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드렁큰 타이거, 흥겨운데 왜 눈물이 나지
입력: 2018.11.15 05:00 / 수정: 2018.11.15 05:00

드렁큰타이거가 14일 오후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마지막 정규 10집  엑스 : 리버스 오브 타이거 제이케이(X : Rebirth of Tiger JK) 앨범 발매 음감회를 개최, 신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드렁큰타이거는 이번 정규 10집 이후 타이거JK로만 활동할 예정이다. /뉴시스
드렁큰타이거가 14일 오후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마지막 정규 10집 '엑스 : 리버스 오브 타이거 제이케이(X : Rebirth of Tiger JK)' 앨범 발매 음감회를 개최, 신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드렁큰타이거는 이번 정규 10집 이후 타이거JK로만 활동할 예정이다. /뉴시스

드렁큰 타이거, 정규 10집 앨범을 끝으로 전설 속으로

[더팩트|성지연 기자]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편의점' '난 널 원해' '5000원' '굿 라이프'….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 CD 플레이어와 MP3엔 언제나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가 함께했다.

때로는 삐딱하게, 때로는 우울한 노랫말로, 꽹과리와 북소리에 맞춰 붐뱁을 뱉는 남자. 한국말은 서툴지만, 타인을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술취한 호랑이'. 그 당시를 살았던 청춘에게 그는 용기였고 선구자였으며 힙합 그 자체였다. 힙합이란 장르 자체가 낯설었던 그 시절, 드렁큰 타이거는 우리에게 힙합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오늘(14일), 우리에게 이별을 고한다. 술 취한 호랑이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마지막 정규 10집이다.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힙합 뮤지션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타이거 JK)의 마지막 정규 10집 앨범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가 열렸다.

래퍼 데프콘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음악감상회는 드렁큰 타이거의 히트곡 메들리로 흥겹게 포문을 열었다. 이날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공개되는 드렁큰 타이거의 10집 'X : Rebirth of Tiger JK'(엑스: 리벌스 오브 타이거 제이케이)는 수록곡만 무려 30곡이다.

힙합 뮤지션 드렁큰타이거가 14일 마지막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필굿뮤직
힙합 뮤지션 드렁큰타이거가 14일 마지막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필굿뮤직

2장의 CD로 나뉘어 다양한 해석을 담아냈다고. 한 장은 특유의 붐뱁 장르로 채웠고 다른 한 장에는 재즈 EDM 레게 등 여러 장르의 음악적 확장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앨범 타이틀 'X'는 10번째란 의미이자 미스터리, 무한대, 곱하기, 후속편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여기에 방탄소년단 RM, 세븐틴의 버논 등 실력파 K팝 아이돌은 물론 도끼, 가리온 메타, 슈퍼비, 면도, QM, 테이크원,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등 각 장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선후배 동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듣는 재미 또한 더할 예정이다.

10집 앨범이자 굿바이 앨범. 그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타이거 JK는 더욱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오랜 동료 비지와 함께 자신의 히트곡 메들리와 이번 앨범 타이틀 '끄덕이는 노래'로 분위기를 달궜다. 평소 박수나 호응이 없는 취재진이지만, 현장에 있던 70여 명의 취재진들도 이날만큼은 소심한 환호성으로 그의 무대를 응원했다.

타이거 JK에게도 슬럼프가 왔던 때가 있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지만, 정규 10집을 끝으로 모든 것을 털어낸 듯 홀가분한 모습을 보여주며 랩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전성기 시절로 돌아온 듯 카리스마 넘쳤다.

마지막 앨범인 만큼 정규 10집은 드렁큰 타이거의 애정이 그 어떤 앨범보다 가득 담겨있는 듯 했다.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다양했다.

한국 힙합을 이끌어온 1세대 힙합 아티스트 드렁큰 타이거. /저스트뮤직 제공
한국 힙합을 이끌어온 1세대 힙합 아티스트 드렁큰 타이거. /저스트뮤직 제공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마지막 활동이기에 더욱 용기있는 시도를 했고 '촌스러운 것들을 여전히 고집한다'는 사람들의 질타에도 또 한번 고집스럽게 촌스러운 것들과 추상적인 묘사를 더했다.

수록곡을 소개하는 그의 어눌한 말투도 여전했다. 그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 불행에 대한 이야기도 이번 앨범에 넣었다"며 '불행을 팔아 장사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던 '8:45 heaven'을 언급하기도 했다.

드렁큰 타이거는 이번 앨범을 끝으로 타이거 JK로 음악 활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술 취한 호랑이' 타이거 JK란 이름은 이제 추억 속에 남겨둬야 할 이름으로 남았다. 마지막을 예고한 드렁큰 타이거의 마지막 표정은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뒤섞여 묘한 미소가 번졌다.

드렁큰 타이거 이름을 걸고 발매하는 정규 10집에 대한 소감을 전하는 타이거 JK. /뉴시스
드렁큰 타이거 이름을 걸고 발매하는 정규 10집에 대한 소감을 전하는 타이거 JK. /뉴시스

"많은 분이 제게 시대에 뒤떨어진 것만 고집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저는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을 버리고 더욱 올드하게 출발해볼까 합니다. 콘서트도 하고 기자분들도 찾아뵙고 장터도 다니면서요. 시대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거기에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낸다는 것은 더는 걸맞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가 타이거 JK로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음악은 여전할 거다. 하지만 한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듯한 그의 마지막 말은 왠지 쓸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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