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스타의 SNS 소통은 옳고 그름을 떠나 논란의 소지를 만들기 쉽다. 사진 왼쪽부터 유아인 오초희 수지. /더팩트 DB |
[더팩트|강일홍 기자] "남성은 여성을 차별하는 존재, 여성은 피해자라는 구도가 아니라 우리는 이 세계에서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조금씩 서로 얘기하고, 다양한 여론을 통해 생각을 맞춰가고 있다. 좀 더 평화롭게 덜 공격적이 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세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이 떠들었던 것 같다."(배우 유아인, '대중, 논란, 책임'에 대한 주제로 나눈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 중에서)
유아인은 연예계 SNS 소신발언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트위터를 통한 일명 '애호박 사건' 설전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당시 한 네티즌이 "(유아인은)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 칸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긋할 것 같음"이라고 글을 남기자 "애호박으로 맞아 봤음?"이라는 답글을 남겼고, 이후 '유아인이 여성을 향한 폭력을 암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으로 번졌다.
자신의 댓글에 비난 글이 폭주하자 유아인이 적극 대응하면서 논란은 더 크게 확산됐다. 이틀 뒤 유아인이 '나는 페미니스트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일반인'을 자처한 한서희가 여기에 가세하며 '페미니스트' 논쟁으로 비화되더니 정신과 의사 김현철씨가 유아인을 두고 '급성 경조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가벼운 농담으로 끝날 수 있었던 트위터 설전은 사안마다 일일이 반박 재반박하면서 2라운드 논쟁으로 본격화됐다.
유아인은 지난해 11월 트위터를 통한 일명 '애호박 사건'으로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이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임세준 기자] |
◆ 사안에 대한 논리와 타당한 설득력 못지않게 상대방 배려하는 감성적 접근 필요
유아인이 SNS를 통해 네티즌들과 벌인 설전과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무렵 '애호박 사건' 외에도 고 김주혁의 애도 문구 'RIP'(Rest In Peace:평화롭게 잠들다)로 한바탕 논쟁이 오갔다. 그의 소신 행동과 소신 발언은 앞서 광화문 촛불 시위 참석(2016년)과 '51프로의 유권자의 결정'(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평가), '민주주의와 참정의 기본'(2011년 10.26 국회의원 재보걸 선거) 등 사회적 정치적 사안마다 목소리를 냈다. 주장이 틀린 것도 아니다.
아주 작은 실수와 진심어린 사과에도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게 유명세다. 유아인은 수년 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옳다는 걸 거스르고, 옳지 않은 걸 해야 한다는 게 견디지 못할 만큼 힘들었다. 겉에 치중하는 연예인이 아닌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됐다. (중략) '진정 나를 위하는 게 무엇인지, 배우 유아인의 길은 어떤 것일까'를 두고 고민했다. 마냥 좋고 부딪치고 깨지고 싸울 일들이 많던 시기였다."
페미니즘 논란에 대해 유아인은 지난 5월20일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대상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몰랐고 재미있는 농담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지만, 그를 둘러싼 논란의 이미지는 소신 행동과는 별개로 남아있다. 혹자는 유아인이 다른 연예인과 다른 점에 대해"사안에 대한 논리와 타당한 설득력"이라고 옹호하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가 진정한 대중스타라면 상대를 굴복시키는 논리보다 배려하는 감성적 접근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는다.
가수 겸 배우 수지는 지난 5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합정XXXX 불법 누드촬영' 관련 청원에 동의했음을 알리는 영상을 게재한 뒤 섣부른 소신행동에 대한 역풍에 시달렸다. /더팩트 DB |
◆ 쉽게 논란으로 번지는 대중스타의 소신 발언과 행동, '대중적 파급력' 고려해야
유아인의 사례에서 보듯 대중 스타의 SNS 소통은 옳고 그름을 떠나 논란의 소지를 만들기 쉽다. 최근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배우 오초희는 지난 15일 SNS에 이수역 폭행 사건에 관해 글을 올린 뒤 뭇매를 맞았다. 그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 13일 서울 사당동 이수역 인근 맥주 주점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으로, 사건의 단면만 보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입장을 성급히 대변했다는 게 요지다.
배우 수지는 지난 5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합정XXXX 불법 누드촬영' 관련 청원에 동의했음을 알리는 영상을 게재하며 불법 누드촬영 관련 청와대 청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양예원이 과거 유튜브 및 페북으로 알게 된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20여 명의 남성들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백한 직후다. 이후 양예원을 둘러싼 가해자들과의 진실공방이 이뤄진 뒤 돌아온 건 '개념배우'라는 칭찬 대신 섣부른 소신행동으로 인한 역풍이었다.
연예인들이 더이상 선거판에 끼어들지 않는 것은 오랜 학습효과다. 정치적 이념이나 색깔로 덧칠돼 피해를 볼 일이 더 많다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이슈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소신발언이나 행동이 쉽게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무엇보다 대중적 파급력이다. '우리도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주장이 틀린 말이 아니듯, 스타란 이름으로 대중의 판단을 흐린다면 이 또한 옳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해야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