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곳곳에서 울음소리가"...'생일'에 담긴 진심
입력: 2019.03.18 20:20 / 수정: 2019.03.25 15:55
영화 생일은 설경구, 전도연 주연의 작품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NEW 제공
영화 '생일'은 설경구, 전도연 주연의 작품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NEW 제공

'생일' 4월 3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영화가 시작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영화관은 단숨에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식과 한숨은 그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지 못하는 미안함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영화 '생일'의 언론배급시사회 분위기는 차분하고, 또 무거웠다.

1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설경구, 전도연, 이종언 감독이 참석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배우들과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앞서 '생일'은 개봉 전부터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세월호를 소재로 한 극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또 제작 당시, 일부 유가족에게만 허락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그런 만큼 '생일'은 공개되기까지 더 조심스러웠다.

이종언 감독은 "'생일'은 세월호 유가족 당사자분들이지만 우리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다"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쳐온 일이지 않나.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담담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세월호의 다양한 부분을 담고 있다. 참사를 겪은 유가족부터 가족 간의 갈등, 유족 간의 갈등, 세월호 유가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도까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 일상에 스며든 사소한 것들을 담아내며 마음을 파고들었다.

설경구, 전도연, 이종언 감독(왼쪽부터). 이종언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과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설경구, 전도연, 이종언 감독(왼쪽부터). 이종언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과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사실 배우 설경구, 전도연 역시 작품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다. 우려와 논란의 목소리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설경구는 "고민이 있었다. '생일'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를 촬영할 수 있는 스케줄이 완 됐는데, 책을 읽고 생각을 고쳐먹었다"며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참사가 있고 난 뒤에 시인은 시를 썼고, 소설가는 소설을 썼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만들었고. 우리는 영화를 하는 사람인데 시기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왜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며 "일주일 정도 고민하고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생일'을 한 차례 고사한 바 있다. 그는 "이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고사했다"며 "이 이야기가 진정성 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용기 내서 선택했다"고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전도연은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중간중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카메라 앞에 나서기까지 굉장히 무서웠다. 그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았던 거 같다"며 "아니면 아닌대로, 맞으면 맞는대로 그 순간 카메라 앞에서 내가 느끼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우리가 초대한 생일 모임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설경구는 "우리가 초대한 생일 모임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설경구와 전도연은 18년 전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후 '생일'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물었던 게 '전도연 씨에게 책을 보냈냐'다. '못하겠다'고 했다는 걸 듣고 좌절했다"며 "열흘 정도 있다가 제작사 대표한테 '전도연 씨가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들어서 정말 좋았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무려 18년 만의 호흡이지만 두 사람은 베테랑 연기자답게 안정적으로 부부연기를 펼쳤다. 설경구와 전도연은 관객에게 거듭 부탁했다. 설경구는 "'생일'은 상처받은 사람이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하고 위안받는 이야기다. 많은 분이 오셔서 위로해주시고 위안받으셔서 작은 하나의 물결로, 큰 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이 영화를 만들 때, 아프자고 만드는 영화는 아니다. 아픔을 딛고 함께 이겨보자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유가족 분들에게 살아갈 힘과 응원을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오는 4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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