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하정우] 선물 같은 'PMC: 더 벙커' 인터뷰, 힘든 하루의 '비타민'
입력: 2018.12.26 05:00 / 수정: 2018.12.26 05:00

배우 하정우는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하정우는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PMC: 더 벙커' 주연배우 하정우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외근 나가고 있어. 흑흑"

"무슨 취재인데?"

"배우 하정우 인터뷰…"

"뭐라고? 대박!"

크리스마스 이브에 배우 하정우(40)를 인터뷰하러 간다고 하니 단체 채팅방이 후끈 달아올랐다. 2030세대 여성들이 주류인 지인들은 오늘의 취재에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힘들면 본인들이 대신 가겠다고 한다.

1억 배우(1억 관객을 모은 배우),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감독, 각본가, 제작자, 작가 수식어도 다양한 하정우다. 이번에 그가 활약한 작품은 26일 개봉하는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제작 퍼펙트스톰필름)로, 김병우 감독과 '더 테러 라이브' 이후 5년 만에 함께해 내놓은 작품이다.

배우 하정우와 인터뷰가 진행되는 서울 삼청동으로 향하는 길목인 시청 인근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강수지 기자
배우 하정우와 인터뷰가 진행되는 서울 삼청동으로 향하는 길목인 시청 인근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강수지 기자

24일, 인터뷰 장소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연말연시 기획 기사 준비, 연이은 회식들로 머릿속은 복잡했고, 몸은 심히 지쳐 앓아눕기 일보 직전이었다. 삼청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시청역에서 마을버스를 타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비어있는 저녁 약속이 떠올랐고 마음까지 공허해졌다.

이날의 인터뷰는 기자 10명이 함께하는 라운드 인터뷰였다. 하정우는 회색 맨투맨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반뿔테 안경을 착용, 편안한 느낌을 풍겼다. 삐쭉삐쭉 솟은 머리카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작 전에 살짝 졸았네요. 머리가 닭벼슬(볏) 같죠"라고 말하며 웃던 하정우는 인터뷰 시작 전 기자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깍듯하게 건넸다.

배우 하정우는 영화 PMC: 더 벙커에서 글로벌 군사 기업의 캡틴 에이헵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하정우는 영화 'PMC: 더 벙커'에서 글로벌 군사 기업의 캡틴 에이헵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가 이번에 주연배우로 활약한 영화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 기업(PMC)의 핵심팀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30m 비밀 벙커에 투입된 후 난관에 봉착,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 분)와 의기투합해 생존을 위해 상황을 헤쳐나가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에이헵으로 분해 한정된 공간에서의 열연을 보여줬다. 더불어 다수 외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고, 많은 분량의 영어 대사를 소화해냈다.

성원을 보여준 단체 채팅방의 일원들에게 하정우의 매력을 물으니 입을 모아 '유머러스한 입담'이라고 말했다. 짤막한 인터뷰, 기자회견 등에서 하정우를 취재한 적은 다수 있으나 가까운 거리에서 1시간가량의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인데, 출연 배우들과의 호흡, 촬영 분위기 등을 전하는 그의 설명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진솔하고 인간적인 화법이 인상적이다. 가히 '빛나는 입담'이다.

"촬영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외국 배우들과 소통도 큰 무리가 없었죠. 왜냐하면 긴 말을 하지 않으니까요(웃음). 영어가 짧으니까 심도있는 대화를 주고 받거나, 국제 정세, 영화 산업이 나아갈 길 등에 대해 이야기 할 일이 없었죠(일동 폭소). 극 가운데 제럴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마릭 요바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참 열심히 하더라고요. 촬영을 쉴 때마다 한국 관광지를 많이 다녔다고 해요. 뉴욕 출신인데, '뉴욕을 다 잡고 있다. 뉴욕 오면 연락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연락처가 없어요, 하하하."

배우 하정우가 주연배우로 활약한 영화 PMC: 더 벙커는 26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하정우가 주연배우로 활약한 영화 'PMC: 더 벙커'는 26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종일관 좌중을 웃기던 하정우는 작품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니 심히 진지해졌다. 사실 농을 던질 때도 표정은 진지했다. 새 작품에 돌입할 때마다 항상 '리셋'이 되는 느낌이라는 하정우는 아버지이자 선배 배우인 김용건에게 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작품을 많이 했는데 왜 불안할까' '촬영 전에는 왜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될까'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하고 아버지께 여쭤봤어요. 그런데 아버지도 평생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연기는 매번 어려운 것 같아요"라고 고백했다. 하정우는 이번 작품의 에이헵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진지하게 이어나갔다.

"에이헵은 다리를 잃은 트라우마, 그리고 어떤 것이 진짜 리더인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인물이에요. 상처와 핸디캡이 있죠.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진짜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극 속에서 상황에 따라 여러 면모를 보여줬죠. '낙하산' 장면이 그의 내면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장면에서 웃는 것을 통해 긍정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에서 에이헵은 거의 웃지 않죠. 극한 상황을 극복한 것, 선택, 육지에 도착해서 땅을 밟은 것 등 일련의 과정으로 나름의 성장을 이뤘다는 것에 대한 감회, 마무리의 표정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 하정우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걷기의 장점에 대해 언급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하정우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걷기의 장점'에 대해 언급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재미난 입담으로 좌중을 폭소케 하다가, 작품 이야기로 진중한 면모를 보이기를 반복했다. 유쾌하고 알찬 인터뷰다.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고 했던가. 인터뷰 내내 웃고 나니 지친 체력이 회복되는 듯한 느낌도 잠깐 들었다. 특이한 지점인가 싶긴 하지만, 2030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알게됐다.

'유쾌한 분위기'와 더불어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하정우가 강조한 '걷기의 장점'이다. 하정우는 지난달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하루 3만 보씩 걷고,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이 있는 걷기 마니아 하정우는 "오늘 미세먼지가 많지 않아요. 오늘 아침에도 걸었는데요, 대신 칼바람이 불더라고요(웃음). 영화 흥행을 기원하면서 1만 7600보를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스스로를 지탱하는 부분이 있어서 주변 배우들에게도 걷기를 권해요. 오래오래 함께 작품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라며 걷기의 장점을 설파했다. 귀가 쫑긋해졌다.

힘든 하루, 여러모로 유익했던 하정우와의 인터뷰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하정우처럼 부지런히 걷는다면 하정우처럼 건강해지고, 하정우처럼 즐겁게 일하며 100세 시대를 보낼 수 있지않을까. 하정우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가르침, '걷기'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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