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인랑' 한효주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고민 많은 시기"
입력: 2018.08.05 13:00 / 수정: 2018.08.05 13:00
배우 한효주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한효주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한효주 "30대의 성장통, 나를 찾아가는 시간"

[더팩트ㅣ종로=지예은 기자] "다음에는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 생각이 많이 드는 시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이전에 '사람 한효주'로서 되돌아보는 시기죠."

올해로 데뷔 14년 차인 중견배우 한효주(31). 그는 '배우 한효주'와 '사람 한효주' 사이에서 고민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 매해 꾸준히 쉬지 않고 한 작품 이상은 영화 촬영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온 그가 이제는 잠시 한숨을 돌리며 뒤를 돌아보고 있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을 배경으로 한 SF액션 영화다. 오시이 마모루 원작, 오키우라 히로유키 연출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200억 원에 육박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기도 하다.

극 중 한효주는 통일 선포 후 닥친 경제 위기로 사업에 실패하고 죽은 아빠가 물려준 작은 책방을 하며 혼자 살고 있는 이윤희로 분했다. 이윤희는 최정예 특기대 대원 임중경(강동원 분)이 진압 작전을 하던 도중 눈앞에서 자폭한 반정부 테러단체 소속 '빨간 망토 소녀'의 언니다. 한효주는 '인랑'을 통해 어김없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데뷔 14년 차 한효주는 그가 영화 인랑 속 소화한 이윤희 역이 여태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14년 차 한효주는 그가 영화 '인랑' 속 소화한 이윤희 역이 여태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자신의 아픈 상처를 가진 이윤희의 복합적인 감정을 입체적으로 전달해냈다. 또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 중에 가장 서늘하고도 진폭이 큰 인물을 소화해내며 한층 더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한효주는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내 사색에 잠긴 듯한 모습은 그가 주연한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 속 이윤희와 사뭇 비슷해 보였다.

한효주는 "'인랑'은 내가 찍었던 영화 중에 제일 긴 시간 찍었던 영화라 기대도 됐고 궁금했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인랑'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연민을 품고 촬영한 작품이라 촬영이 끝난 후 빠져나오기 힘들었다"며 "(극 중 이윤희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처해진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았다"고 말을 더했다.

그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하지만 지금까지 한 도전 중에 가장 새로운 도전이었다. 새로운 느낌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고 감독님이라면 이걸 가능하게 해주실 거라 생각했다"며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부수고 싶었고 연기를 할 때 어떤 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번 다른 작품을 만나서 촬영할 때마다 틀을 깨는 게 무섭다는 한효주는 "('인랑') 촬영 때는 스스로 내려놓고 순간 느끼는 감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윤희라는 캐릭터가 이도 저도 아닌 색깔을 갖고 있어서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념이 뚜렷하지 않고 흔들리는 캐릭터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는 강하기 때문에 표현함에 있어 힘들었다"고 밝히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인랑'은 한효주에게 배우로서 큰 모험이었다. 후회 없이 연기했다고 느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는 그는 배우로서 슬럼프에 대해 솔직히 고백했다.

배우 한효주와 사람 한효주 사이 간극 좁히고 싶죠.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보며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들을 소화해낸 한효주는 현재 성장통을 겪으며 나를 찾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한효주'와 '사람 한효주' 사이 간극 좁히고 싶죠."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보며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들을 소화해낸 한효주는 현재 성장통을 겪으며 "나를 찾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한효주는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둘 다 고민이 많다.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나도 내 다음 스텝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또 "원없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연기해왔다. 하지만 열심히 (극 중 캐릭터의) 다른 옷을 입으려 했지, 내 스스로의 옷을 입을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정말 운이 좋게도 작품을 쉬지 않고 계속할 기회가 있었고, 그 중간에 쉬면서 작품과 캐릭터를 고민하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며 "이번엔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다. 막상 오롯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밝혔다. '배우 한효주'와 '사람 한효주' 사이 괴리감을 느낀 그는 그 간극을 좁히고자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한효주는 '나는 누구인가?' '난 뭘 좋아하지?' '뭘 싫어하지?'하는 근본적인 고민부터 하기 시작했다. 데뷔 10여 년 뒤 뒤늦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그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내가 남들보다 빠른 줄 알았는데 굉장히 느린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서투른 사람이란 걸 알게 되어서 최근엔 많이 아프기도 했다"고 설명을 더했다. 이후 한효주는 "열심히 살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j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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