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항소심 무죄' 조영남, 지금은 자중할 때다
입력: 2018.08.22 08:25 / 수정: 2018.08.22 08:25
조영남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조영남은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덕인 기자
조영남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조영남은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나쁜 의도로 남을 속이는 것을 사기(詐欺)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금방 돌려주겠다'며 돈을 빌리고 제 때 갚지 않으면 사기에 해당한다. 사기의 핵심은 속이는 것, 즉 기망(欺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수 조영남의 '대작논란' 재판에서 언급된 기망행위(欺罔行爲)는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진실을 은폐했거나의 여부다.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조영남이 구매자들을 기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낯설고 불편한 법률용어 대신 쉽고 간단하게 설명을 덧붙이자면 조영남이 못된 꾀로 상대방을 속여서 그림을 그리거나 판매해 금전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논란이 된 작품들의 아이디어 등 고유의 핵심 요소들은 모두 조영남에 의한 것이라고 봤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판단의 관점이 다르면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의 대반전은 그래서 크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조영남이 송모 씨 등 보조화가들을 고용해 화투그림을 그리게 하고 일부 덧칠을 거쳐 자신의 이름으로 전시하고 판매한 사실은 있지만, 이를 통해 금전적 편취 또는 기망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2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연예계에는 하정우 솔비 이혜영 구혜선 심은하 등 소위 연예인 화가로 불리는 주인공들이 많다. 다만 전문성 영역으로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엇갈리는 평가도 있다. 왼쪽부터 구혜선 솔비 심은하. /더팩트 DB
연예계에는 하정우 솔비 이혜영 구혜선 심은하 등 소위 '연예인 화가'로 불리는 주인공들이 많다. 다만 전문성 영역으로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엇갈리는 평가도 있다. 왼쪽부터 구혜선 솔비 심은하. /더팩트 DB

◆ '독창성이 있다' 호평 vs '산만하고 조악하다' 혹평, 엇갈리는 평가 주목

조영남은 1973년 첫 개인전 이후 40회 남짓 전시회를 열며 스스로 '화수'(화가 겸 가수)임을 자처했다. 연예계에는 하정우 솔비 이혜영 구혜선 심은하 등 소위 '연예인 화가'로 불리는 주인공들이 많지만, 조영남처럼 오랜 기간 취미를 뛰어넘은 전문 영역으로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론 불필요할 만큼 미화되거나 부풀려진 가십으로 포장되면서 인기의 걸림돌이 되는 탓이다.

더구나 조영남은 화투를 소재로 한 독특한 콜라주 작품 스타일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다. 화투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익숙한 대중적 오락거리 중 하나인 건 맞지만 이런 이유로 이번 사건이 있기 이전부터 '독창성이 있다'는 호평과 '산만하고 조악하다'는 혹평을 함께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화가로서의 입지를 비교적 빠르게 구축한 대중 스타라는 강점 또한 한편으로는 독이 됐다.

조영남의 그림은 이번 법적 다툼을 거치면서 창작성 여부와는 별개로 작품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덩달아 연예인들이 연기나 가수활동 틈틈이 회화나 조각작품에 몰두해온 예술적 감각과 열정마저 퇴색된 부분이 없지 않다. 무죄판결 직후 조영남은 "작품 활동은 변함없이 계속할 것"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림을 좀더 진지하게 그릴 수 있을 것" 등의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남들이 취미로 바둑 두듯 낚시하듯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 계속 그리겠다. 조영남(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무죄판결 직후 위로차 법원을 찾은 지인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덕인 기자
"남들이 취미로 바둑 두듯 낚시하듯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 계속 그리겠다". 조영남(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무죄판결 직후 위로차 법원을 찾은 지인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덕인 기자

◆ 평소 '자유로운 영혼' 또는 '자유분방한 삶' 추구, 비호감 논란 '양산'

통상 미술 작품은 작가의 감정이나 기법, 형태, 의미들이 종합적으로 해석되고 판단돼 평가된다.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감각적 생동감, 작품의 형태(미적 구성이나 선/색/명암), 미술재료나 용구를 다루는 기법, 그리고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표현성 등이다. 이는 일정한 공간 속에 담은 예술 작품과 미(美)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사실 연예인 화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객관적 잣대로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다. 정식으로 미술을 전공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전업 화가가 아님에도 나름의 미술작품 세계를 갖춘 데다 무엇보다 꾸준히 작품이 팔린다는 점이다. 실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면 수천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설령 팬심이 깃든 구매일지라도 인위적인 수요공급이 아니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 조영남은 각종 친일 언행을 비롯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관련 실언, 소녀시대 멤버 포옹 시도와 마마무 해프닝 발언 등 각종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평소 '자유로운 영혼' 또는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는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곤 해도 반복적인 비호감 논란은 대중스타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무죄판결로 활짝 웃을 수 있어 다행이라지만 지금은 자중할 때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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