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신과함께2' 하정우 "영화 흥행은 주식과 같은 것"
입력: 2018.08.17 05:00 / 수정: 2018.08.17 05:00
연예계 소문난 입담꾼 하정우는 영화의 흥행 예측을 주식과 비교해 웃음을 유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예계 소문난 입담꾼 하정우는 영화의 흥행 예측을 주식과 비교해 웃음을 유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 "배우로서 계속 좋은 작품 만나고 싶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연예를 취재하는 기자로 영화 시사회에 참석해보면 '흥행'을 주제로 한 대화가 자주 나온다. 우선 동료 기자 및 영화 관계자들과 영화의 완성도, 배우들의 연기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얼마나 볼 것 같아'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얼추' 예상할 수는 있어도 정확하게 맞히기는 쉽지 않다. 100만 명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만큼 흥행은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강윤성 감독의 데뷔작인 '범죄도시'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았다.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호연, 오랜만에 볼만한 범죄 액션 영화가 나왔다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흥행에 대해서는 모두 유보했다. ▶ 강윤성 감독의 '입봉작'(처음 만든 영화)이라는 점 ▶ 마동석, 윤계상, 조재윤, 최귀화, 임형준, 박지환, 허성태에 진선규, 홍기준, 허동원, 하준, 김성규 등 걸출한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지만 '흥행보증 수표'로 불리는 배우가 없다는 것 ▶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과 맞대결 ▶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핸디캡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이러한 우려 예상을 날려버리고 전국에서 688만 535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남한산성'(384만 9129명) '킹스맨: 골든 서클'(494만 5484명)에 압승을 한 셈이다.

배우와 감독, 제작사 모두 흥행을 정확하게 맞히기는 힘들다. 특히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덱스터스튜디오)이 지난해 12월 개봉됐을 때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는 점쳐졌지만 1441만 1525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리라고는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명량'(1761만 5314명)에 이어 역대 박스오피스 2위 성적이다.

'신과함께' 2편 '인과 연'은 개봉 14일 만에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시리즈 사상 첫 '쌍천만'을 기록했다. 두 편 모두에 출연한 하정우(40·본명 김성훈)는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흥행에 부담에 대해 "익숙할 법도 한데 익숙치가 못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흥행에 대한 압박감이나 긴장감은 없어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운 작품을 내놓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경쟁작도 항상 새로우니까요. 흥행은 신의 영역, 주식과도 같은 거죠.(웃음) 예측은 많은데 딱 맞히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1편 때 일일 스코어 역시 마음 편히 볼 수 없었어요. 수많은 '드롭율'(개봉 첫날 많은 관객이 들었지만 이후 낙폭차가 큰 상황)을 봤기 때문에요. 요즘에는 일일 단위도 아닌 '오후 드롭'이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솔직히 이번 2편에는 기대를 걸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죠."

'신과함께'는 1,2편을 동시에 찍었다. 촬영 기간만 10개월, 2016년 5월 26일 크랭크인(촬영 시작) 돼 2017년 3월 22일 크랭크업(촬영 끝) 됐다.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1편보다 2편이 더 좋았다. 1000년 전 드라마, 삼차사의 관계를 현실감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1편이 성공해야 2편의 성공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기 때문에 1편 때는 허들을 넘는 기분이었다. 사실 응원보다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1편의 반응을 보고 더욱 감사했던 이유다"고 회상했다.

그는 "김용화 감독님의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했다. 1편의 성공으로 2편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1,2편은 완전히 다른 영화"라면서 "1편과 달리 '폭풍 눈물 구간'은 없지만 2편은 눈이 아닌 가슴에서 나오는 눈물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차곡차곡 쌓인 감정이라고 느껴주시길 바랐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매 작품마다 캐릭터별 매력이 확연했다. '추격자'에서는 극악무도하지만 어린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1987'에서는 올곧은 검사이지만 한량같은 모습이 있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는 "강림도 1부와 다른 지점이 2부에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과함께 1편에 대해 걱정이 있었다는 하정우는 1편에 대한 대중의 사랑에 감사함을 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과함께' 1편에 대해 걱정이 있었다는 하정우는 1편에 대한 대중의 사랑에 감사함을 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가 아닌 감독, 연출가 명함도 갖고 있는 하정우는 "'허삼관'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말하자 "늘 이렇게 '태풍의 눈'에 들어가 있어 감사하다.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주간, 그 다음에는 여름 등 경쟁이 힘들어 스트레스도 있지만 배우로서 가치를 빛낼 수 있는 수간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개봉일 고지는 배급사에서 정하기 때문에 그냥 숨죽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맞이한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군도' 때는 윤종빈 감독과 1년 동안 '왜 사랑받지 못했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어요. 그냥 심플하게 관객이 원하는 결말을 맞이하지 못하게 해줬다고 분석했죠. 냉철하게 그 영화를 얘기하는 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공부를 많이 했죠. 물론 저도 '허삼관'으로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웃음)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이야기를 만들자'였죠."

"개인적으로 '군도' 때 윤종빈 감독과 제일 대화가 없었어요. '롤러코스터' 후반작업에 '더 테러 라이브' 개봉 시기였 거든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때는 매일 촬영 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촬영 전부터 아침, 점심, 저녁을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다음 작품부터는 '그냥 잘 될거야'라고 자만했던 것 같아요."

"'허삼관'은 '진짜 내가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작품을 해야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두 작품이 끝나고 '암살' 촬영장을 갔는데 최동훈 감독님께서 '제일 힘들어할 때 장면이 제일 좋다'고 하시더라고요.(일동 웃음) 뭐라도 감정이 차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아가씨' 때는 제작사에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아무 일이 없어도 출근해 이런 저런 얘기를 했죠."

하정우가 '신과함께' 시리즈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것은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스터고' 개봉 2주차 때 시작됐다. "뭐든 이야기 상대가 돼 줘야겠다고 생각해 만났는데, '미스터고'가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엄청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는 하정우는 "다음 작품에는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어떤 시나리오, 배역이든 하겠다고 했다. 2주 뒤 '신과함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어떻게 영화화할지 궁금했다. 배역은 시나리오상 무색무취에 가까운 강림이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하정우는 "'국가대표' 때와 정말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보통 한 두 테이크면 오케이를 하는데 이번에는 3배, 4배 시간이 걸렸다 매 테이크마다 공을 들인다고 느껴졌다. 자연스레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모아져 진심이 전달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배우이자 감독, 이제 제작자로도 나서는 하정우는 자신의 목표로 좋은 영화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이자 감독, 이제 제작자로도 나서는 하정우는 자신의 목표로 "좋은 영화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 하정우'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하정우의 최종 목표와 계획은 무엇일까?

"연출 마음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허삼관'이 끝나고 천천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작년 12월부터 작가를 선정하고 아이템을 결정했어요. 지난 5월부터 초고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아마도 시간이 오래걸릴 것 같아요. 그러다가도 재미있는 작품이 들어오면 배우로서 그걸 우선 선택하겠지만 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 보려고요. "

"저의 '빅픽쳐'는 좋은 영화인이 되는 것이죠. 배우로서 계속 좋은 작품을 만나고 그 역할을 잘 소화하는 과정을 계속 가고 싶어요. 현 소속사인 아티스트 컴퍼니에 들어오고 '어쩌다 결혼'이라는 작품을 기획, 제작하게 됐는데 저예산 독립영화로 가을쯤 개봉 준비하고 있죠. 저는 한국영화의 퀄리티나 영화인들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저도 거기사 자라고 배웠으니까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한국영화가 더 대단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저도 영화인으로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 영화의 중심이 되고 아시아의 중요한 스튜디오가 됐으면 좋겠고, 그 안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영화인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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