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재영이 최근 진행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가수로서 복귀할 의사를 밝혔다. /이재영 제공 |
이재영 "편찮은 아버지 권유로 21년의 공백 깨고 복귀했어요"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I have a dream.(아이 해브 어 드림·난 꿈이 있어요)'
뮤지컬과 영화로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 '맘마미아'의 눈부시게 싱그러운 스무살 여주인공 소피가 자신의 운명이 시작됨을 직감하며 부르는 노래가 바로 스웨덴의 국민 가수 아바(ABBA)의 1975년 발표곡 'I have a dream'이다.
쌩뚱맞게 '맘마미아' 이야기를 꺼낸 건 가수 이재영때문이다. 세상 어떤 노래보다 지금의 이재영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르던 8월의 어느 날,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무려 21년 만에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으로 복귀한 가수 이재영을 만났다. 1991년 만 스무살의 나이로 데뷔곡 '유혹'으로 혜성같이 나타난 이재영은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를 석권하며 1990년 최고의 섹시 디바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가수 이재영(가운데)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 /이재영 제공 |
그러다 문득 가요계를 떠났다. 1997년의 일이다. 갑작스런 잠적에 뒷말이 무성했다. 결혼설, 이혼설, 건강이상설 등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럼에도 이재영은 가요계로 돌아오지 않았다. 간혹 뮤지컬 무대에 선다는 소식만 전했을 뿐이다. 그마저도 2008년 뮤지컬 '맘마미아'의 도나 역을 끝으로 끊겼다. 가요계를 떠난 지 21년. 이재영은 '맘마미아' 속 딸 소피와 엄마 도나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 듯 다시금 활동에 나섰다. 이재영은 왜 정상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을까.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재영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좀 쉬고 싶었고, 나 자신을 찾고 싶었어요. 1997년 가수 이재영으로 활동을 멈추고 이후 뮤지컬 배우 이재영으로서 살았어요. 무대가 체질인 거 같아요."
'가수 이재영'으로서 삶을 돌아보며 이재영은 "목숨 내놓고 살았어요"라고 했다. 그는 "하루에 2~3시간 정도 밖에 못 잤고, 많을 땐 하루 스케줄이 7~8개씩 있었어요. (스케줄에)늦지 않기 위해 중앙선 침범을 밥 먹듯이 했어요. 정말 목숨 내놓고 살았죠"라면서 "대학 2학년 때 데뷔해 제대로된 대학 생활도 즐기지 못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건 감사한 일이지만 많은 부담감 속에 살았어요"라고 말했다.
가수 이재영이 가요계를 떠난 기간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을 하며 지냈다고 밝혔다. /이재영 제공 |
결국 이재영은 1997년 가요계를 떠났다. 그로부터 21년. 이재영은 긴 공백의 마침표를 찍고 돌아왔다. 그를 다시 대중 앞으로 이끈 힘은 뭘까. "편찮으신 아버지가 가장 큰 이유"라고 꼽은 이재영은 "전 무남독녀 외동딸로 아버지의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아버지가 최근 TV에 동시대에 활동했던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TV에 다시 나가던지 결혼을 하던지'라며 권유를 많이 하셨어요"라면서 "그럼에도 애써 외면했어요. 그러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보며 더 늦어지면 불효일 거 같아 결단을 내려야 했어요. 주변에서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보냈고, 방송에 나가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서 효녀가수라고 하는데, 사실 효녀라면 더 일찍 아버지의 뜻에 따라 방송에 나왔겠죠"라고 멋쩍게 웃었다.
굳이 복귀작으로 '불타는 청춘'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이재영은 "사실 방송 섭외 요청은 7년 전부터 있었어요. '불타는 청춘'은 시작 단계인 3년 전부터 출연 요청을 받았지만 나 스스로 공백을 깨기가 쉽지 않아 거절했어요"라면서 "하지만 그렇게 쌓인 인연이 '불타는 청춘'으로 이어졌어요"라고 미소 지었다. 아울러 이재영은 "'슈가맨'도 시즌1, 2때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지만 타이밍이 안 맞아 거절했다. '슈가맨3'를 한다면 혹시 모르죠"라며 웃음과 함께 말끝을 흐렸다.
가수 이재영이 데뷔 30주년이 되는 2021년 기념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재영 제공 |
"은퇴는 절대 아니에요. 가수 이재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게요"라고 힘주어 말한 이재영은 "사실 가수로서 준비를 하고 나온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돌아오게 됐다. 평범하게 오래 살았다"면서 "가수는 노래를 해야 한다. 그게 맞다. 40~50대 제 팬들에게 들려 줄 수 있는, 제 노래를 듣고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영은 끝으로 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이면 데뷔 30주년이다. 데뷔 30주년에는 팬들에게 가수 이재영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면서 "지금부터 연습 많이 해야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젊은 소피'에서 인생의 격한 파도를 넘어 '관록의 도나'가 돼 돌아온 가수 이재영의 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