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주연의 영화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 이두삼(송강호 분)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았다. /쇼박스 제공 |
'마약왕' 19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모든 건 한번 잘 살아보자고 해서 시작됐다. 돈을 버는 수단이 불법이건 아니건 굶어 죽는 것보단 나으니까. 하급 밀수업자에서 마약왕이 된 이두삼(송강호 분)은 말한다. "이 나라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
'마약왕'(감독 우민호)은 단순히 '마약왕' 이두삼의 일대기를 담은 것은 아니다. 평범한 서민이 아시아 최고의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그의 모습을 비추면서 1970년대 경제 급성장기의 풍경과 시대와 권력을 함께 깔고 간다. 그리고 영화는 계속 말한다. "욕심은 화를 부른다."
1970년, 이두삼은 우연히 마약 밀수업에 눈을 뜬다. 하급 밀수업자로 돈맛을 간간히 보던 그가 큰돈 만질 기회가 생긴 것이다. 조강지처 아내와 두 아이, 시집을 보내야 하는 여동생 3명에 사촌 동생까지. 자신이 먹여살려야 할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리고 여느 작품에서 그렇듯, 이두삼은 만족을 모르고 상류층의 삶을 꿈꾸며 점점 변해간다.
이두삼(송강호 분)은 일본에 마약을 수출하며 "애국"이라고 말한다. /쇼박스 제공 |
송강호는 이두삼이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극 초반엔 '송강호표' 코믹 연기로 초반 시선을 끌고, 중반부터는 돈에 눈을 뜬 이두삼의 모습을 이중적으로 그려나간다. 말미에는 마약으로 타락하는 이두삼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송강호는 이 모습들을 이질감 없이 그려나간다. 이질감이 없을 수 있는 큰 이유는 송강호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캐릭터 전반에 깔려있어서다.
영화는 강렬한 소재만큼이나 날고기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대명, 김소진, 조정석, 배두나, 유재명, 이희준, 이성민, 박지환, 조우진, 최귀화, 최덕문 등이 출연하는데 영화 '1987'을 떠올리게 하는 릴레이 방식이다.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해 작품의 밀도를 높인다.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이희준, 조우진은 '마약왕'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영화에 힘을 싣는다. /쇼박스 제공 |
'마약왕'은 볼거리도 많고 들을 거리도 많다.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과 70년대 팝 음악과 클래식 등이 흘러나와 극의 드라마틱한 구조를 강조한다. 또한 인테리어와 색감, 구도, 조명 등에 힘을 줘 한 장면, 한 시퀀스마다 강렬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과해 '과유불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출연 배우부터 그 캐릭터, 의상, 음악, 소재까지 모든 것에 힘을 주다 보니, 영화 끝에 남는 여운은 없다.
'마약왕'은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답게 노골적이면서도 잔인한 장면들이 몇몇 등장한다. 특히 마약 관련한 장면은 꽤 수위가 높다. 이두삼의 사촌 동생 이두환 역을 맡은 김대명이 문제의 장면에 다수 등장하는데, 그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여성 캐릭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 분)는 그동안 누아르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섹시하면서도 강렬한 캐릭터로 표현했다. 이두삼의 조강지처 아내 성숙경(김소진 분)은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강인하고 대찬 여성으로 표현해 통쾌함을 안긴다.
'마약왕'은 무려 139분의 상영시간동안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송강호로 시작해 송강호로 끝나는 이 영화는 19일 개봉했다. 청소년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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