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위쪽)는 '진짜 사나이' 군대 내 퀴즈에서 "1도 모르겠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윤후 역시 '아빠 어디가?'에서 "왜 때문에?"라고 말한 게 화제가 됐다. /MBC '진짜 사나이' 아빠 어디가?' 캡처 |
"왜 때문에 그래?" "1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고 문장입니다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올바른 표현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인기 스타들의 잘못된 한글 표현과, 재미를 위해 방송에서 사용하는 신조어와 줄임말 등은 우리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적절한 우리말 사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더팩트>는 572돌을 맞은 한글날, 미디어가 다루는 한글 오남용 실태를 조명하고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신조어나 줄임말, 자주 쓰시나요?
[더팩트|박슬기 기자] 최근 방송가에는 다양한 신조어와 줄임말을 쓰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재미를 위해 또 트렌드를 위해 신조어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미 포인트로 자리했다. 아울러 외국인 스타들의 말 실수 역시 하나의 유행어와 '웃음 소재'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잘못된 한글 사용은 어쩌다 코미디로 전락했을까?
2014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헨리는 군내 퀴즈 대회에 출전했다가 "1도 모르겠다"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한국어가 서툰 헨리는 당시 문제에 대한 답변으로 "모라고 했는지 1도 몰으갰습니다(뭐라고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칠판에 적었다. 당시 큰 웃음을 자아낸 "1도 모르겠다"는 파급력 있는 신조어가 됐다. 최근 방송가에서도 자막으로 쉽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넘어 중년들 역시 이 문장을 자주 쓰고 있다.
"왜 때문에?"는 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한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써서 퍼졌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잘못된 표현인 줄도 모르고 쓸 정도로 자주 쓰인다. 당시 윤후는 텐트가 마음에 안드는 김민국을 보고서는 PD에게 "형 왜 때문에 그래요?"라고 물은 게 시작이다. 이후 '좋은가봉가'(좋은가보다) 등의 신조어도 만들었다.
광화문에 자리한 세종대왕 동상. 올해 한글날은 572돌을 맞았다. /뉴시스 |
신조어가 표준화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하는 추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방송국에서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잘못된 표현인 것을 아느냐, 모르냐의 차이다. 어린아이들은 이같은 표현이 틀린 줄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이 (신조어, 잘못된 한글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방송에서 자막을 통해 바른 표현으로 고쳐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만들어진 신조어도 많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서 사용되는 언어들이 더 많다.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그걸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방송에서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은 스타들의 일상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신조어와 줄임말을 뜻풀이 없이 그대로 자막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조어를 모르는 시청자들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방송을 보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방송국에서도 올바른 표현을 쓰고 짚어주는 게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올바른 표현'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는 제작자라면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예능은 이 자체(신조어, 잘못된 한글 자막)를 재밋거리로 활용하는데 그런 건 좀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어는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잘못된 표현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신조어가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올바른 한글사용법을 잊지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조어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요즘은 신조어를 정리해서 사전식으로도 나오지 않나. 이게 계속 유지되면 언어가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언어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TF기획-한글, 안녕하신가요①] 예능 속 불편한 자막, '뤼얼'은 애교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