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다시보기] 'PD수첩' 김기덕·조재현에게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용기
입력: 2018.08.08 06:04 / 수정: 2018.08.08 09:14

MBC PD수첩이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의 거장의 민낯, 그 후를 방송했다. /MBC PD수첩 방송 갈무리
MBC 'PD수첩'이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의 '거장의 민낯, 그 후'를 방송했다. /MBC 'PD수첩' 방송 갈무리

김기덕 "성과 거둔 감독에 최소한 예의 없는 무자비한 방송이었다", 조재현 측 "성폭행 사실 없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MBC 'PD수첩'이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에 대한 후속편을 방송했다.

7일 오후 11시 10분 'PD수첩'은 "지난 3월 '거장의 민낯'을 방송 후 또다른 제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거장의 민낯, 그 후' 방송을 시작했다. 김기덕 감독 작품 분장 스태프였다는 D는 "휴식시간에 멀리서 내 이름을 불러서 달려갔다. 촬영 중 뭔가 시킬 일이 있나보다 했는데 해변에 사람도 없었다. 정말 다짜고짜 '너 나랑 자자'고 했다"며 "너무 놀라 '네?'라고 했더니 그때 자기 '잘한다'고 하더라. 마음에 들면 또 자고, 섹스 파트너처럼 얘기를 하길래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는 제 방 문 앞에 20분을 기다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D는 "여성 스태프 사이에서는 각오를 하고 가든 거지 같이 하고 가든 눈에 띄지 말라는 얘기를 한다. 지금에 와서 그 말들이 이해가 된다" 덧붙였다.

또다른 스태프는 "(3월 방송)그보다 더 한다. 거기 나온 분들은 방송 감안해서 얘기한 게 아니냐. 스커트 안쪽으로 손을 집어 넣어 만지거나 배를 주무르면서, '자기를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고 대하라'면서 강제 키스가 진행됐다. 현장에서 큰소리 나고 그러는데, 김기덕 감독과 조감독은 관행이라고 하더라. 신인 연기자들이 분위기가 얼어 있으면 안 되니 분위기를 풀어주는 행위라고 크게 상관하지 않더라. 신인 배우인데, 얘 도망갔다. 잡아 와라. 딱 주소를 주면서 사당동 무슨 몇 번지에 가서 잡아오라고 하길래 '여기가 동물의 왕국'이냐면서 나왔다"고 털어놨다.

여자친구와 김기덕 감독 작품 작업에 함께 참여한 남성 스태프는 "스태프들이 다 알 정도로 그 (여자)친구한테 치근거렸다. 그래서 제가 '결혼하셨냐'고 물어봤는데 미혼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미투' 운동으로 보니까 딸이 있더라"고 했다.

톱 여배우 K는 김기덕 감독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배우 C를 대신해 'PD수첩'과 인터뷰에 응했다. K는 "C는 일반적인 생활 자체가 되지 않았다. 대인기피증, 공황장애가 왔기 때문에, 김기덕 감독에 항상 갇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기덕과 조재현에게 성폭력을 당했고, 그 현장을 목격했다는 피해자들은 매우 많았다. 심지어 남성 스태프들도 김기덕 감독의 행동들을 고발했다. /MBC PD수첩 방송 갈무리
김기덕과 조재현에게 성폭력을 당했고, 그 현장을 목격했다는 피해자들은 매우 많았다. 심지어 남성 스태프들도 김기덕 감독의 행동들을 고발했다. /MBC 'PD수첩' 방송 갈무리

조재현에 대한 폭로를 했던 재일교포 여배우 F도 방송에 등장했다. F는 스스로 얼굴과 목소리 모두를 공개해도 된다고 했지만 제작진은 목소리만 오픈했다. F는 조재현에 대해 "촬영 후 조언을 해주는 좋은 선배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3개월 쯤 뒤에 연기 연습을 시켜준다면서 나를 아무도 안 쓰는 남자 화장실로 끌고 가서 문을 잠그고 키스를 했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더니 제 입을 막고 자기가 바지를 벗었다"고 고백했다.

"(성폭행을)거부했다"는 F는 "조재현은 '괜찮아. 괜찮아'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F의 어머니는 조재현을 찾아가 항의하자 "아내가 정신병원에 있다. 용서해 달라. 일본에서 와서 개방적인줄 알았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일본에 가봤냐고 하자 가보지 않았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F는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남성들을 믿지 못하고 지금까지 미혼으로 살고 있다. 정신병원에 격리가 되기도 했다.

조재현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PD수첩' 제작진은 조재현 변호인을 만났다. 조재현 측 변호인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 화장실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성폭행 건도, 성폭력은 있을 수 없다. 내가 그런 걸 싫어한다고 말하더라"고 조재현을 대변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이 아니었다는 점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H는 조재현에게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한 일 이후로 일반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고 했다. 간다고 해도 제일 밖에 문부터 잠그지 않으면 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방광염을 1년 동안 달고 살았다고 했다. H는 "10년이 지나도 인터뷰할 때 그 기억을 다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더 큰 피해를 당한 사람은 지옥일 것"이라고 말했다. H는 "딸 같은 나이의 여자들을 그렇게 힘든 기억들을 만들어 놓고, 아마 저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만난지 30분 만에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했으니 기억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과 상처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PD수첩'은 '미투' 지목자들이 역고소를 하는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역고소로 인해 용기냈던 피해자들이 숨고, 조력자들이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H와 연락을 주고 받았던 한 피해자는 어느날 갑자기 연락두절, 잠수를 탔다. 그 피해자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피해 사실이 있었다. 어쩌면 조재현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피해자였다.

'PD수첩' 한학수 PD는 "증언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PD수첩'은 피해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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