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40계단. /부산=박슬기 기자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더욱 화려해지고 더욱 풍성해졌군요.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영화제의 얼굴'이 되는 감독이나 배우들 말고 이 국제적인 행사를 위해 뒤에서 고생하는 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 큰 축제 속에 깨알같이 숨어있는 일정들은 어디서 펼쳐질까. 그래서 직접 만나고, 찾아봤습니다. [박슬기의 BIFF인사이드] 여러분도 함께하시죠. 우리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입니다. <편집자주>
센텀시티 말고 중앙동으로 가보세요
[더팩트|부산=박슬기 기자]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전당에서만 즐길 수 있나?"
영화제 개막부터 영화의 전당에만 있다 보니 대부분의 곳은 다 가보고,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관람하는 것 말고는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재밋거리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뭐 더 없을까?"라는 생각에 가이드맵을 펼쳤다. 거기에는 생소한 '커뮤니티 비프'라는 코너가 있었다. 장소는 남포동 근처 중앙동. 무심코 여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트라이앵글 존만 찾으면 됩니다!
부산영화제험박물관(위쪽부터) 한성1918, 모퉁이극장에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부대행사가 열린다. /부산=박슬기 기자 |
중앙동은 부산역과 남포동 가운데 있는 동네다. 40계단으로 유명한 곳. 40계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 중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이자, 피란민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던 역사적인 장소다. 또 이곳은 부산의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동네기도 했다. 길 곳곳에는 40계단 근처 풍경을 그리는 이들이 보였고, 골동품 가게에서는 아주 오래된 오디오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음악이 들려왔다. 마치 파리의 몽마르트르가 떠올랐다.
중앙동에서 부산국제영화제 행사가 진행되는 곳은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성1918' '모퉁이 극장' 세 곳이었다. 이 세 곳은 삼각형 형태로 있다. '모퉁이 극장'의 김동길 부대표는 "이 트라이앵글 존 안에서 영화제 행사가 진행된다"며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성1918, 모퉁이극장 순으로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세 곳을 차례로 가다 보니 영화 '공조'의 촬영지, '신세계'에 나오는 중국집 등 영화 촬영지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 '커뮤니티 비프'는 무슨 행사?
전국 영화 활동가들이 포럼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감독과 관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를 보거나, 웃고 떠들고 즐기며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이색행사가 많다. /부산=박슬기 기자 |
막연히 중앙동을 찾아갔지만 이곳에서 어떤 행사들이 진행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모퉁이 극장'의 김현수 대표는 "춤추고 노래하고 먹고 마시면서 온 감각으로 즐기는 영화관람, 밤 새우면서 보는 영화, 감독과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또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자신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면 영화제에서 틀어주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국의 영화 활동가들이 한곳에 모여 소통하는 포럼도 열렸다.
이미 지난 6일 40계단 광장에서는 한바탕 파티가 벌어졌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마음껏 즐겼다. 마치 유럽에 온 기분이 들 정도로 이색적이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영화의 전당에만 있어 이 좋은 행사를 놓쳤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올해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홍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하면 이젠 대부분 사람이 해운대를 떠올리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 대표는 "올해는 프리패스, 쇼케이스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내년에는 자율성이 더 생기면 홈페이지와 클라우드 시스템 등을 마련해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곳은 꼭 가야 해!"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지난해 7월 개관한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는 영화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부산=박슬기 기자 |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부산에 언제 이런 곳이 생겼나 싶을 정도로 영화의 모든 것들이 있었다. 더빙, 크로마키, 핸드프린팅, 편집, 합성, 영화음악 감상, 연기체험 등을 모두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주로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체험시설이 많았다. 체험한 모든 것들은 모두 저장되어 USB에 담아갈 수도 있다. 마치 자신이 만들고 참여한 영화 한 편을 선물 받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기자 역시 더빙, 핸드프린팅, 크로마키 등을 체험했는데 그동안 취재만 하다가 직접 해보니 색달랐다.
옛날 카메라, 무성 영상기, 축음기, 타자기, 조명 등 영화에 쓰이는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재미도 있었다. 또 영화용어, 카메라 샷의 종류, 한국 영화 역사 등에 대한 것도 잘 설명되어 있어 재미와 유익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재밌는 곳이 있었는데 '왜 이제야 알았나'라는 생각에 박물관 측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관계자는 "지난해 7월4일에 개관했다"고 밝혔다. 아직 부산시민들에게도 생소할 법한 장소지만 앞으로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동과 남포동은 부산 영화 역사의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울러 한국영화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중요한 곳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부터 '정상화의 원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만큼 중앙동과 남포동에도 많은 지원과 힘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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