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뉴이스트 새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JR을 만났다./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JR, 그의 관성같은 예의바름
[더팩트|김희주 인턴기자] "저는 팬이 아니거든요!"라는 외침이 곧 "좀 지나간다고요!"를 거쳐 "선배! 어디 계세요!"라는 절박한 물음으로 바뀌었을 때쯤 입장해 만났던 뉴이스트W를 떠올리려 한다.
지난 26일, 뉴이스트W 신규 앨범 'WAKE,N(웨이크,엔)' 쇼케이스가 열리는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장소를 잘못 찾아왔나?"였다. 아직 미디어 쇼케이스가 시작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팬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팬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추위에 떨고 있는 '러브(뉴이스트 팬클럽)'들을 뒤로 하고, 프레스권을 받고 홀 내부로 들어가자 걱정이 먼저 앞섰다. 기억 속 뉴이스트W는 2년 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본 모습에서 멈춰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던 멤버는 당시 "이번이 아니면 끝이다"고 말하며 연습생들 사이에서 가장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JR이었다.
뉴이스트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는 26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렸다./김희주 인턴기자 |
트위터에 'JR' '제이알' '김종현' '쩨알'(팬들이 JR을 부르는 애칭) 등을 검색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이내 쇼케이스가 시작됐고 뉴이스트W가 무대 위에 올라와 타이틀 곡 'HELP ME(헬프 미)' 무대를 선보였다. 뒤이어 토크타임이 시작되자, 방금 전까지 뼈가 부서질 것처럼 강렬하게 춤을 추던 네 명의 남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둥순둥한 얼굴로 바뀌어 기자들에게 인사했다.
무릇 현장이란 대부분 기사의 '건조함'을 거쳐 기사화될 중요한 포인트들만 남기 때문에, 러브들이 타 기사들로 알지 못했을 소소한 목격담(?)을 풀어보려 한다. (아마 러브들은 이걸 '떡밥'이라고 부르겠지.)
JR은 무대에 올라오며 눈이 마주친 MC에게 유일하게 '꾸벅 인사'를 건넨 멤버였다. 아마 그 첫 등장 때문에 인턴기자는 한 시간 내내 JR에 더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그는 매번 무대에서 퇴장할 때마다 그냥 휘적휘적 걸어가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마이크를 두 손에 쥐고 '총총걸음'으로 뛰어갔다.
현장에서 본 JR은 리더로서 책임을 잘 숙지하고 있었다. JR은 자신에게 타이틀 곡 설명을 해달라는 MC에게 "저보다는 이번 앨범 작곡에 참여한 백호가 잘 설명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덕에 백호는 마이크를 꼭 쥐고 자신의 창작 결과물을 뿌듯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게다가 JR은 "포인트 안무를 설명할 수 있냐"는 MC의 물음에 벌떡 일어나 "직접 보여드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멤버들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내 그들을 이끌어 무반주로 춤을 췄다. 그들이 춤을 추며 내는 '탁탁탁' 거리는 발소리만이 홀 내부의 정적을 채웠다. '조금 민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진지한 얼굴이었다.
특히 JR은 만약 이번 현장이 내 첫 취재 현장이 아니었다면 '왜 저러지?'라며 의아해할 만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황민현 투입 후 활동 계획에 관해 말해줄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JR은 "아직 논의된 것이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어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하며 난처해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또 벌떡 일어나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허리를 굽혔다. 그의 어깨 위를 무겁게 누르던 리더라는 책임감이 그의 상반신을 아래로 끌어내린 것만 같은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그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듯 보였다.
"곧 12월 콘서트를 할 테니 기자님들이 시간이 되신다면 꼭, 꼭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던 JR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너무 굳을 대로 굳어져 버린 '관성과 같은 선함'이었다. 기자들에게 JR이 차리고 싶었던 예의는 다른 세 명의 멤버들보다 유독 더 긴장해 한 시간 내내 두 손을 무릎 위에서 떼지 못하던 그의 모습으로도 이미 충분히 전달이 됐는데.
뉴이스트W 쇼케이스 현장 밖은 팬들로 북적였다. 쇼케이스 공연장은 사운드와 화면이 매우 웅장하게 준비돼있었다. /김희주 인턴기자 |
'도대체 뭐가 저렇게 죄송하고 감사할까?'라는 의문으로 두 번째 무대 'L.I.E'에 집중하지 못했다. 또한 내가 왜 그들의 기계적인 답변에 '불편함'보다는 '안쓰러움'을 느끼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러브'들 만큼이나 그들의 다사다난했던 가요계 활동을 잘 알지는 못하고 그만큼의 애정을 갖기도 힘든 인턴 '기자'다. 하지만 추측해보자면, 5년간의 무명 생활을 버티고 이제야 빛을 본 뉴이스트W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많은 기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또 소중한 그 기회를 잘 살리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 아닐까.
"러브가 우리의 손을 잡고 있으니 나도 러브의 손을 놓지 않겠다"던 JR의 말처럼, 그들이 잡고 있는 단단한 손깍지가 언젠가는 뉴이스트W에게 든든한 믿음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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