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산이, 구구절절 해명에도 대중이 돌아선 이유
입력: 2018.11.19 13:48 / 수정: 2018.11.19 13:48

신곡 페미니스트로 논란에 휩싸인 래퍼 산이. /산이 인스타그램 캡처
신곡 '페미니스트'로 논란에 휩싸인 래퍼 산이. /산이 인스타그램 캡처

산이의 신곡 '페미니스트', 여성 혐오곡 논란 휩싸여

[더팩트|성지연 기자] 래퍼 산이가 지난 16일 신곡 '페미니스트'를 기습 발표한 가운데 신곡을 두고 '여성 혐오곡'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사태가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자 산이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싸늘하게 식은 리스너의 마음은 쉽게 돌아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이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캡처해 올렸다. 산이가 올린 글에는 신곡 '페미니스트'를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한 것과 이번 논란과 관련한 산이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다.

그는 "글을 쓰면서 변명이나 해명처럼 들릴까 봐 상황에 따라 바뀌며 소신도 없냐는 소릴 들을까봐 (중략) '가만히 있자' 이게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며 "하지만 오랜 팬이 나를 좋아한 시간이 후회되고 배신감 느낀다고 말해 내가 어떻게 보이는 건 상관없어졌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적었다.

이어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니다. 곡을 잘 들어보면 곡에 등장하는 화자는 내가 아니다"며 '페미니스트' 가사를 하나하나 해명하기 시작했다.

산이가 해명한 내용은 이렇다. 글 속에 화자는 군대에 대해 언급하지만, 산이 본인은 어릴 적 이민을 간 미국시민권자로 자신이 결코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 '내 엄마 내 누나 내 여동생'이란 가사 또한 자신은 친누나와 친여동생이 없다는 것 등이다.

이어 산이는 "화자는 남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대부분 남자가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며 "여자로 사는 게 두렵고 무서운 매일을 견뎌야 한다는 여자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며 또 공감한다. 내가 여성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산이가 남긴 페미니스트 관련 해명글. /산이 인스타그램 캡처
산이가 남긴 '페미니스트' 관련 해명글. /산이 인스타그램 캡처

그는 마지막으로 "그러나 남자들 역시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범죄를 두려워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그게 모든 남성을 공격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는 결코 되지 않는다. 나머지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산이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 리스너들의 공분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래를 창작하는 아티스트로서 가사 하나하나에 해석을 써넣는 것 자체가 신념 없이 이슈만 좇아 쓴 곡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다는 이유다.

'페미니즘'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채 노래 제목에 섣부르게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넣었다는 것도 지적의 이유가 되고 있다. 젠더이슈가 뜨거운 요즘, '이수역 폭행 사건'이 벌어진 날 신곡을 발매한 산이를 두고 무지로 인해 젠더갈등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산이가 지난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산이 트위터 캡처
산이가 지난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산이 트위터 캡처

과거 산이가 트위터에 남긴 글 또한 이번 해명이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과거 산이는 자신의 SNS에 "난 오유하고 동생은 일베 하는데 참 사람의 입장이라는게"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여기서 '오유'와 '일베'는 국내 커뮤니티 중 여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대표적 사이트다.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 특히나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젠더갈등을 다루는 노래였다면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공부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침묵했어야 한다.

때는 늦었다. '비겁하다'는 비난을 겸허히 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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