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국가부도의 날', 정리되지 않은 퍼즐조각
입력: 2018.11.26 05:00 / 수정: 2018.11.26 05:00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는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등이 출연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는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등이 출연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국가부도의 날' 11월28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이름만 들어도 화려하다. 배우 김혜수와 유아인, 조우진, 허준호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당시, 국가부도가 나기 직전의 급박한 상황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전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영화의 이미지는 벗지 못했다. 대신 감정으로 호소한다.

영화에서 다뤄진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외환 시세 안정을 위해 부도 난 국가에 돈을 빌려주고,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국제 금융기구다. '국가부도의 날'은 불과 21년 전, 한국이 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총 세 가지 줄기로 나뉜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과 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의 대립, 국가부도를 미리 예견하고 작정하고 돈을 버는 윤정학(유아인 분), 국가부도 때문에 정통으로 타격을 입은 소시민 갑수(허준호 분) 의 이야기가 담겼다.

영화에서 김혜수(위쪽)와 조우진의 대립장면이 관전포인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서 김혜수(위쪽)와 조우진의 대립장면이 관전포인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잘 사는 사람은 계속 잘 살자"는 재정국 차관의 모습은 한 대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재벌에게 유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그는 수많은 국민을 뒤로하고 자신의 말 한마디로 불리한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한다. 한시현은 관객을 대신해 재정국 차관에게 대응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힘없는 일개 '은행원'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부딪히고 만다. 그럼에도 한시현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영화에서 관전포인트는 한시현과 재정국 차관의 대립이다.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언쟁은 몰입도를 높인다. 김혜수와 조우진, 두 배우의 힘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유아인이 맡은 윤정학은 영화의 큰 줄기에서 따로 빠져나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큰 줄기와 따로 노는 듯 함께 가는 윤정학 부분은 1997년 당시, 떼돈을 벌었던 소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가장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유아인 특유의 발성과 연기로 그려내는데 이는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정체성이 모호해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유아인(맨 위쪽) 허준호, 뱅상 카셀은 각각 금융맨 윤정학 역과 소시민 갑수 역, IMF 총재 역을 맡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아인(맨 위쪽) 허준호, 뱅상 카셀은 각각 금융맨 윤정학 역과 소시민 갑수 역, IMF 총재 역을 맡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소시민 갑수의 이야기다. 그러나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과 연출이 오히려 감정을 해친다.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은 영화에서 IMF 총재 역을 맡았는데, 극 중 후반부에 10여 분정도 출연한다. 그의 등장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힘이 있지만, "꼭 그여야만 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등장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각 계층을 잘 보여주면서도 그 연결고리가 없어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준다. 세 가지 줄기가 마침내 하나의 줄기가 돼서 만나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각자의 길을 가다보니, 정리되지 않은 퍼즐을 보고 있는 듯 하다. 경제용어도 다수 나오는데, 경제에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읽히는 소설책을 글만 읽고 넘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최국희 감독은 '국가부도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용어를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이 인물들의 감정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게 더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했다. 어려운 용어를 쓰는 데 불안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당시, 답답한 정치적 상황을 잘 보여준다.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도 여당, 야당의 이익을 챙기기 바쁘고, 문제가 터졌음에도 무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영화는 여전히 그 문제가 이어지고 있음을 짚어준다.

'국가부도의 날'은 12세 관람가이며 오는 28일 개봉한다. 상영 시간은 11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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