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예능 토크쇼 중심의 '외부자들'. '외부자들'은 딱딱하고 복잡할 것만 같은 정치와 사회 전반 이야기를 비판과 독설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속을 긁어주는 토크 시사 프로그램이다. /채널A '외부자들'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진중권, 박혜진, 이동관, 최강욱) |
요즘 방송가는 토크 프로그램이 대세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까지 예능과 연예정보, 시사는 물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토크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분야별 이슈와 화제를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 패널들이 참여해 심층적으로 정보를 전달, 눈길을 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뉴스보다 스토리텔링에 점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 시대를 맞아 단순 뉴스 소개보다 뉴스 이면의 숨은 얘기를 더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다. <더팩트>는 방송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토크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이진하 기자] 최근 사회와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시사 예능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간판 시사 토크 예능 '외부자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6년 12월 27일부터 매주 화요일 밤 11시 채널 A에서 1시간 30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지난 5월 29일부터 원년 MC 남희석이 하차하고, 박혜진 아나운서와 최강욱 변호사가 새롭게 합류했다. 6월 19일부터 전여옥 안형환이 빠지고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시즌2'를 열고 있다.
'외부자들'은 자칫 딱딱하고 복잡할 것만 같았던 정치와 사회 전반 이야기를 비판과 독설로 풀어나가는 토크 시사 프로그램이다. 특히 정치와 사회 주류를 형성하던 내부자들이 아니라 외부자의 시각으로 이슈와 화제를 풀어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때문에 사회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실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현안을 분석, 주제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프레임에 상당한 시청자층을 확보한 상태다.
'외부자들'의 연출을 맡은 조동원 PD는 "타 시사토론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1대 1 토론이 아닌 2대 2 대결구도가 차별점"이라며 "각자의 편에 서서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편에 서서 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고 프로그램의 특징을 말했다.
시청자들의 답답했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줄 4인 4색의 외부자들, 그들이 뭉쳐 아슬한 입담을 펼치는 '외부자들'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단아하고 깔끔하게,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첫 MC 남희석이 떠나고 박혜진 아나운서가 새롭게 '외부자들'의 진행을 맡고 있다. /채널A '외부자들' 캡처 |
◆ 다채로운 패널의 뚜렷한 색채감
프로그램 초반에 출연한 정봉주 전 의원과 전여옥 작가의 케미는 의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진보 패널로 출연한 정 전의원은 BBK 저격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담그지 못하는 철저한 외부자로 등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화려한 입담과 재치는 초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데 일조했다. 더불어 정 전의원과 입담 맞대결을 펼친 전여옥 작가는 보수 패널이자 '독설의 여왕'으로 돌아와 거침없이 내부를 폭로하는 외부자로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최근에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법조계 사이다'로 불리는 최강욱 변호사가 합류해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과거 '동아일보' 정치부 부장 출신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보좌한 친이계 핵심인물이다. 특히 지금까지 출연했던 외부자 중 가장 높은 관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보수를 대표하며, 보수의 품격을 보여줄 만능 외부자다.
반면, 논리와 정의로 승부하는 '팩트폭행러' 최강욱 변호사는 진보 쪽 출연진이다. 70회에서 8번째 수습사원(?)으로 출연한 이후 4회 만에 재출연해 정식 출연자 자리를 꿰찼다. 최강욱 변호사는 법률과 시사를 아우르며 팔방미인으로 활약한다. 과거 전여옥 작가와 벌인 말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일한 원년 멤버인 진보 성향의 진중권 교수는 모두를 비평하는 '뇌섹 외부자'로 출연하고 있다. 초반에는 정봉주 전 의원과 전여옥 작가의 케미 속에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외부자들에서 유일하게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진영논리 없이 모두 비평하는 과감한 인물로 외부자들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 같은 존재다.
하재근 평론가는 토크쇼 형식의 시사 프로그램의 인기에 대해 "기존의 뉴스는 딱딱한 형식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소비자가 많지 않았다"며 "'외부자들' 형태의 토크쇼는 딱딱한 주제도 부드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서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소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패널들이 얼마나 말을 잘 전달하느냐만큼이나 그들의 말이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듣는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가 프로그램 성패와 직결된다"며 개성 넘치고 논리적인 패널들의 활약을 주문했다.
프로그램 초반 진행을 맡았던 남희석과 정봉주 전 의원, 전여옥 작가, 안형환 전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입담으로 4%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채널A '외부자들' 캡처 |
◆ 박혜진 앵커의 전문성과 화제성
지상파 뉴스 앵커 출신 박혜진 아나운서는 종합편성채널 시사 프로그램에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1년 MBC아나운서로 방송 경력을 쌓기 시작한 박혜진 아나운서는 특유의 단아하고 깔끔한 진행 솜씨로 사랑을 받아왔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첫 출연에서 "방송 경력 17년 차인데 아무리 연습해도 첫 방송 첫 멘트는 긴장이 된다"며 출연진을 향해 "만나 뵙게 돼서 반갑다"고 첫 방송에 설렘을 표현했다.
원년 멤버인 진중권 교수는 박혜진 아나운서의 출연에 "'외부자들'이 적임자를 만났다"며 "사실 남희석 씨가 그만둔다고 해서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박혜진 아나운서가 MC가 된다는 말에 섭섭함이 사라졌다. 박혜진 아나운서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아웃사이더(외부자)이며 시사 예능계의 센터급 지성과 미모, 그리고 인간미까지 갖춘 MC"라며 격한 환영의 인사로 환대를 받았다.
MC 남희석이 출연진의 날 선 입담으로 인한 긴장감을 풍자와 해학이 담긴 재치로 분위기 이완을 담당했다면, 박혜진 아나운서는 오프닝부터 남다르다. 녹화 당일 현안과 주제에 맞는 오프닝송으로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토론 중 오가는 의견을 차분하게 정리해준다. 74회부터 합류한 박혜진 아나운서는 지금까지 10회 남짓 진행을 하며 새롭고 다양한 시도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새롭게 바뀐 MC와 출연진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혜진, 진중권, 이동관, 최강욱)이 '외부자들' 시즌2를 꾸려가고 있다. /채널A '외부자들' 캡처 |
◆ 외부자들과 내부자들의 숨 막히는 토론장
1년 6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외부자들'에 출연한 패널은 총 38명이다. 다양한 패널의 등장은 한 사건에 대해 입체적인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주요 출연자는 프로그램 이름처럼 정치권의 밖에 있는 외부자들이지만, 현안에 따라 다양하게 내부자들을 끌어들인다. 내부자와 외부자가 만나 다각도의 시각으로 문제를 다뤄보는 아찔한 토론의 장이 펼쳐지는 게 외부자들의 가장 큰 매력이요 강점이다.
가장 먼저 등장했던 내부자로 더불어민주당의 이철희 의원이 있다. 그는 '썰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사 예능의 대부로 '외부자들'의 첫 문을 열었다. 이밖에도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 등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지 않는 내부자들의 출연으로 '외부자들'의 부족한 내용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소중섭 평론가와 이준석 전 의원은 '외부자들'의 장점으로 공통되게 패널 특징을 꼽았다. "'외부자들'에 출연하는 인물이 모두 내부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좀 더 깊이 있고 현실적"이라며 "다른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소중섭 평론가는 프로그램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국정농단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이미 시사 토크 예능은 하나의 트렌드로 선점하고 있다"며 "이런 프로그램에 개성 강한 패널의 등장으로 흥미와 재미를 더한다면 앞으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영일 평론가가 바라본 '외부자들'의 장점 역시 실질적 경험이 있는 전문가 패널을 꼽았다. "전여옥 작가와 정봉주 전 의원과 같은 초기에 패널들은 TV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람들이라 TV 프로그램에 등장한다는 것이 신선함으로 다가와 시선 몰이를 했다고 본다"며 "현재까지 함께하는 진중권 교수나 이동관 전 홍보수석 등 패널들의 거침없는 토론이 여전히 인기 요소라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비사(秘事)와 야사(野史)가 본래 더 재미있는 법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과거 내부자들이 외부자가 되어 전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치가 깨끗해지는 날까지 시사 토크 예능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전 의원은 시사 토크 예능에 대한 전망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와 같은 정치적 빅이슈가 있을 때 관심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안다"며 "한 해 동안 선거와 같은 큰 이슈들이 없다면 인기는 오르락내리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대중문화이슈팀|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