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를 받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김학도는 2010년 포커 국제대회에 출전한 이후 매년 4~5차례씩 문을 두드린 끝에 8년 만인 지난 8일 첫 우승 감격을 맛봤다. /J88

도전 8년만에 첫 정상, 포커플레이어 공식 등록 선수로 활약

[더팩트｜강일홍 기자] 방송인 김학도가 세계 프로 포커선수(Pro Poker Player)들이 참여한 국제 포커대회에서 첫 우승했다. 프로게이머 임요환이 포커플레이어로 전환한 뒤 우승한 적이 있지만 연예인 중에서는 처음이다.

김학도는 지난 8일 인터내셔널 포커스타즈 슈퍼시리즈나인(Porkerstars Live Manila Superseries9) 식스핸디드터보(6handed)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포커스타즈 슈퍼시리즈는 필리핀 마닐라의 시티오브 드림 호텔에서 지난 1일부터 8일간 펼쳐졌다.

김학도는 총 300명이 출전해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린 식스핸디드터보(6handed) 마지막날인 8일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2010년 첫 도전에 나선 이후 매년 4~5차례씩 국제대회의 문을 두드린 지 8년 만이다.

국내 연예인 중 첫 프로 포커선수 변신. 김학도가 출전한 포커스타즈 슈퍼시리즈는 필리핀 마닐라의 시티오브 드림 호텔에서 지난 1일부터 8일간 펼쳐졌다. /J88

포커스타즈는 미국과 중국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각국을 번갈아가며 대회가 열린다. 단일 스포츠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리는 빅이벤트로 유명하다. 매년 연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WSOP:World Series of Porker)의 경우 수천억의 상금이 걸리는 '포커의 월드컵'으로, 개인 우승자 상금만 무려 2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전세계적 관심이 쏟아진다.

대회 규모나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지만, 해외에서는 도박이 아닌 마인드스포츠로 각광을 받는 종목이다. TV(ESPN)로 생중계되는 WSOP 결승은 슈퍼볼 보다 시청률이 많이 나올 만큼 열기가 뜨겁다. 유럽에서는 아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트로피를 받는순간 울컥 쏟아지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40여 차례 도전 끝에 이룬 값진 결과였기 때문이다. 선글라스 안쪽 두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닦고 싶지 않았다. 그 눈물조차도 트로피를 기다려 마중나온 내몸의 일부라고 느꼈다."

40여 차례 도전 끝에 이룬 값진 결과. 김학도는 취재진에게 우승 트로피를 보여주며 "이 순간을 위해 무려 8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고 감격해 했다. /J88, 강일홍 기자

대회 우승 다음날인 9일 서울 강북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김학도는 "그동안 국제 포커대회 도전 사실을 단 한번도 공개하지 않은건 언젠가는 반드시 우승한 모습으로 당당히 나서고 싶었기 때문인데 이 순간을 위해 무려 8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고 감격해 했다.

김학도의 우승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글로벌포커사이트 홍콩법인 'J88' 김지운 대표는 "김학도 씨가 프로 포커플레이어들이 경쟁하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무명의 한국 골프선수가 PGA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 못지않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도 프로 포커선수들이 30여명에 이르지만 국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주인공들은 많지 않다"면서 "무명이나 다름없고, 더구나 그 주인공이 연예인이란 점에서 보면 얼마나 남모르게 많은 땀을 흘렸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3년 MBC 개그공채 출신 개그맨 김학도는 2008년 9월 6일에 바둑 기사 한해원과 결혼해 2남 1녀를 둔 연예계 다둥이 아빠다. /더팩트 DB

프로게이머에서 지난 2013년 국제 포커대회 우승과 함께 프로 포커플레이어로 전환한 임요환은 "(김)학도형의 우승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쁜 사람 중 한명이 바로 저였다"면서 "아직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동해야하는 제약이 있지만 형(김학도)이 프로선수로 본격 합류하면 국내 포커플레이어 리그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도는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프로선수로 정식 등록한 뒤 각종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우승하자마자 프로 포커플레이어 매니지먼트사인 글로벌포커사이트 J88이 영입의사를 밝혔다. J88은 오는 12월 대만대회를 개최한 뒤 내년 1월에는 중국에서도 국제 대회를 연다. 김학도 역시 두 대회 모두 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김학도는 1993년 MBC 개그공채에서 박명수와 함께 장려상을 받으면서 연예계 정식 데뷔했다. 명지대학교 토목공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언론학 석사 출신으로 2008년 9월 6일에 바둑 기사 한해원과 결혼해 2남 1녀를 둔 연예계 다둥이 아빠다.

ee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