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수첩] 첫 취재 현장은? '톱스타 유백이'가 아닌 '톱스타 영접기'
입력: 2018.11.15 05:00 / 수정: 2018.11.15 05:00
14일 tvN 새 금요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제작발표회에 다녀왔다.  /tvN제공
14일 tvN 새 금요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제작발표회에 다녀왔다. /tvN제공

프로페셔널 한 배우들, 그 앞에 선 '한달 차' 인턴기자

[더팩트|영등포= 김희주 인턴기자] '드덕'(드라마 덕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기자 인생 처음으로 참석한 제작발표회는 '혼파망'(혼돈,파괴,망각)의 연속이었다. 14일 오후 2시 tvN '톱스타 유백이 제작 발표회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어떡하지?'였다.

드덕들 사이에서 '제발회'라고 불리는 제작발표회에 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PD와 출연진, 그리고 취재진이 한데 모여 작품을 이야기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내가 갈 수 있다니... 나는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현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산산이 조각났다. 오후 1시 40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도착하자마자 맞닥뜨린 첫 번째 '혼란'은 '휴대폰 충전기를 놓고 와서'였다. 휴대폰 액정 속 '30%'라는 글자는 나를 절망에 빠트렸다.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영상을 중요시하는 <더팩트> 기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tvN 톱스타 유백이 제작발표회 현장은 취재진과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영등포=김희주 인턴기자
tvN '톱스타 유백이' 제작발표회 현장은 취재진과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영등포=김희주 인턴기자

급히 관계자에게 뛰어가 휴대폰 충전을 맡기고 돌아오자 현장은 이미 취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함께 온 선배의 안내에 따라 명함을 챙겨 주변에 있는 타 매체 선배 기자에게 드리고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열 번쯤 했을 때였다. "tvN 새 금요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제작발표회를 시작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었다. 세상에, TV에서만 보던 개그우먼 박슬기였다.

박슬기의 실물에 이렇다 할 감상을 가질 시간도 없이 취재현장을 뛰쳐나갔다. 30%에서 조금이라도 충전돼있을 휴대폰을 가져오기 위해서.

"김지석 씨, 이쪽도 봐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현장에 들어서자 배우 김지석은 수려한 외모를 뽐내며 취재진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급하게 휴대폰을 들어 카메라 버튼을 눌렀을 때 김지석은 이미 무대에서 내려간 지 오래였다. 망연자실해 하며 자책하는 건 사치였다. 뒤이어 '실물 요정' '우유빛 피부' 전소민이 등장했다. 손을 벌벌 떨며 그 미모를 담아내지 못하는 나의 똥손(?)을 원망하면서도 촬영을 이어갔다.

이어 배우 이상엽, 허정민이 포토 타임을 가진 후 본격적인 토크 타임이 시작됐다. 미처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출연 배우들의 미모를 감상하고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가 나를 정신 차리게 했다. 선배가 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미 흘려들어버린 말들로 현장 기사가 '파괴'되기 전에 재빨리 메모장을 켰다. 드덕이기 이전에 기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 했다.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연출을 맡은 유학찬PD와 배우 김지석, 전소민, 이상엽, 허정민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제작발표회에 임했다.  /tvN제공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연출을 맡은 유학찬PD와 배우 김지석, 전소민, 이상엽, 허정민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제작발표회에 임했다. /tvN제공

어리바리한 인턴 기자가 이제야 뭔가를 해보려고 정신을 차린 반면, 앞에 앉은 PD와 배우들은 능숙하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있었다. "섬소녀 오강순을 연기하면서 망가지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냐"는 박슬기의 질문에 전소민이 내놓은 대답은 인상적이었다. "여배우로서 망가지고 내려놓는다고 생각을 한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그는 그 순간 가장 '멋진 배우'였다.

메모장 세 개를 정신없이 번갈아 켜기를 몇 번 반복하자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가 탄생했다. "스트 썼어요!"라고 자랑스럽게 선배에게 보고하려는데, 정적뿐인 주변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제작발표회는 끝난 지 오래였다. 그나마 남아있는 몇몇 취재기자들은 주변 카페 탐색을 하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숙연하게 다음 스트기사를 이어 썼다.

이번엔 '망각'의 시간이었다. "드라마 기사를 쓸 때는 연출, 극본 정보를 써야 해" "기자 이름 앞에 현장 정보를 써야 해" "가독성 있게 써야 해"라는 선배의 조언을 들어도 다음 스트 기사를 이어 쓰려고 할 때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빨리 써야 햐는데...'라는 생각과 '기사를 잘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충돌했기 때문이다.

제작발표회는 끝났지만 기자로서의 업무는 카페에 들어선 순간부터가 시작이었다. /영등포=김희주 인턴기자
제작발표회는 끝났지만 기자로서의 업무는 카페에 들어선 순간부터가 시작이었다. /영등포=김희주 인턴기자

제작발표회가 끝나고 주변 카페로 이동했다. 배터리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휴대폰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영상을 편집하고 나니 그제야 조금 숨 돌릴 시간이 주어졌다. 조금 전 써서 출고했던 스트기사 두 개를 클릭했다. "왜 하필 이런 사진을 첨부한 거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 기사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다. "배우 김지석, 허정민은 '실물파' 미남 배우입니다."

느긋하게 기사와 영상을 번갈아 보는데, 앞에 앉은 선배가 물어왔다. "뭐해? '인턴 수첩' 써야지?" 또다시 '혼돈'의 국면에 빠져들게 하는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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