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인기비결:MBC 라디오스타①] '5분 굴욕' 딛고 '국민 예능' 우뚝
입력: 2018.08.30 05:00 / 수정: 2018.08.31 09:59

라스 MC들인 차태현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왼쪽부터)은 매주 초특급 게스트들과 솔직 담백한 토크를 이어가며 수요일 오후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MBC 제공
'라스' MC들인 차태현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왼쪽부터)은 매주 초특급 게스트들과 솔직 담백한 토크를 이어가며 수요일 오후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MBC 제공

요즘 방송가는 토크 프로그램이 대세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까지 예능과 연예정보, 시사는 물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토크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분야별 이슈와 화제를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 패널들이 참여해 심층적으로 정보를 전달, 눈길을 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뉴스보다 스토리텔링에 점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 시대를 맞아 단순 뉴스 소개보다 뉴스 이면의 숨은 얘기를 더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다. <더팩트>는 방송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토크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11년 장수 토크쇼 '라디오스타', 그 매력은?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시작은 초라했으나 조금씩 인기를 높여 '국민 예능' 타이틀을 얻은 프로그램이 있다. '수요일 밤 여기에 나온 연예인은 자고 나면 다 스타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영향력이 막대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4명의 MC들은 '예능 신'이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고품격 스튜디오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이야기다.

'라스'는 지난 2007년 5월 '황금어장'의 메인 코너 '무릎팍도사' 직후 서브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됐다. 초기에는 '무릎팍도사'의 여운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데 의의를 뒀다. 단 5분만 편성되는 굴욕도 맛봤다. 쉽게 말해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제작진의 노력과 MC·게스트들의 찰떡 호흡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갔고, 8월 현재 평균 시청률 5~8%를 유지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명실상부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자 매주 수요일 밤을 책임지는 '국민 예능'으로 우뚝 섰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창대한 현재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B급 감성에 품격까지 더해 한국 대표 예능 토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라스'의 11년 역사와 성공 비결 및 특징을 짚어본다.

라스는 5분 굴욕 방송과 통편집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잡초처럼 살아남으며 2011년부터 80분 방송으로 단독 편성됐다.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라스'는 5분 굴욕 방송과 통편집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잡초처럼 살아남으며 2011년부터 80분 방송으로 단독 편성됐다.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 '잡초'같은 예능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제발!"

매주 클로징 코멘트로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제발"이라고 외치며 불안에 떨던 '라스'가 어느덧 11년 차 '롱런'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라스'는 방송 초기 일명 '무릎팍 도사' 자투리 프로그램으로 불렸다. 내용도 부실했고 특징도 없었다. '무릎팍 도사'의 재미에 따라 방송분이 좌지우지됐다. 평균 10~15분 방송을 전전했고, 종종 통편집의 설움을 겪기도 했다.

2011년 '무릎팍도사' MC 강호동의 잠정적인 활동 중단이 '라스'에게 기회가 됐다. 최고의 예능을 선도했던 '무릎팍도사'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라스'는 중책을 떠안았다. MBC는 '무릎팍도사'의 이탈에 큰 고민에 빠졌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라스'를 구원 등판 시켰다. 기대가 높지 않았지만 '라스'는 놀라운 웃음폭탄으로 반전을 이뤘다. 잡초 같은 근성을 발휘하며 '무릎팍도사'의 공백을 확실히 메웠다.

제작진의 노력과 MC들의 헌신이 '라스'를 '대세 예능'으로 이끌었다. '라스'가 대세 토크쇼로 자리 잡을 수 있던 계기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0분 정도 짜리의 '마이너'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며 유지해온 쫀쫀한 편집 방식이 큰 재미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임팩트 있게 시청자들에게 토크를 전달해야 했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30초마다 한 번 웃음이 터질 부분을 15초로 속도감 있게 만들었다. 80분짜리 프로그램이 돼서도 그 밀도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MC들의 질문 방식이 일반적인 토크 쇼와 다르다. MC들이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스스로 하고 있는 점이 '라스'의 또 다른 장수 비결인 듯하다"고 말했다.

'대타 메인 편성'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을 얻은 '라스'는 80분짜리 정규 방송으로 단독 편성을 거뜬히 소화했다. 방송 초기와 똑같이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제발"을 외치며 매주 수요일 밤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여타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는 찾기 힘든 친근한 CG와 자막 효과는 라스만의 B급 감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큰 재미를 선물한다.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여타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는 찾기 힘든 친근한 CG와 자막 효과는 '라스'만의 'B급 감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큰 재미를 선물한다.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 라스의 대박 포인트 'B급 마이너 코드'

빵빵 터지는 CG와 자막 효과도 예능 프로그램의 필수 웃음 재료가 됐다. '라스'의 CG와 자막은 상황에 딱 맞는 효과로 기존 프로그램과 확실히 차별화된 요소를 더한다. 토크 프로그램 특유의 빠른 전달력을 배가한다. MC들의 농담 섞인 촌철살인 발언들의 효과를 센스 있는 자막으로 극대화한다. 시청자들은 '라스'의 '사이다 발언과 자막'에 눈과 귀가 동시에 즐겁다.

거친 웃음으로 사랑받는 '라스'는 비주류였던 방송 초기부터 과감한 'B급 마이너 코드'를 시도했다. MC들은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독설을 던지며 티격태격하고, 자극적인 단어들이 꽤 들어 있는 자막은 시끄러운 분위기를 더 부추겼다. 내숭 떨지 않는 콘셉트는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밤을 제공했다.

'라스'의 매력은 B급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이너 코드'를 받아들이면서도 부단한 노력과 순발력으로 건강한 웃음과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는 사실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과를 낳으며 '라스'만의 독창적인 시청 흡인력을 완벽하게 발휘하고 있다.

'라스' 한영롱 PD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조연출들이 일주일 동안 잠도 거의 안 자고 CG와 자막에 대해 고민한다"며 "현재 '라스' 전담 CG·자막 팀이 따로 꾸며질 정도다. B급이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자막과 토크가 '라스'의 생명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황금어장 서브 코너로 2007년 첫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국내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MBC 라디오스타 홈페이지 캡처
'황금어장' 서브 코너로 2007년 첫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국내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MBC '라디오스타' 홈페이지 캡처

◆ '예능 신' MC들의 '환상 케미'

'라스'의 기본 포맷은 '토크'다. 말이 쉽지 '토크'로 예능 프로그램을 풀어가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주제를 두고 포인트를 툭툭 찌르면서 중간중간에 웃음과 감동을 유발해야 한다. 제작진의 기본 준비가 잘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토크를 진행하는 MC들의 개인기와 조직력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라스'는 네 명의 '예능 신' MC들이 각각의 역할로 탄탄하게 분담하고 있는 셈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4MC의 촌철살인 입담은 게스트들을 무장해제시켜 진솔한 토크를 끄집어 내고 있다. 또 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낮추고 서로의 단점을 꼬집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라스'는 초반에 김구라, 신정환, 신동, 윤종신을 MC로 내세웠다. 이후 신동 대신 김국진이 투입됐고, 신정환이 도박 문제로 하차하며 해당 자리는 수차례 교체됐다. 최근 차태현이 고정으로 들어가며 현재의 '4MC 체제'를 갖추게 됐다. 사실, 네 명이 MC로도 모두 출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네 사람이 뭉치면 웃음폭탄이 터진다. 서로가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시너지 효과를 확실하게 내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라스' MC들의 합에 대해 "MC들의 조합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하지만 김구라 윤종신이 핵심 MC로 '라스'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른 토크쇼는 게스트에 중점을 잡고 홍보성이나 '띄어주기식'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라스'는 MC들이 상대를 건드리는 독설을 하면서도 그 부분에 있어서 달인들이다 보니 주거니 받거니 하는 부분이 종합적으로 좋은 '케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을 더했다.

'라스'는 이제 자타 공인, 아니, 어쩌면 자신들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인정하는 '국민 예능'이 됐다. 특급 스타들을 비롯해 연예인들이 가장 나가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힐 정도다.

지난 7월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방송된 '4년 후에 만나요~제발!' 특집은 올해 최고의 시청률인 9.1%(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찍었다. '월드컵 스타' 조현우 김영권 이용 이승우가 '라스' MC들과 함께 축구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이렇듯 연예를 넘어 모든 분야의 이슈와 토픽을 섭렵하는 게 '라스'의 또 다른 강점이다.

jie@tf.co.kr

<관련기사> ['토크' 인기비결:MBC 라디오스타②] 한영롱 PD "'라스'의 힘은 4MC 케미"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