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에 출연한 황정민은 "공작원 역을 위해 실존 인물인 박채서 선생님을 여러번 만났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공작'으로 초심 찾은 황정민 "어려움 많았다"
[더팩트|박슬기 기자] "'공작'으로 연기의 바닥을 찍었죠."
뜻밖의 고백이다. '믿고 보는 배우'라고 불리는 황정민이 영화 '공작' 때문에 연기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무엇이 황정민을 궁지로 내몬 것일까. 그는 지난해 촬영했던 때를 떠올리며 천천히 입을 뗐다.
황정민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이번 영화로 '내가 가진 게 이것밖에 없구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극 중 그는 북으로 간 스파이 박석영 역을 맡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공작원 역을 맡게 된 그는 "너무 힘들어서 못 이겨낼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액션 없이 대사만으로 긴장감을 준다는 게 말이 쉽지, 직접 하면 정말 어렵거든요. 고통스러울 정도였죠. '스스로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자책하기도 하고, 도와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했죠. 보통 다른 영화 현장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데 '공작'은 참 쉽지 않았죠. 초심을 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황정민은 박석영 역의 실존인물인 박채서 씨를 여러 번 만났다. 그의 눈빛, 에너지, 신념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박채서 씨는 도저히 파악이 안 되는 바위 같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박채서 선생님의 첫인상은 정말 강렬했어요. 보통 눈을 보고 이야기하면 '대충 이런 사람이겠다' 파악이 되는데 도저히 피악이 안 됐죠. 눈을 읽을 수가 없었어요. 돌에다 이야기하는 느낌 마저 들었죠. 만나고서는 '저도 저런 에너지와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들었어요."
황정민은 "'공작'을 찍으면서 연기의 한계를 느꼈다"며 "그동안 내가 했던 연기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황정민은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박채서 씨에게 반응부터 물었다. 박채서 씨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그를 대신해 박채서 씨의 가족은 황정민에게 "깜짝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궁금했어요. (박채서) 선생님이 어떻게 보셨을까 하고요. 그런데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대신 사모님이 영화를 보면서 '남편 얼굴과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고 하셨죠. 그 말이 정말 고마웠어요. 연기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 그렇게 보여서 다행이죠."
'공작'은 보통의 첩보물과 결을 달리한다. 화려한 액션은 없다. 오롯이 눈빛과 대사로 그들의 갈등을 표현한다. 배우에게는 표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통의 첩보물이면 분장도 하고 가면도 쓰고 날고 기고했을 텐데, '공작'은 아니었죠. 많은 제약이 있었어요. 하지만 독이 아니라 득이라고 생각했죠.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힘들었지만 언제 또 이런 캐릭터를 만나겠어요. 좋은 경험이었죠. 그동안 작품을 대하는 저의 태도와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바닥을 치니까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공작'을 통해서 비로소 저를 알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작품입니다."
그동안 황정민은 '곡성' '베테랑' '검사외전' '국제시장' 신세계' 등 출연작품마다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그의 연기력을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탁월한 연기력과 '티켓파워'로 관객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황정민은 "저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황정민을 참 좋아죠"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작' 개봉을 앞두고 기대반 걱정 반이라고 했다. "한국 관객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반응이 기대됩니다. 그런데 '신과 함께2'가 정말 강력하네요. 하하."
황정민은 차기작 '귀환'을 준비 중이다. '국제시장'에서 호흡을 맞췄던 윤제균 감독과 다시 만난다. 그는 "이제 연기 완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 있게 웃었다. 그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공작'을 끝내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연극 무대에 올랐어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리차드 3세'를 했는데 대본분석, 발음 등 여러 가지를 다시 공부했죠.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다지는 계기가 됐죠. 이제 연기 완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귀환'이 SF 장르라서 날아다닐 것 같은데 지금 에너지가 충만해서 연기하다가 천장에 붙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웃음)"
황정민은 "'공작'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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