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체크] '청도결별' 전유성, 지리산 자락으로 떠난 까닭은?
입력: 2018.10.02 14:09 / 수정: 2018.10.02 19:49

전유성은 외부 전문가 영입을 둘러싸고 청도군과 갈등을 겪은 뒤 모멸감을 느꼈다며 관계를 정리한 뒤 최근 지리산으로 이사했다. /남윤호 기자
전유성은 외부 전문가 영입을 둘러싸고 청도군과 갈등을 겪은 뒤 "모멸감을 느꼈다"며 관계를 정리한 뒤 최근 지리산으로 이사했다. /남윤호 기자

전유성 "모멸감 느꼈다"vs청도군 "외부 전문가 영입 과정 감정폭발"

[더팩트|강일홍 기자] 전유성은 지난 2011년 경북청도에 '철가방 극장'을 오픈하면서 코미디 상징성을 만든 당사자다. 그가 최근 청도 생활을 접고 전북 남원시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전유성이 청도와 결별한 이유가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세계 코미디아트 페스티벌'(코아페)을 앞두고 청도군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으로 번졌다.

전유성은 청도에 코미디 축제를 이어오며 32만 관광객이 몰리는 전국구 행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그런데 그가 "군의 태도에 모멸감을 느껴 더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 떠났다"는 주장을 내놓자 수많은 누리꾼들이 '군청의 갑질'로 비난 화살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더팩트>가 2일 오전 청도군청 문화관광과 관계자와 통화해본 결과 얘기가 다소 달랐다. 이 관계자는 "소통의 부재로 인한 오해였을 뿐 갑질이란 주장에 우리도 억울하고 황당한 상황"이라면서 "코아페를 세계적 행사로 키우기 위해 기획총괄 전문가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핵심은 그 분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유성은 7년 이상 해온 철가방극장을 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하필이면 왜 지리산으로 떠났는지 그 진짜 내막에도 궁금증이 커졌다. <더팩트>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팩트체크]로 짚어본다.

코아페가 세계적 행사로 규모가 커지다보니 시설이나 숙박, 교통 등 여러 고려사안들을 총괄할 외부 전문가가 필요했다는게 청도군청의 설명이다. /청도군청 홈페이지 캡쳐
'코아페'가 세계적 행사로 규모가 커지다보니 시설이나 숙박, 교통 등 여러 고려사안들을 총괄할 외부 전문가가 필요했다는게 청도군청의 설명이다. /청도군청 홈페이지 캡쳐

√FACT체크1=전유성 청도와 결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나?

지리산으로 이사를 한 전유성은 언론에 "청도군청 관계자들한테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미 10여년전부터 청도로 거처를 옮겨 인연을 맺은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문제는 청도군이 올해 4회째를 맞는 축제 '코아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3년째 조직 위원장을 맡아온 전유성은 자신에게 사전 통보없이 청도군이 외부 기획 전문가 영입을 위한 '설명회 공고'를 낸 데 대해 문제를 삼았다.

이에 대해 청도군청 측은 "업무 일정상 공고가 먼저 나가긴 했지만 배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그 무렵 전유성 씨가 찾아와 자신한테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정적 반응을 심하게 냈다"고 말했다.

코아페가 세계적 행사로 규모가 커지다보니 시설이나 숙박, 교통 등 여러 고려사안들을 총괄할 외부 전문가가 필요했다는게 청도군청의 설명이다. 물론 연출과 공연 전문가인 전유성에게도 기존 역할은 계속 자문받으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감정적 언쟁이 생겼다. 또 담당자가 사전 협의를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으나 전유성이 박차고 떠났다는 설명이다.

개그계 안팎에서는 "전유성이 그동안 청도에 머물며 코미디를 지역 명물로 키우는데 나름 공헌을 했다고 자부해왔는데 외부전문가를 새로 영입한다는 사실만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미디지망생이 줄어들면서 변화가 필요했다? 전유성(오른쪽)이 지난 2015년 2015 웃자! 대한민국 송해 헌정 공연 기자회견 및 위촉식에 참석해 엄용수 한국코미디협회장으로부터 위촉패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코미디지망생이 줄어들면서 변화가 필요했다? 전유성(오른쪽)이 지난 2015년 '2015 웃자! 대한민국' 송해 헌정 공연 기자회견 및 위촉식에 참석해 엄용수 한국코미디협회장으로부터 위촉패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FACT체크2= 7년간 이끌어온 철가방 극장은 왜 묻닫았나?

개그지망생들이 오디션 형태로 이끌어온 철가방 극장은 2011년 오픈했다. 전유성이 과거 개그콘테스트를 벤치마킹해 지상파 방송 코미디프로그램 도전자들을 모집했다.

초기에는 반응이 좋아 시즌마다 30여명 이상 지원했다. 전유성은 이들과 함께 공연도 하고 개그에 대한 모든 것들을 교감했다. 하지만 지상파 코미디프로그램이 한둘씩 사라지고 대외 창구가 시들해지면서 지망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결국 7년만인 올 4월 50석이 초미니 극장이었음에도 문을 닫아야 했고, 그동안 이어져온 코미디축제의 발판이 사라졌다. 군청에서도 외부 환경변화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했고, 전유성 역시 이미 그 무렵부터 청도를 떠난다는 얘기가 주변에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도에서 한국코미디하우스 촌장을 맡아 청도와 인연을 맺고 있는 김웅래 전 KBS 예능PD는 2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소통의 부재가 일을 크게 만들었을 뿐 누구의 잘못을 따질 상황은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이번 코아페가 잘 마무리 되면 3층 박물관 체험전시관을 극장 공연중심으로 바꿔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지금껏 KBS와 SBS 개그팀이 3개월씩 해왔는데 10월부터는 처음으로 MBC개그팀이 참여해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유성 파문은 악화된 코미디환경과 맞물린 악재라는 분석도 있다. 전유성(사진 가운데)이 지난 8월 개그맨 조윤호, 김대희와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이번 '전유성 파문'은 악화된 코미디환경과 맞물린 악재라는 분석도 있다. 전유성(사진 가운데)이 지난 8월 개그맨 조윤호, 김대희와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FACT체크3=전유성은 하필이면 왜 지리산으로 갔나?

전유성의 매니저 김모씨는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유성이 지난달 22일 청도에서 전북 남원시 지리산 주변으로 이사했다"고 밝혔다. 이 보도 이후 전유성은 청도군청과의 갈등을 겪으며 환멸을 느껴 지리산 깊은 산중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청도군청 관계자는 "전유성 씨는 2년전부터 지리산을 언급한 적이 있다"면서 "갈등이 불거진 지 불과 이틀만에 어떻게 (청도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떠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전유성이 이사한 지리산 남원 쪽에는 친딸 전제비 씨가 카페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전유성의 측근에 따르면 그가 청도에 머무는 동안에도 가끔씩 딸과 손주를 보러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국코미디협회 소속 한 개그맨은 "전유성 선배가 나이도 있고 해서 딸과 손주가 있는 지리산 부근에 터를 잡고 새로운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청도논란은 여러 안팎의 코미디환경과 맞물린 내부적 갈등으로 빚어진 것이지만 실제에 비해 오비이락 격으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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