수들이 출연자로 선정되는 객관적 잣대가 없어 매우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인기가수들마저 그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고 얘기할 정도다.

중견여가수(원안 모자이크) 친 남동생인 L씨는 최근 가요무대에 출연시켜주겠다며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실제로 그는 과거 누나의 매니저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더팩트 DB
중견여가수(원안 모자이크) 친 남동생인 L씨는 최근 '가요무대'에 출연시켜주겠다며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실제로 그는 과거 누나의 매니저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더팩트 DB

◆유명 여가수 남동생 L씨의 '가요무대' 출연 명목 사기 행각, 반복 논란 "더이상 쉬쉬할 일 아니다"

중견 여가수 친 남동생인 L씨가 최근 '가요무대'에 출연시켜주겠다며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L씨는 2015년 11월6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지상파 방송 출연을 원하는 가수 C씨를 만나 "KBS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에 8차례 출연시켜주겠다"고 약속한 뒤 5천만 원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출연시키지 못하면 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아는 PD들과 친분이 있고 누나가 유명 가수이니 출연을 시켜줄 수 있다.' 방송 출연 명목의 사기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방송가 주변의 익숙한 뉴스 중 하나다. L씨의 경우 누나를 등에 업고 사기행각을 벌여 논란이 커졌다. 실제로 그는 과거 누나의 매니저 역할을 한 적이 있고, 가요계 사람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똥은 당장 누나한테도 튀었다.

여가수 L씨는 이번 일로 수십년간 쌓아온 입지마저 흔들릴 처지다. 그동안 가요계는 KBS 사장이 바뀔 때마다 트로트 프로그램 신설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왔다. 국회에서 '트로트 살리기' 세미나를 열어 압박카드로 활용하기도 했다. 누나 L씨 역시 좋든 싫든 그 목소리의 중심에 서있는 형국이다. 한데 본인 스스로 가족의 불미스런 논란에 휘말린 상황에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L씨의 방송출연 명목의 사기 행각으로 공영방송 KBS는 또 다시 불미스런 악재에 휘말렸다. 엎친 데 덮친 격, 하필이면 정준영(성관계 동영상), 김준호 차태현(내기골프) 등의 논란 속에 KBS 간판예능 '1박2일'이 폐지요구를 받고 있는 와중이다. 공영방송이 차지하는 신뢰와 공신력은 단지 시청률 높낮이로 재단될 수 없다. 동네북처럼 반복되는 논란을 쉬쉬 덮어서 해결될 일은 아닌듯 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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