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명당' 조승우 "예전만큼 순수하지 않아…멜로물 어렵다"
입력: 2018.09.24 00:00 / 수정: 2018.09.24 00:00
명당 주연배우 조승우. 조승우는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명당' 주연배우 조승우. 조승우는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명당' 천재 지관 박재상 役 조승우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제작 주피터필름) 주연배우 조승우(38)가 과거를 돌아보며 "때가 묻었다"고 고백했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으로, 19일 개봉했다. 조승우는 이번 작품에서 강직하고 올곧은 성품, 순수한 면모를 지닌 지관 박재상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은 박재상 캐릭터와는 다른 모양이다. 그는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자신의 순수한 시절을 회상했다.

"예전만큼 순수하지 못한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나이인 것 같기도 해요. 작품도 많이 겪다 보니까 예전에는 순수하게 느낀 상황,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들이 '오글거림'으로 다가와요. '나도 별 수 없구나' 싶죠. 인물의 삶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감정 하나하나에 그런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나도 많이 변했구나' 싶어요. 세상이 나를 변하게 한 건지, 제가 알아서 변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예전에 설렘을 느낀 작은 일에 이제는 무감각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신경 안 쓰던 부분이 이제는 눈에 보이기도 하죠. 제 이중성을 확인하려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나봐요(웃음)."

배우 조승우는 19일 개봉한 영화 명당에서 천재 지관 박재상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조승우는 19일 개봉한 영화 '명당'에서 천재 지관 박재상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지난 2000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조승우는 그간 드라마, 영화, 무대를 오가며 활약했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출연한 '클래식'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아직까지도 많은 영화 팬이 찾는 로맨스 작품이다. 그때의 멜로 연기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조승우는 "이제는 오글거린다"고 손사래를 쳤다.

"왜 최근엔 로맨스 작품을 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아요. 관객분들, 시청자분들이 사랑을 보는 눈높이, 기준이 많이 올라간 것 같아서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제 기준에 갇혀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사랑 장면도 이제는 때가 묻어서 '오글'거려요(웃음). '클래식' 때는 진심으로 연기했어요. 저도 찍으면서 되게 좋았어요. 때 묻지 않고 순수했을 때죠(웃음)."

당시 '클래식'에서 조승우와 함께한 손예진 조인성 또한 톱배우로 성장했고, 세 배우는 올가을 같은 날 각각 '명당' '협상' '안시성' 등 작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승우는 "세 작품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추석 극장에서 폭 넓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배우와 다시 같은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솔직히 그때 저는 신인이었고 '앞으로 내가 이 영화판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을까' '나를 누가 써줄까'라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때 같이 작품한 세 명(조승우 손예진 조인성)이 15년이 지나서 같은 시기에 작품 개봉을 하니 감회가 새로워요. 저만 빼고 다 그대로더라고요(웃음). 박수쳐주고 싶은 건 우리가 딴청 안 부리고 정말 열심히 해왔구나 하는 점이에요. 정말 좋아요. 언젠가 셋이 경쟁작이 아니라 같은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네요."

배우 조승우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주름 지고 늙어가지만 고귀한 감정을 늘낄 수 있는 것이 (배우 생활의) 쏠쏠한 재미라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조승우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주름 지고 늙어가지만 고귀한 감정을 늘낄 수 있는 것이 (배우 생활의) '쏠쏠한 재미'"라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조승우다. 자신을 "순수하지 않다"고 표현했지만, 이는 어쩌면 여러 작품을 만나고 소중한 경험들을 하면서 깊어진 내면과 넓어진 시야를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조금은 느릿하지만 차분히 건넨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그가 배우의 삶과 연기를 대하는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클래식'은 시간이 지나도 많이들 찾아 주시는 것 같은데, 시대가 지나도 재밌는 작품을 하자는 게 제가 작품을 대하는데 가치를 두는 부분이에요."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이에게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충고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원작에는 '내가 50년을 사는 동안'이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당시 제가 27살이었기 때문에 '나는 사는 동안'이라고 대사를 바꿔서 했죠. 나이가 들면서 그 장면에 느끼는 점이 달라지더라고요. 연륜이 쌓여가니까 예전에는 이해 안 됐던 게 이해되는 시기가 오네요. 그 작품을 10년 뒤에 또 하면 정말 느끼는 게 많을 것 같아요. 그게 정말 소중해요. 주름 지고 늙어가지만 고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배우 생활의) '쏠쏠한 재미'예요. 배우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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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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