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턴수첩] 방송에서 본 '노라조', 현장에서 본 '노라조'
입력: 2018.11.27 05:00 / 수정: 2018.12.05 10:12

지난 17일 노라조 조빈과 원흠을 만났다./김희주 인턴기자
지난 17일 노라조 조빈과 원흠을 만났다./김희주 인턴기자

노라조 "저희는 그딴 거 없고요", 제발 그딴 게 있어줬으면…

[더팩트|김희주 인턴기자] 지난 17일 오후 12시, 노라조를 취재하기 위해 그들과 만나기로 한 청담동에 있는 모 헤어메이크업에 도착했다.

"아, 노라조 분들을 만나러 왔다고요" 몇 번을 말해도 무시하는 직원들을 붙잡고 결국 약간의 짜증을 섞어 말하자 한 직원이 "아, 아직 오빠들 안 오셨다고요"라고 대답했다. "네?'라고 되묻자 "아, 저기 앉아서 기다리시라고요"라고 말한다. '뭐지? 라임을 맞추는 건가?'싶어 나 역시 "아, 알았다고요"라고 답가를 줬다.

직원의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도구가 쌓여있어 엉덩이나 겨우 걸칠 수 있는 소파가 있었다. 짠! 이게 내가 노라조를 약 30분 동안 기다릴 자리다. 이 자리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기 위해 나는 일산에서 강남까지 버스를 두 시간 타고 혹시 차가 막힐지 몰라 아침 8시부터 집을 나선 것이다!

구석에 앉아있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지나가는 연예인들과 일반인들의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얘는 뭔데 여기서 이러고 있지?'라는 얼굴로 마치 나를 사생팬 쳐다보듯이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그들을 외면하며 약 삼십여 분간 앉아있을 때였다. 노라조와 선배 기자들이 도착했다.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그동안 음악방송에서만 봐왔던 그들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메이크업 의자에 앉은 조빈에게 "하도 사이다 캔을 많이 붙이고 다녀서 두피가 상했네요"라고 말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방송 하나에 출연하기 전 열 개가 넘는 사이다 캔을 머리카락에 매달고 다녔던 그의 노고가 그제야 느껴졌기 때문이다. 웃음기 하나 없이 메이크업을 받으며 다음 행사에 관해 매니저와 얘기를 나누던 그는 진짜 '프로'였다.

조빈과 원흠은 과연 TV에서 보던 그 사람들과 동일인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인터뷰에 임했고, 아직 인턴기자인 나에게도 깍듯이 인사한 후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원래 저렇게 말이 없는 사람들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든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행여나 행사를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오후 2시,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진행된 '하하호호 맛있는 쿡서트' 행사장에 도착한 후 무대에 등장하며 조빈이 외쳤다. "미래의 수능 꿈나무들, 안녕하세요!"라고. 방금 전 까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순시간에 '깨방정' 모드로 바뀐 그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노라조는 관객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무대 아래로 내려가 공연을 했다./김희주 인턴기자
노라조는 관객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무대 아래로 내려가 공연을 했다./김희주 인턴기자

조빈의 그 한마디에 대부분 어린이와 동행한 관객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무대 가까이 모여들었다.

노라조의 사진을 찍기 위해 물밀 듯이 밀려오는 사람들의 인파에 싸여 '이러다 압사당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숨이 막히기 직전, 갑자기 조빈이 흥분한 관객들을 제지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보통 연예인들을 사진 찍을 때는 초상권이 있으니까 조심해야 하거든요"라는 조빈의 말에 시민들은 당황한 듯 조용해졌다. 일명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진다는 뜻의 줄임말)의 현장이라고나 할까.

이제 내가 겨우 숨을 좀 돌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어 조빈이 덧붙였다. "하지만 저희는 그딴 게 없으니까 막 찍으셔도 됩니다"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아까보다 더 열광적으로 환호하기 시작했다. '제발 그딴 게 있어줬으면...'이라고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인파로부터 빠져나왔다.

정해진 세 곡에서 보너스 곡까지 부르며 능숙하게 무대를 이끌어가는 그들이 진심으로 멋있어 보였다. 어찌 보면 우습게 보이고 창피할지도 모르는 행색으로 우스꽝스러운 가사의 노래를 부르는 그들이 말이다. 가수라는 자신의 직업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노라조에게 감동을 받았다고나 할까.

노라조 조빈과 원흠은 흔쾌히 함께 사진을 찍어줬다./김세정 기자
노라조 조빈과 원흠은 흔쾌히 함께 사진을 찍어줬다./김세정 기자

행사가 끝나자마자 노라조는 다음 스케줄을 위해 이동했다. 그들을 태운 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자 그제야 정신없었던 하루가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TV에서만 보던 그들의 모습과 전혀 다른 진중한 면에 한 번 놀라고, 무대 뒤 모습과 다른 '깨방정' 가득한 무대 위 모습에 두 번 놀라고, 또 행사가 끝나고 나에게 "아, 인턴분?"이라며 수줍게(?) 인증 사진 포즈를 취해주던 그들 때문이었을까. 양파처럼 까도 까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이 나오는 그들의 모습에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짚어 본 하루는 더더욱 다이내믹했다.

노라조 분들, 오늘 많이 배웠습니다.

heejoo321@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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