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국민 MC 유재석, '18년 예능지존' 비결
입력: 2018.09.12 08:03 / 수정: 2018.09.12 13:59
유재석은 연예계의 유일한 안티 없는 방송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방송가에서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겸손함을 그 비결로 꼽는다. /더팩트 DB
유재석은 연예계의 유일한 '안티 없는 방송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방송가에서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겸손함을 그 비결로 꼽는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예능계를 군림하고 있는 방송인 이경규 김구라는 늦깎이 예능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신인시절 꽁트 중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심형래나 최양락 故김형곤이 승승장구할 때 이들은 이방인처럼 겉돌았다. 대중 앞에 주목을 받고 관심의 대상이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 무명이었다.

이경규는 연극배우를 거쳐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에 출전한 뒤 정식 데뷔했다. 데뷔 후 '웃으면 복이와요' '청춘만만세' 등에 출연하다 80년대 후반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주병진 서브 MC로 활동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한다. 김구라는 1993년 SBS 개그맨 데뷔 후 인터넷방송 막말 논란까지 십수년의 무명설움을 겪은 뒤에야 대세예능인으로 자리매김한다.

'비교불가 예능감'을 가진 이들에게 누구도 재능이 없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누구보다 빼어난 순발력의 소유자들임에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가 뭘까. 굳이 따진다면 대중의 입맛과 트렌드를 앞서갔다는 죄(?)밖에 없다. 사전에 잘 짜여진 대본에 의존하기 보다는 호통과 독설 등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즉흥 애드리브로 의표를 찌르는 스타일이랄까.

이경규(왼쪽)와 김구라는 대중 앞에 주목을 받고 관심의 대상이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 무명이었다. /더팩트 DB
이경규(왼쪽)와 김구라는 대중 앞에 주목을 받고 관심의 대상이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 무명이었다. /더팩트 DB

◆ 대중의 '입맛과 트렌드' 앞서간 이경규 김구라, 뒤늦게 예능감 발현

유재석 역시 뒤늦게 빛을 본 늦깎이 스타란 점에서 이경규나 김구라와 닮았다. 다만 특유의 부드러움과 겸손함은 그만의 장점이다. 동료 예능인들한테도 경쟁보다는 양보와 배려가 먼저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결코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경쟁적으로 내몰지 않는다. 오죽하면 함께 출연한 후배들이 '유느님'(유재석+하느님)이란 호칭을 붙여줬을까 싶을 정도다.

유재석은 1991년 KBS 제1회 대학 개그제 출신이다. 동기 최승경과 장려상을 받으며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다. '유머1번지'나 '코미디세상만사'의 행인 역할 아니면 '외계에서 온 우뢰매' 같은 심형래의 어린이코미디 영화에 들러리로 출연할 만큼 존재감이 미미했다. 김국진, 김수용, 김용만, 박수홍 남희석 등 잘나가던 데뷔 동기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했다.

군복무까지 겹치면서 10년이란 긴 무명을 거친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90년대 후반 방송가에 토크쇼 바람을 일으킨 '서세원 쇼'다. 유재석은 당시 인기코너였던 '토크박스'에서 무명시절 경험담을 재치와 입담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이후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출발 드림팀'에서 어이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허당 캐릭터로 각인시키며 관심을 이끌어냈다.

유재석이 예능계 지존의 자리를 장기집권하는 비결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스스로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않는 바른 처신 덕분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팬과 셀카를 찍고 있는 유재석. /이새롬 기자
유재석이 예능계 지존의 자리를 장기집권하는 비결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스스로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않는 바른 처신 덕분"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팬과 셀카를 찍고 있는 유재석. /이새롬 기자

유재석 매력은 '열정-배려-성실-희생', 남모른 기부 선행천사는 덤

유재석에 대한 호평은 다양하다. '뜨고 나서도 변함없이 혼신의 힘을 다한다(열정). 후배들을 잘 다독여주고 챙겨주며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배려). 방송에 매달릴 때는 늘 진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솔선수범한다(성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방송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일치한다(초심). 방송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희생)'.

유재석이란 이름 석자가 빛나는 이유는 또 있다. 올 여름 폭우 피해 이재민을 위한 기부 선행이 알려지면서다. 유재석은 지난 2014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2016년 태풍 차바, 대구 서문시장 화재 당시에도 피해자들을 챙겼다. 나눔의 집에는 지난 5년간 2억6000만원을 전달했다. 인기로만 결코 평가할 수 없는 유재석만의 위상이 새삼 돋보이는 대목이다.

유재석은 한때 대체 인물로 물갈이 될 것이란 방송가의 예상을 깨고, 무려 18년째 '국민 MC'로 예능계 지존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오래도록 물리지 않는 비결이 뭘까.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않는 유재석의 바른 처신 덕분이라고 말한다. 인기가 오를수록 저절로 시샘이 뒤따르게 마련이지만, 유재석이 왜 '안티없는 매력남'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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