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이 이번 5집 앨범을 끝으로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다./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장기하 "밴드 음악으로 최고의 정점을 찍었을 때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더팩트ㅣ권준영 기자] "이번 5집 앨범보다 더 좋은 6집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밴드 음악으로 최고의 정점을 찍었을 때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독보적인 음악 색깔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10년 차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5집 앨범 활동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위워크 여의도에서 5집 앨범 'mono' 발매 기념 음악 감상회를 열고 밴드 활동을 마무리하게 된 소감과 신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신보 'mono'는 앨범의 타이틀처럼 '혼자'라는 키워드로 쓰인 곡들로 구성됐으며,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를 포함해 총 9곡이 수록된다.
이번 5집이 마지막 앨범인 만큼, 한 곡 한 곡마다 멤버들의 진심과 정성을 담아 작업했으며, 팬들에게 최고의 앨범을 선물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장기하와 얼굴들만의 특유의 재치 넘치고 솔직한 감성이 담겼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번 앨범을 끝으로 더 이상 음반을 내지 않는다. 이에 장기하는 "밴드를 10년 동안 하면서 추구했던 방향은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를 앨범에 담을 수 있을까'였다. 이번 음반이 완성되어 갈수록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번 앨범이 '최고'라는 생각이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흥행의 기준을 떠나서 '정점을 찍었을 때 해산하는 것이 가장 좋은 타이밍일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멤버들에게 해체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고 한참을 논의한 끝에 다 뜻을 모았다"고 해체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악적으로 자부심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헤어지니까 훈훈할 수 있는 것 같다. 서로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헤어진다면 웃으면서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은데, 저희도 아쉽고 팬들도 아쉬울 때 마무리하는 게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위워크 여의도에서는 5집 앨범 'mono' 발매기념 음감회가 열렸다./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
5집 앨범의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는 남에게 훈계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씩씩한 척하며 제 갈 길 가자는 의미를 담은 곡이다. 2절의 일부분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를 샘플링해 곡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장기하는 "곡 2절 부분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를 샘플링했다. 서태지와 친분은 전혀 없었는데, 수소문해서 이메일을 드리면서 샘플링을 해도 되냐고 여쭤봤다. 데모를 들려드렸더니 '노래 대박이다. 샘플링 멋지게 해보시라'고 하시더라"며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엄청 좋아보이건 아니건 다 뾰족한 수가 없고 각자 나름의 길을 가면 된다는 내용이다. 걸음걸이라는 게 떠올랐다. 각자의 걸음걸이는 다 다르니까 좀 100명 이상 되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보에 수록된 모든 곡들은 현재 대중음악에서 사용되는 스테레오 방식이 아닌 모노로 믹스했다. 앨범명 또한 'mono'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장기하는 "앨범 전체적인 주제를 정해 놓고 곡을 만든 적은 없었다. 만든 곡이 9~10개 정도 쌓였을 때 공통점이 발견됐다. 이번에는 '혼자'라는 키워드였다. '혼자'라는 뜻을 의미하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때 문득 떠오르는 게 '모노'였다. 비틀즈 1집의 오리지널 모노 엘피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앨범의 주제가 '혼자'고, 앨범명 역시 'mono'이기 때문에 비유적으로도 연결이 됐다. 마음에 쏙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혼자라는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홀로 사막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혼자인 환경에서 녹음을 해보고 싶었다는 장기하는 "처음에는 가까운 곳을 가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사막까지 갔다. 사막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녹음 결과를 담아왔지만 결국 귀국해서 다시 녹음했다"며 "사막에서 노래를 혼자 하다보니 노래도 많이 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밴드 활동의 정점에서 해체를 선언한 장기하와 얼굴들. 5집 앨범 활동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장기하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정해놓은 게 없다. 솔로로 뭘 낼 것이냐, 팀 결성, 어떤 장르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내가 1월 1일부터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결정된 것이 없다. 완전히 '무(無)'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해야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장기하와 얼굴들은 오는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장기하와 얼굴들 마지막 공연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으로 10년 밴드 생활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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