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우연이라는 다리를 놔준다.' 가난을 딛고 특급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남주는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상을 받고, 어머니를 떠올리며 울컥 눈물을 흘렸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강일홍 기자]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이 주는 무게만큼 앞으로 배우로서 더 깊이 반성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제가 치열하게 살 수 있도록 버팀목이 돼준 내 두 자녀 김라희와 김찬희, 앞으로도 평생 내 좋은 친구가 되어줄 김승우 씨와 이 영광 같이 나누고 싶어요. (중략)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나를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키워준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영광 돌리고 싶어요….(울먹)"
배우 김남주의 눈물은 찡했다. 감격어린 수상소감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김남주는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대중문화예술상은 대중문화 예술의 사회적 위상과 대중문화 예술인의 창작 의욕을 높이기 위한 정부포상 제도다. 수상소감을 말하며 울컥하는 장면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한테도 뭔가 뭉클함을 안겼다. 수상의 기쁨을 넘어선 감동의 의미를 남겼다.
김남주의 고향은 경기도 평택이다. 3살 되던 해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급격히 힘들어졌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이웃한 송탄으로 이사했지만 형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시절을 거쳐 청소년기까지 내내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는 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할 만큼 힘든 시기를 살았다. 그는 "초라한 삶을 보여주기 싫다며 어머니가 집에 친구도 못 데려오게 하셨다"면서 "어린시절 난 꿈이 없었다"고 고백한 적도 있다.
25년 중견 연기파 배우의 여유로움. 김남주는 1992년 미스코리아 지역 선발대회에 출전, 경기 眞(진)에 입상하면서 성공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임영무 기자 |
◆김남주, 생계 위해 일시 공무원 생활 거쳐 배우로 도약 '유일한 버팀목은 어머니'
가난은 부끄러움이 아닌 성공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도도하고 이기적일 것같은 김남주의 어린시절도 마찬가지다. 김남주에게 어머니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삶의 희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생계를 위해 '인형 눈'을 붙이는 부업을 한 사실 또한 그에겐 소중한 과거다. 배우가 되기 직전 공무원이 되기로 한 것 역시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서다. 송탄지역에서 잠시 근무하며 각종 증명원을 발급하는 민원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김남주는 이후 3개월간 모은 월급으로 대입학원에 등록하고, 한 차례 재수 끝에 수원여자대학 무용과에 입학한다. 영원히 불가능한 꿈은 없다. 1992년 미스코리아 지역 선발대회에 출전하게 되고 경기 眞(진)에 입상하면서 성공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미녀대회 입상은 모델 활동의 발판이 됐다. 또 모델활동을 하다 함께 의류브랜드 카탈로그를 찍은 상대 배우의 출연료가 자신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다시 배우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았다.
1994년 SBS 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남주는 드라마 '도시남녀', '남자 대탐험', '모델', '내 마음을 뺏어 봐' 등에 출연하며 잠재돼 있던 끼를 분출한다. 2001년 드라마 '그 여자네 집' 이후 4년여간 활동을 중단했다.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 KBS 2TV '진주 목걸이', MBC '불새', SBS '가문의 영광' 등 굵직한 작품의 캐스팅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당시 매니지먼트 소속사와 관련된 일련의 갈등에 휘말린 게 발단이 돼 원치않는 공백을 가졌다.
김남주는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에 대해 "가난의 아픔이 없었다면 지금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진은 동료배우 결혼식에 나란히 참석하는 김승우 김남주 부부의 모습. /더팩트 DB |
◆ 김남주 김승우 부부, 2005년 결혼 '슬하 1남1녀' 연예계에 소문난 부동산 자산가
악재는 언제든 다시 호재로 바뀔 수 있고, 기회가 있는 한 절망은 없다.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轉禍爲福: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이 됐다. CF로만 간간이 얼굴을 내밀던 그는 2007년 영화 '그 놈 목소리'에 이어 2009년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했고, 그해 MBC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다. 이후로는 탄탄대로, 그는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을 통해 '완판녀'로 등극하며 안방극장 자존심으로 우뚝 섰다.
김남주는 올초 종합편성채널 미스터리 멜로드라마 '미스티'로 다시한번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목표한 바를 위해 강인한 뚝심으로 밀고나가는 성격의 앵커 역을 맡아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했다. 6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가 무색할 만큼 더욱 깊어진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았다. 한류스타의 면모를 국내외에 각인시킨 뒤 대통령상 수상으로 감동을 준 김남주는 지난 27일엔 이 작품으로 서울어워즈 연기상을 받고 비로소 활짝 웃었다.
김승우-김남주 부부는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이재룡-유호정, 권상우-손태영, 김태희-정지훈, 송혜교-송중기 부부와 함께 연예계 소문난 부동산 자산가로 꼽힌다. 2005년 결혼한 배우 김승우와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김남주는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에 대해 "가난의 아픔이 없었다면 지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운명은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우연이라는 다리를 놔준다'는 말이 있지만, 알고 보면 김남주의 성공 터닝포인트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의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