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턴수첩] '여우각시별' 로운 인터뷰, 청산유수 말솜씨에 '혼미'
입력: 2018.12.05 09:00 / 수정: 2018.12.05 10:06
가수 겸 배우 로운은 인터뷰에서 청산유수의 말솜씨를 뽐내 인턴기자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배정한 기자
가수 겸 배우 로운은 인터뷰에서 청산유수의 말솜씨를 뽐내 인턴기자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배정한 기자

잊지 못할 생애 첫 인터뷰(feat.어색어색)

[더팩트|김희주 인턴기자] 한 달여간 매번 비슷한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한 말(이를테면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는)을 받아적으며 차별적 기사 작성에 점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때에 그를 만났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를 만난 농부의 심정이 이럴까. 지난달 30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편집국에서 가진 가수 겸 배우 SF9 로운과 인터뷰는 신선했다. 목이 마를 때 마시는 한 모금의 생수처럼, 아니 톡 쏘는 탄산수처럼 무뎌져가는 심신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로운은 지난달 26일 종영한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에서 짝사랑남 고은섭으로 출연했다. 극 중 로운은 인천공항 계류장운영팀 소속 고은섭으로 분해 입사 동기 한여름(채수빈 분)을 향한 절절한 짝사랑 연기를 보여줬다. 로운은 드라마에서 보여준 현실감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으며 안방극장에 '서브병 유발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로운은 인터뷰 내내 엄청난 친화력으로 청산유수의 말솜씨를 뽐내 인턴기자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이건 정말로 생경한 경험이었다. 받아 적을 말이 너무 없어서 '또 뭘 써야 하지?'라고 고민하던 때와 달리 너무 많은 걸 받아적어 과부하가 걸려 '이 중에서 뭘 골라서 기사화하지?'라고 고민할 정도였다. 그만큼 인터뷰는 그동안의 정형화 된 취재 일정들과 확연히 달랐다.

로운은 정말 말을 잘했다. 다양한 어휘를 구사할 줄도 알았고 오해의 소지 없이 깔끔하게 말을 하는 방법도 알았다. "그 대사와 감정을 어떻게 살릴까'라고 고민하다가 결국 그걸 잘 소화해냈을 때 어떤 '쾌락'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니, '쾌감'으로 정정하겠습니다, 기자님"처럼 한 마디, 한 마디를 굉장히 머릿속에서 깊게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날 인터뷰실은 중앙난방식 히터의 영향으로 꽤 더웠다. 선배 기자의 질문에 여러 제스처를 동원해 성심성의껏 대답하던 중 로운은 입고 있던 검은색 롱 패딩을 벗었고, 잘 벗겨지지 않아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아 죄송합니다"고 말한 뒤 "아무튼 그래서요"라고 덧붙이며 인터뷰의 흐름을 깨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로운은 인터뷰에 진중한 자세로 참여했고, 선배기자와 소속사 관계자로부터 여러번 말을 참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배정한 기자
로운은 인터뷰에 진중한 자세로 참여했고, 선배기자와 소속사 관계자로부터 여러번 말을 참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배정한 기자

취재원과 1대 1로, 같은 공간에서 최소한의 인원이 남아 작품에 관해 깊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인터뷰는 또 새로운 매력이 있었다. 취재원이 어떤 '연예인'인지, 어떤 '작품'을 맡았는지보다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날 본 로운은 인간미가 풀풀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는 인터뷰 중 다시 보기로 즐겨보고 있다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언급했다. 이때 '슬기'라는 이름을 가진 선배 기자는 "어? 나는 슬긴데, 로운 씨는 로운이네요. '슬기, 로운'?"이라고 말했는데, 이때 로운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키가 190cm인 남자가 별안간 일어나서 깜짝 놀랐다) 선배의 손에 주먹을 맞대고 "와, 통했어요!"라고 말하며 친화력을 과시했다.

로운은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옥**'앱에서 월 정액권을 끊어놓고 봐요. 무료 영화도 많아서 좋아요"라거나 "이제훈 선배님이 주셨던 찐 고구마는 먹기 아까워서 급속 냉동시켜놓고 보관하고 있어요" "아이 감사합니다(정말 '아이' '아이고' '아유'라는 감탄사를 자주 덧붙였다)"등 브라운관에서 보던 냉철한 모습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따듯하고 정감 가는 사람이었다.

로운은 사진 포즈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며 여러가지 자세를 취했다./김희주 인턴기자
로운은 사진 포즈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며 여러가지 자세를 취했다./김희주 인턴기자

드라마 제작발표회였다면 그저 인터뷰가 끝나고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취재현장에 가면 한 50번은 듣는 것 같다)라는 형식적인 말을 주고받고 끝났을 테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취재원과 함께 이동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자리를 옮기던 중, 기자가 된 후 처음으로 연예인이 하는 사적인 말도 들었다. 로운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에게 "전날 라면을 먹고 잤다"며 "어젯밤에 양은 냄비로 라면을 끓여 먹다가 손을 데었다"고 말했다. '연예인도 양은 냄비를 쓰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그와 눈이 마주쳤지만, 딱히 대답해줄 말은 없어서 눈을 피했다. 이어 로운은 엘리베이터에 있던 사람들을 보며 "**탕면이었어요"라고 덧붙였다.

물론 제작발표회나 기자간담회도 취재원과 취재진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긴 하지만 인터뷰는 그보다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한 시간 동안 생판 초면인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드라마에서 제복을 입고 각종 전문 용어를 늘어놓으며 연기하던 완벽해 보이는 사람의 색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게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에서 인천공항 계류장운영팀 제복을 입고 열일하던 남자가 카메라 뒤에서 기자에게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건 기대도 하지 않고, 제가 시상식 입구에만 서 있어도 감사할 것 같아요"라며 부끄러워하는 사람인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언젠가 선배 기자만큼의 경력이 돼 인터뷰할 수 있게 된다면, 로운만큼이나 '댕댕미' 넘치는 '인싸력'으로 취재원의 숨겨져 있던 모든 매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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