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에즈라 밀러X수현,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인터뷰
입력: 2018.11.09 00:00 / 수정: 2018.11.09 00:00

할리우드 배우 에즈라 밀러(왼쪽)와 한국 배우 수현. /유튜브 영상 캡처
할리우드 배우 에즈라 밀러(왼쪽)와 한국 배우 수현. /유튜브 영상 캡처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에즈라 밀러X수현, 사이다 인터뷰

[더팩트|성지연 기자]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코너가 있었다. 이름하여 '시커먼스'. 개그맨 2명이 얼굴에 까만 칠을 하고 등장해 흑인 흉내를 내며 노래를 부르는 콘셉트로, 우스운 몸짓 하며 까만 분칠이 우스꽝스러워 꽤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방송 당시 '시커먼스'의 콘셉트와 개그 내용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코너가 막을 내리고 한참 뒤에야 인종차별적인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로 회자되는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시커먼스'가 방영된 2005년 당시에는 인종차별과 관련한 이슈는 대중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개그코너 시커먼스 /KBS 제공
과거 인기를 끌었던 개그코너 '시커먼스' /KBS 제공

아래는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영상이다. 오는 11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출연한 한국 배우 수현과 할리우드 배우 에즈라 밀러의 인터뷰 내용이 담겼다.

지난 6일(현지 시간) 할리우드 스타들과 전문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키얼스티 플라에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주연배우 에즈라 밀러와 수현이 출연했다. 두 사람은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홍보했다.

인터뷰가 무르익던 중, 키얼스티 플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는 "해리포터 책을 처음 읽었던 순간을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에즈라 밀러는 "7살쯤 아버지가 읽어줬다"고 대답했다. 수현 또한 "중학교 시절, 아버지 친구분께 부탁 드려서 미국에서 책을 받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자 키얼스티 플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수현의 대답이 의아하게 느껴졌던 것. 곧이어 키얼스티 플라는 수현을 향해 "(해리포터를) 영어로 읽었느냐. 그 당시에도 영어를 할 수 있었느냐"며 다소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을 이어갔다.

무례한 질문에 당황한 에즈라 밀러의 표정. /유튜브 영상 캡처
무례한 질문에 당황한 에즈라 밀러의 표정. /유튜브 영상 캡처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당황한 수현. 그는 미소로 질문을 넘기려 노력했지만 키얼스티 플라는 대답을 원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옆에서 이 모든걸 지켜본 에즈라 밀러는 재빨리 수현의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지금도 그러고 있다. 당신은 아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영어로 말하고 있고 아주 잘한다. 그리고 난 영어만 할 줄 알고 한국어는 정말 못한다"며 수현을 치켜세운 것. 에즈라 밀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한국어로 "대박", "밥 먹었어?"라고 말하며 수현과 따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어리둥절한 키얼스티 플라. 갑작스러운 한국어 대화에 "대화가 산으로 가는 것 같다. 얼버무리는 것이냐"며 애써 당황한 표정을 숨겼다. 키얼스티 플라의 말에 에즈라 밀러는 지지 않고 "얼버무리다니. 우리는 한국어로 대화하는 거다. 알겠죠? 알았어요?"라고 받아치며 응수했다.

이 영상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당황한 한국 배우 수현을 위해 대신 나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진행자를 지적한 에즈라 밀러의 배려와 센스가 국내 팬들의 호감을 사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11월 14일 개봉하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내기니 역을 맡은 수현. /영화 포스터
11월 14일 개봉하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내기니 역을 맡은 수현. /영화 포스터

국내에선 '해리포터'의 원작자 조앤 K. 롤링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배우 수현'이다. 하지만 금발의 리포터에게 수현은 그저 '낯선 동양 여인'이었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무례한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질 수 없다. 이후에도 키얼스티 플라는 이날 인터뷰를 나눈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수현의 이름만 제외하고 배우들의 이름을 열거해 또 한번 누리꾼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키얼스티 플라는 재빨리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쯤되니 유치하기까지 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인터뷰 영상이 나간 뒤, 자신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키얼스티 플라가 남긴 트윗. /트위터 캡처
인터뷰 영상이 나간 뒤, 자신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키얼스티 플라가 남긴 트윗. /트위터 캡처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키얼스티 플라는 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짧은 글을 남겼다. 그는 "난 그저 9살 정도 되는 아이가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혼자 (해리포터를) 읽었다고 해서 놀랐을 뿐이다. 놀랍지 않느냐"라고 해명했다.

키얼스티 플라는 동양계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전 세계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말이다. 동양 사람들은 어린 나이부터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의 편견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이없다듯 '놀랍지 않느냐'는 말로 되묻고 있다.

이 대목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 금발의 진행자 키얼스티 플라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지는 않을까. 아직도 우리 안에 수많은 '시커먼스'가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 스타들은 수현 뿐만 아니다. 배우 이병헌, 배두나, 그리고 방탄소년단까지. 많은 한국 스타들이 국외로 진출했고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에즈라 밀러의 인터뷰 당시 모습은 글로벌 스타들을 인터뷰하는 키얼스티 플라에게도, 한류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수현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내기니 역을, 에즈라 밀러는 크레덴스 베어본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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