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앵란 "남편, 책임져야 할 큰아들"...신성일, 파란만장 인생사 막 내리다
입력: 2018.11.04 14:06 / 수정: 2018.11.04 14:06
신성일은 4일 오전 2시 25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향년 81세 /사진공동취재단
신성일은 4일 오전 2시 25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향년 81세 /사진공동취재단

신성일, 4일 폐암으로 별세...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엄수

[더팩트|박슬기 기자] "별거 아니야. 내가 이겨낼 거야. 내가 기적을 이뤄낼 거야."

고(故) 신성일이 폐암 3기를 선고받고 막내딸 강수화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수화 씨는 아버지가 암을 선고받고도 참 의연했다고 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암도 이겨낼 것 같던 그가 4일 오전 2시 25분세상을 떠났다. 이와 동시에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도 81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에 엄앵란을 빼놓을 수 없다. 신성일·엄앵란은 세기의 스타 부부로, 시민 4천여 명이 보는 앞에서 결혼했다. 하지만 신성일의 자유로운 생활과 외도로,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강수화 씨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75년부터 별거 생활을 했다. 결혼 생활 절반 이상을 따로 산 셈이다.

1964년 11월 14일에 결혼한 신성일과 엄앵란은 당시 세기의 결혼식으로 관심을 모았다. /MBC 사람이 좋다 캡처
1964년 11월 14일에 결혼한 신성일과 엄앵란은 당시 세기의 결혼식으로 관심을 모았다. /MBC '사람이 좋다' 캡처

지난 3월 방송된 MBC '사람이 좋아'에서 강수화 씨는 신성일·엄앵란에 대해 "두 분이 결혼하지 말았어야 할 스타였다"며 "각자 생활 습관이 너무 다르다. 두 분다 혼자 생활을 즐기면서 멋있게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엄앵란도 방송에서 "(신성일) 부지런한 거는 아무도 못 따라간다. 훈련소에 가는 게 맞을 것"이라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개 끌고 뒷동산에 갔다가 내려와서 닭장 보고, 밥 먹고 또 음악 듣고 바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게으른 편이고, 늦잠을 잔다. 항상 야단을 쳤다"며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년에 접어들고 나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졌다. 2016년 엄앵란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부터였다. 신성일은 엄앵란의 집에 방문하는 횟수가 잦아지더니, 나중에는 간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성일은 엄앵란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엄앵란과 만나 "당신 얼굴 보면 편안하지. 코하고 입술하고는 백만불 짜리다"라며 스킨십을 시도했다. 엄앵란은 "팽팽했을 때는 별로 안 좋아하더니. 내가 주름이 자글자글 지니까 말하네"라며 부끄러운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신성일은 엄앵란의 유방암 소식을 듣고, 직접 간병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그동안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인지 살뜰히 엄앵란을 챙겼다. /MBC 사람이 좋다 캡처
신성일은 엄앵란의 유방암 소식을 듣고, 직접 간병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그동안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인지 살뜰히 엄앵란을 챙겼다. /MBC '사람이 좋다' 캡처

엄앵란은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젊었을 때는 입술도 야들야들하고 뽀뽀해도 하는데, 늙은 입에 냄새나는데 뽀뽀는 무슨 뽀뽀야. 그러니까 내가 피하지. 내 열등감이지"라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신성일은 '사람이 좋다'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엄앵란 씨가 (병원비를) 다 계산했다. 기천만 원 나왔어. 그래서 정초에 오랜만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화해서 '고맙소'라고 했더니 '웃기는 소리 하네'라고 말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강수화 씨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엄마 엄앵란의 말을 빌려 "(신성일은) 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 먹여 살려야 되고, 내가 죽을 때까지 신성일은 VVIP 특실에서 대 받고 돌아가셔야 한다"고 말했다.

엄앵란은 딸에게 "(신성일이) 작은 방에 병원비도 없어서 초라하게 죽는 거 못 봐. 왜? 내 남편이니까 책임져야 해"라며 "돈 꾸러 다니면서 병원 다니고 자식들한테 손 벌리고 그런 거 싫어. 우리는 동지야.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 해"라며 남편 신성일은 '동지'라고 표현했다고 했다.

삶의 우여곡절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었던 두 사람. 이제는 굴곡진 결혼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 가슴에는 '세기의 커플'이라는 아름다운 잔상이 남아있을 것이다.

엄앵란은 막내딸 강수화 씨에게 (신성일과 나는) 동지라며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MBC 사람이 좋다 캡처
엄앵란은 막내딸 강수화 씨에게 "(신성일과 나는) 동지"라며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MBC '사람이 좋다' 캡처

신성일은 행복에 대해 "행복이라는 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광수 작품에서 나오는 말인데 행복이란 무지개는 아름다운 산 너머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주머니에 있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1937년 경상북도 대구 출생인 신성일은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를 통해 배우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맨발의 청춘'을 비롯해 '별들의 고향' '초우' 등에 출연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한편 신성일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엄수된다. 공동 장례위원장은 지 회장과 후배 배우 안성기가 맡았으며, 고문은 신영균·김동호·김지미·윤일봉·김수용·남궁원·임권택·정진우·이두용·오석근·문희가 맡기로 했다.

영결식은 6일 오전 10시에 진행하며, 오전 11시 서울추모공원으로 고인을 옮겨 화장한다.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이다.

국민배우 신성일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엄수된다. 공동 장례위원장은 지 회장과 후배 배우 안성기가 맡았다. /더팩트DB
'국민배우' 신성일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엄수된다. 공동 장례위원장은 지 회장과 후배 배우 안성기가 맡았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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