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순발력과 예능감으로 각종 시사 예능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김지민은 최근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와 '대장금이 보인다'에 잇달아 카메오(특별출연)로 합류해 연기자로 주목을 끌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강일홍 기자] '꽐라(만취) 되는 느낌 아~니~까'
김지민(34)은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인 반전 개그 유행어 '느낌 아니까'로 자신만의 확실한 특화 이미지를 만들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뉘앙스는 다르다. 감칠맛 나는 언어유희는 단순 말장난 수준을 넘어 세태를 대변하는 사회적 트렌드로 각인되기도 한다.
KBS 21기 개그맨 공채 데뷔 후 12년차 방송인으로, 그는 '알아요' '그 드라마, 제가 할게요' '나만 튀어보이게' '어? 이건 뭐에요?' '잠깐만 사장님, 나 ~하는 거 몰라요?' '말 좀 한번에 알아들어요' 등 유행어가 많은 편이다. 이런 개그 유행어는 김지민의 '내숭 없는' 셀프디스에 얹혀 무한 폭발력을 자극했다.
김지민은 한때 전현무와 길거리에서 찍힌 사진으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솔직한 자기고백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툴툴 털어냈다. 얼마 전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깜찍한 꿀벌 복면을 쓰고 출연해 어반자파카의 '널 사랑하지 않아'를 불렀다. 또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와 '대장금이 보인다'에 잇달아 카메오(특별출연)로 합류해 주목을 끌었다. 곽승준 교수가 진행하는 tvN 시사예능 '쿨까당'에서는 1년 6개월째 패널로 다양한 끼와 재능을 자랑하고 있다.
예능토크에서 드라마까지 영역을 불문하고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개성만점의 김지민을 직접 만났다. 필자와는 연예토크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패널로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다. 그 때 느낀 거지만 작은 체구의 김지민이 풍기는 예능 포스는 말그대로 상큼함이다.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지민은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 특유의 함박미소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필자와는 연예토크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패널로 함께 출연한 바 있다.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새롬 기자 |
-기자와 취재원 관계를 떠나 방송에서도 인연이 있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열정을 다하는 것 같아 시청자 입장에서도 보기 좋다.
네,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1년가량 함께 패널로 출연했죠. 막상 마주 앉아 직접 인터뷰를 받게 되니 느낌이 새롭네요. 방송 출연하실 땐 몰랐는데 언론사에서 뵙고 보니 포스가 달라보여요. 이렇게 뷰가 확 트인 근사한 사무실에 계신 줄은 몰랐죠. 알고 보면 바로 가까운 곳이었네요. 복도에 죽 걸려있는 각종 단독 특종 사진들만 봐도 저절로 주눅이 드는것 같아요.
김지민은 지난해까지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 출연하며 필자와 매주 한 차례씩 만났다. 그는 방송을 하며 특별한 아이템이 나올 때마다 늘 공부하는 자세로 접근해 인상적이었다. 또 여느 예능인과 달리 셀프디스를 많이 해 시청자들 사이에 긍정 이미지를 유도했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내가 잘 모르는 걸 '아는 척 잘난 척' 하는 것보단 낫죠"라고 말했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김지민의 색깔이 궁금하다. 평소 스타일대로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해달라.
시작부터 난감한 질문을 하시네요. 잘못 말하면 '자랑질'이 될 수도 있어서 방송 제작진한테 들은 얘기를 그대로 말씀드릴게요. 저는 비주얼도 되고, 토크 감각도 갖췄다고들 해요. 간단히 말해 어떤 스타일의 프로그램이든 패널로 앉혀놓으면 모두 기본은 한다는거죠. tvN '쿨까당'이란 시사예능을 1년6개월 하면서, 변호사 의사 정치인 기자 등 각 분야 전문가 패널 누구와도 조화를 잘 이룬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결론은 제 자랑질이네요 ㅋ.
"아, 잠깐만요, 느낌 아니까~" 김지민 인터뷰를 하며 "여자여서 이쁘다는 말이 싫진 않지만, 어느순간부터 미녀개우먼이란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예능인들도 드라마에 출연하는 일이 종종 있다. 최근 두 편의 드라마에 잇달아 카메오로 등장했는데 반응은 어땠나?
둘 다 감초 역할이에요. 색다른 경험이라 재밌게 참여했는데 반응까지 좋아 대만족이죠. 드라마는 주인공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지만, 그 주인공은 누군가 도움을 주는 조역이 꼭 필요한 법이잖아요. 비중있는 조역은 아니라도 올 연말을 훈훈하게 보낼 따뜻한 감성 로맨스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 수 있어 행복했어요.
그는 지난 10월부터 방영된 MBC '대장금이 보고 있다'에 이어 최근 SBS '복수가 돌아왔다'에 출연했다. '복수'에서는 이정은 황보라 이채영 김진우 등과 특별출연 군단으로 합류했다. 카메오 등장은 대개 제작진 또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의 친분이 작용하게 마련이지만, 김지민은 특이하게도 주인공 유승호의 인스타 열성팬이란 이유로 출연했다. 극중에선 복수에게 대리먹방시킨 '우아한 만찬녀' 캐릭터로 시선을 끌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즉흥적인 애드리브 열전을 펼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평소 '미녀 개그우먼'이란 호칭이 부담스럽지 않나.
그런 캐릭터를 붙여준 것에 감사하죠. 그런데 저 미녀 아니에요. 요샌 '미녀'란 단어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켜요. 제가 데뷔할 당시 선배들이 몇 번 그렇게 불러준 게 지금껏 낯뜨겁게 붙어다니네요. 몇년 뒤엔 '네티즌이 뽑은 최고 미녀개그우먼 설문조사'(디시인사이드)란 걸 한 적이 있는데 동기와 후배들이 장난처럼 표를 많이 던져 본의 아니게 진짜처럼 되고 말았어요. 세상에 '예쁘다'는 걸 싫다는 여자는 없지만, 저는 상당히 부담스러워요.
"연예계 술친구들 많아요." 김지민은 소주 2병은 거뜬히 마시는 애주가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4월 김지민이 박소영 김민경(왼쪽부터)이 안소미의 결혼식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복면가왕'에서 어반자파카의 '널 사랑하지 않아'를 불렀는데 호응이 좋았다. 실제 자신이 생각하는 노래 실력이 궁금하다.
강 기자님, 이제 보니 묘한 매력 있으셔요. 자꾸 저 스스로 칭찬하게 하시네요. 저 노래를 잘하진 못 해도 일단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노래실력이 뛰어났으면 가수 했겠죠. 그 정도는 아니라도 마이크 잡으면 꿀리진 않죠. 돌아가신 제 아빠가 원래 가창에 일가견이 있으셨고, 언니(김진희)가 뮤지컬 배우예요. 아빠의 DNA를 물려받았다고 생각하죠.
'복면가왕'에 출연한 김지민은 개그감에 묻혀 몰랐던 수준급 노래 실력과 '뼈그맨'(뼛속까지 개그우먼)다운 예능감을 선보였다. 더구나 카멜레온 목소리로 김구라 신봉선 이윤석을 속였다는 사실만으로 시청자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그는 "평소 혼자 심취해서 노래를 자주 불렀지만 막상 '복면가왕' 출연이 결정된 뒤 많이 떨렸다"면서 "선배님들을 자신있게 속일 수 있었던 것은 노래방에서 비닐봉지를 쓰고 실전 연습을 한 결과"라고 웃었다.
-독특한 특기가 있다고 들었다. 혀를 콧구멍에 넣는다는 건 뭔가?
하하하, 강아지도 아니고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만한 일이죠. 콧구멍까지는 아니고 혓바닥이 코끝에 닿기는 해요. 누구나 다 되는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못하더라고요. 왜 그런가 저도 궁금했는데 제 혀가 보통 사람보다 좀 길더라고요. 특별한 몸 개그가 없는 대신 이런 주특기 하나쯤 있으니 다행이죠. 보여주면 일단 신기해 하니까요.
과거 열애설에 대해 김지민은 "이제와서 생각하면 가족이나 동료들까지 오해할만큼 연기를 잘했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진은 '개그콘서트' 시절 김지민과 유상무. /KBS '개그콘서트' |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게 열애설의 진위여부다. 유상무, 전현무, 허경환, 김기리 등이 거론된 인물이 많았다.
방송을 하다 보면 아닌 걸 굳이 아니라고 강조하기가 뻘쭘할 때가 있어요. 더러 장난삼아 재미삼아 그냥 넘어가다보면 꼭 열애설로 엮더라고요. 전현무 씨의 '백팩사건'은 누리꾼들이 만든 해프닝인 걸 강 기자님이 더 잘 아실테고요. 유상무 씨와는 '개그콘서트'에서 '연인' 코너를 함께 하며 썸을 탄건 맞아요. 한 번쯤 있을 법한 젊은 남녀의 흔한 사이였다고 보시면 되고요. 지금은 가정을 가진 마당에 과거사를 들춰내는 건 상대한테 예의가 아닌 듯해요.
유상무와 김지민은 2007년 KBS 2TV '개그 콘서트'의 코너 '연인'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실제 커플로 발전해 한동안 주목을 받다가 결별했다. 전현무는 김지민의 백팩을 대신 메고 부동산을 함께 간 장면이 찍혀 열애 의혹을 산 적이 있다. 모두 함께 방송을 하며 의심을 샀다. 이에 대해 김지민은 "이제 와서 생각하면 가족이나 동료들까지 오해할 만큼 연기를 잘했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참고로 전현무 허경환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고, 김기리는 데뷔 동기다.
-미술 전문가 양정무 교수가 회화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평소 그림을 자주 그리는지 궁금하다.
실력이란 표현은 좀 과하고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그렸는데 평가가 나쁘지 않아 저도 놀랐어요. 사실 한번도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고, 모두 독학으로 그렸어요. 밥 로스라는 유명한 화가 아시죠? 솔직히 말하면 그분이 진행한 TV 속 회화강의를 보면서 나름의 기법을 터득해 응용을 해봤어요. 주변에서 좀 더 그려 개인전을 해보라는데 그건 진짜 실력있는 화가들을 모독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지민은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양정무 교수로부터 회화실력을 인정받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그림 이야기'를 주제로 패널들과 대화를 주고받던 양 교수는 김지민의 그림에 대해 "세계적인 화가를 떠올리게 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형 안 했지만 논란은 부담스럽고 억울해요." 성형논란에 대해 김지민은 "해명해도 안 통할 분위기여서 그냥 수긍해버렸다"고 했다. /이새롬 기자 |
-성형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제 연예인 성형은 논란거리도 아니지만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성격상 저는 웬만한 일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에요. 유일하게 손댄 곳이 있다면 쌍꺼풀 매몰(살짝 찝는 수술 기법)인데, 성형을 했다고 인정하라고 하니 당황스럽죠. 저한테 '코를 세웠다' '턱을 깎았다' 등 온갖 얘기가 많지만, 맹세코 그거 말고는 지금껏 보톡스 한 번 맞아본 적 없어요. 방송에서는 해명해도 안 통할 분위기여서 그냥 "그렇다"고 말해버렸죠. 신인 때에 비해 몸무게를 8kg가량 뺐는데 아마 그래서 얼굴형도 다소 바뀌어 보였을거라고 생각해요. 성형 안 했지만 그래도 논란은 부담스럽고 억울해요.
-마지막으로 연예가에서 애주가로 소문 나 있다. 술은 주로 누구와 마시나? 주량도 궁금하다.
말씀하신 그대로 애주가일 뿐이에요. 아주 많이 마시는 주당까진 아닌데 그래도 기본으로 소주 2병 정도는 거뜬히 마셔요. 김준호 선배나 모델 송혜나 언니, 배우 손현주 오빠 등이 제 술친구인데요. 저랑 술을 마시면 재밌나봐요. 또 편해서 좋다고들 하죠. 개그우먼 데뷔동기인 절친 박나래하고 술을 마시면 밤을 새요.
"아직 그림실력을 논할 단계는 아니에요." 김지민은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양정무 교수로부터 회화실력을 인정받았다. /JDB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지민은 강원도 출신으로 동해중앙초등학교와 묵호여중, 북평여고를 거쳐 수원에서 대학(수원여자대학교 미용예술과)을 다녔다. 자신의 전공을 살린 의상코디와 헤어메이크업을 직접 해 개그우먼 중에선 가장 먼저 뷰티프로그램에 진출한 이력을 갖고 있다.
예능재간둥이답게 김준호 박나래 김준현 유민상 김민경 등과 함께 소속사 JDB엔터테인먼트의 간판급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고 개그맨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는 송병철을 제압한 바 있다. 작은 체구에도 시원한 샷을 날리는 여성골퍼이기도 하다.
김지민은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 특유의 함박미소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그는 "저한테 감히 스페셜한 인터뷰가 가당키나 해요"라고 자신을 한껏 낮췄다. 끼와 순발력의 예능인이면서도 늘 밝은 표정, 부드러움에 겸손까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스페셜인터뷰이의 자격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