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PD는 지난해 개편 때 '섹션TV 연예통신'에 변화를 줬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을 방송 2~3시간 전에 녹화해 토크 부분을 늘렸다. /남윤호 기자 |
요즘 방송가는 토크 프로그램이 대세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까지 예능과 연예정보, 시사는 물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토크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분야별 이슈와 화제를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 패널들이 참여해 심층적으로 정보를 전달, 눈길을 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뉴스보다 스토리텔링에 점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 시대를 맞아 단순 뉴스 소개보다 뉴스 이면의 숨은 얘기를 더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다. <더팩트>는 방송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토크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최원석 PD "토크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힘이 있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연예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프로그램을 통해 호의적으로 언급되는 스타들과 작품들은 인지도 상승의 효과를 얻지만, 반대로 잘못된 부분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 대중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년 역사를 자랑하는 '섹션TV 연예통신'(이하 섹션TV)의 영향력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2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연예계 소식을 심층적으로 전하고 이슈와 토픽을 양산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대표 연예정보 프로그램으로 인정받는 '섹션TV'를 이끄는 최원석 PD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토크'라는 키워드가 현재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보다 더 쉽고 자세하며 심층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알맹이 있는 토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MBC '섹션TV 연예통신' 최원석 PD가 '더팩트'와 인터뷰 중 '토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 섹션TV, 새로운 옷 '토크'를 입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성암로 MBC 신사옥에서 만난 최원석 PD는 지난해부터 '섹션TV'에 새로운 포맷을 적용했다고 직접 밝혔다. 새 포맷의 핵심은 '토크'다. 기본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TV 프로그램과 영화 등을 소개하기 위해서 에디터의 인터뷰 능력 속 '토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달인'으로 불리는 방송인 박슬기를 좋은 예로 들었다. 박슬기는 발군의 '토크 능력'으로 여러 스타들을 인터뷰히며 '섹션TV' 에디터로 오래 활동하고 있다.
최 PD는 프로그램 전체적으로도 '토크'가 중심을 잡는다고 말했다. 섹션TV가 연예가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지만 '토크'를 기본으로 풀어나간다고 특징을 짚었다. "요즘 포털사이트를 보면, 연예 뉴스에 대해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우리도 그에 맞춰 이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연예정보를 전달하는 출연진, 일명 '에디터'가 다양한 소식들을 '토크'로 소개하는 게 섹션TV의 가장 큰 특징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출연진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새로운 옷 '토크'의 가치를 더 빛낸다고 설명했다. "배순탁이 평론에 가까운 깊은 주제를 맡고 있다면 박슬기는 베테랑 리포터다. 문시온(그룹 르씨엘)과 같은 신인이나 MBC 신입 아나운서들이 출연하는 부분은 '섹션TV'의 전통과 같다. 탤런트 설인아를 MC로 기용한 경우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며 에디터와 편집장(MC)들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개편 때 이전까지 프로그램이 너무 정보 전달 중심으로 흐른다는 감이 있다는 생각에 포맷을 바꿔 봤죠. '뜨거운 사람들' '팩트체크 사실은'과 같은 코너가 그런 것이죠. 사건, 사고가 없지 않기 때문에 좋거나 밝은 뉴스만 다룰 수는 없더라고요. 과거에는 민감한 내용은 피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실제 현장에서 뛰는 취재기자들처럼 1보 처리를 할 수 없지만, 주간단위 이슈에 대한 팩트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편집장들과 에디터들이 적절히 임무 분담을 잘해 스타들과 토크를 나누고 이슈와 토픽을 잘 짚어내면서 지금의 '섹션TV'를 이끌고 있습니다."
최 PD는 '섹션TV'의 연예가 소식 뿐만 아니라 에디터 간 토크가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다고 강조했다. /MBC '섹션TV 연예통신' 홈페이지 갈무리 |
◆ '섹션TV'가 생방송에서 녹화로 바뀐 이유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섹션TV'는 지난해 녹화방송으로 탈바꿈했다. 최 PD는 녹화방송에 대해 "토크를 기본으로 한 인터뷰 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디터들이 준비해 온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토크'가 주가 된다. 토크가 제대로 안 되면 인터뷰는 엉성해진다"며 "1주일간 에디터 별로 따로 촬영해 방송에 내보내는 것 외에 MC들끼리 토크가 매우 중요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섹션TV'가 지난 1년간 녹화방송을 한 이유는 토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생방송에서도 '토크'의 효과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질문했다. 최 PD는 생방송 특성상 '토크'와 궁합이 안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출연진의 순발력이 나쁘지 않지만 정보 전달 프로그램이 '과한 토크'로 만담처럼 산으로 갈 수도 있어 '녹화'라는 틀에 맞추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녹화방송의 약점인 '시의성'을 잡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생방송이 아니지만 녹화를 방송 2~3일 전에 하는 게 아니라 오후 8시 55분 방송에 앞서 오후 5~6시에 녹화를 하고 있다. 어떤 이슈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방송 직전에 녹화를 하는 것이다"고 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생동감을 동시에 잡기 위해 '방송 직전 녹화'를 결정한 것이다.
"생방송을 하다 보면 토크에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실수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자 토크가 활성화가 되더라고요. 생방송에서는 토크가 다소 위축되죠. 시간적 제약도 그렇고 라이브가 주는 긴장감이 있거든요. 얼마 전 야외 촬영 녹화 방송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자칫 잘못해 녹화방송이 먼 산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방송 직전 녹화 시스템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다재다능한 최 PD는 지난 6월 지방선거 개표방송 특별팀에 참여해 '배철수의 선거캠프'를 발제했다. "개표방송에도 '토크'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윤호 기자 |
◆ 믿고 보는 '연예 토크쇼'
최 PD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개표방송이었던 '선택2018-배철수의 선거캠프'에 TF팀(특별 임무 수행을 위한 임시편성)에 참여했다. 여기서 토크의 중요성을 새삼 더 깨달았다고 한다. 최 PD는 "선거방송 기획회의 때 얘기한 게 아무리 비싼 CG(컴퓨터그래픽)도 인간의 감성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면서 " 그래서 차원이 다른 토크를 중간에 넣자고 했다. 토크가 보여주는 힘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오소독스(정형적)한 개표 방송의 본래 기능들은 놔두고 개표 중간에 뉴스로 전달하는 부분들, 기존 기능을 가져가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실시간 논평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라디오스타'가 10년 이상 건재한 것을 봐도 토크쇼가 스터디셀러가 될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시사 토크 프로그램인 '썰전'과 마찬가지로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토크'가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썰전'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토크 위주의 정치 시사 평론이다. 최근 토크가 위축된 경향도 없지 않지만 팟캐스트가 유지되는 것, 라디오 매체가 죽지 않는 이유를 보면 토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또 "'토크 중심의 섹션TV'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믿고 보는 연예 토크쇼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토크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힘이 있죠. 리얼 버라이어티는 기승전결에서 좀 더 자유롭죠. 토크는 기승전결이 없으면 금방 흥미를 잃게 된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하죠. 토크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섹션TV도 더 노력해 활기찬 토크와 함께 연예 정보들을 알차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khk0204@tf.co.kr
[대중문화이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